하지만 직장 만족도가 높은 경우엔 달랐다. 만족도가 높을수록 청년의 결혼과 출산 의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질의 일자리와 육아 친화적인 기업문화가 출산율 반등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20~39세 미혼 청년 10명 중 절반(47%)은 자녀를 낳을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의 비출산 의향이 강했다. 여성은 응답자의 56.8%가 출산하지 않겠다고 했다.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는 ‘육아에 드는 개인적 시간·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서(49.7%)’, ‘자녀를 바르게 양육할 자신이 없어서(35.1%)’ 등이 꼽혔다. 출산 행위 자체가 두렵다(25.1%)는 응답도 많았다.
반면 남성은 38.5%만이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주로 경제적 이유를 꼽았다. ‘자녀 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서(43.6%)’, ‘자녀를 돌봄·양육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1.5%)’ 등이었다.
결혼에 대해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미혼 남성의 비혼 응답률은 36.4%, 미혼 여성은 50.2% 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13.8%포인트 적었다. 특히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응답한 30대 여성은 16.3%로 같은 연령대 남성 응답률인 8.7%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이 결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42.6%)’가 꼽혔다. 여성들은 ‘혼자 사는 삶이 더 행복할 것 같아서(46.3%)’라고 응답했다.
저출산 현상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52.8%)’과 ‘주거 불안정(41.6%)’, ‘고용 불안정(25.5%)’을 지목했다. 출산 이후 직장 등에서의 부당한 처우를 원인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여성은 23.4%, 남성은 10.8%로 출산 이후 직장처우에 대한 남녀 간 인식차이(12.6%포인트)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경향은 특히 여성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 중 현재 직장에 만족하는 집단은 결혼 의향이 66.3%, 출산 의향이 55.8%인 반면, 불만족 집단은 37.1%와 32.6%에 그쳤다.
직장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연차의 자유로운 사용(70.8%), 육아휴직 보장(63.0%), 출산 후 복귀 직원에 대한 공정한 대우(56.9%), 출산장려 분위기(46.4%) 등이 꼽혔다. 양질의 일자리, 특히 육아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갖춘 곳에 다닐수록 출산 의향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유혜정 한미연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에게 기업문화는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청년들의 불안을 읽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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