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딸의 파자마 파티, 숨은 공신은 아빠

입력 2023-08-09 17:41   수정 2023-08-10 00:05

2020년 밀가루회사의 ‘곰표’ 브랜드가 팝콘과 맥주,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등과 컬래버레이션해 출시한 상품은 소비자들의 큰 관심과 호응을 받으며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MZ세대 사이에서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컬래버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SNS와 유튜브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부모님 세대부터 사랑받았던 산리오 캐릭터가 밀레니얼 세대를 거쳐 초등학생들의 ‘초통령’이 됐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산리오 캐릭터를 모으고, 최근 출시된 산리오 파자마를 함께 구매해 친구 생일에 모여 소위 파자마 파티를 즐긴다. 딸은 산리오 파자마를 탄생시킨 컬래버가 2012년 아빠의 엉뚱함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알까?

2012년 필자가 마케팅 PM으로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SPA 브랜드의 여름 상품 전략이었다. 더위로 옷을 자주 갈아입는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기 위해 1만 건의 온라인 빅데이터 조사, 1000건의 관찰 조사를 하며 깨달은 키워드는 ‘예쁜 옷’이 아니라 ‘예쁜 캐릭터’였다. 요즘 말로 ‘전사 티셔츠’로 불리는 옷 위의 그래픽, 캐릭터가 마케터의 눈으로 캐치한 핵심 소구점(USP)이었던 것이다.

그 길로 바로 일본 하라주쿠로 향했다. 그곳에는 티셔츠로만 1~4층을 채우고 꾸민 매장이 있었다. 1500여 종의 티셔츠에는 내가 아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컬래버, 유명 도시 이름, 셀럽의 디자인 등이 전사돼 있었다. 좋아하는 캐릭터 티셔츠를 사려는 외국인 고객으로 북적였고 티셔츠가 자판기, 스티커 사진 등으로 판매되고 있어 테마파크를 방불케 했다.

티셔츠가 아니라 캐릭터였다. 1500여 종의 티셔츠 캐릭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귀국 후 디즈니코리아에 혼자 찾아가 용감하게 설득했다. 이렇게 SPA 브랜드에서 컬래버 티셔츠로 시작된 미키마우스가 짱구를 거쳐 해리포터가 됐고 이제는 산리오(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시나모롤 등) 캐릭터에 이르러 내 딸아이 파자마 파티 필수템이 됐다.

부산 호텔 총지배인으로 발령났을 때 부산 시장은 포화 상태였다. 광안리 해변은 저가 숙박업소들로 인해 가격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어느 날 체크인 당시 유난히 눈에 띄던 고객을 체크아웃 때 다시 만났는데 선물용 쇼핑백이 한가득이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어묵! 호텔에서 한 번 팔아볼까? 호텔은 꼭 스테이크만 팔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니 광안리 해변을 바라보며 루프톱에서 와인과 어묵을 즐기는 와인파티는 대박이 났고 2030커플들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융합하고 연결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리고 엉뚱하고 무모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도전정신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필수적인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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