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의 조언 "투자자 심리를 이해하는 게 시장의 온도를 확인하는 핵심"

입력 2023-08-13 11:18   수정 2023-08-16 15:45

이 기사는 08월 13일 11: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통계 자료나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보다는 투자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게 ‘시장의 온도’를 확인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온도를 재다’라는 제목으로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메모에서 이같이 말했다. 막스 회장은 이번 메모를 통해 증권가에 몸담은 30여년간 다섯 차례 시장 전망이 적중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시장이 극단적인 고점이나 저점에 도달한 경우 현재 상태를 유발한 원인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투자자의 심리 등을 통해 ‘시장의 온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라 말했다.

'시장의 온도'를 알기 위해선 과거 사이클 등 '시장의 역사'를 연구해야 한다는 게 막스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과도한 상승 및 하향으로 사이클이 움직인다면 조만간 반대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도한 낙관론과 비관론을 경계하는 자세도 갖춰야 한다고 봤다. 그는 “대부분 투자자가 낙관론에 빠져 상황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순간을 주의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시기에 돈을 버는 비결은 ‘동조’가 아닌 ‘역발상 투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가 매수 기회는 과도한 비관론에서, 고가 매도 기회는 과도한 낙관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시장에서 발생되는 사건들은 기계적인 절차가 아닌 투자자들의 감정 기복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군중 심리에 편승에 투자 선택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995년 막스 회장이 만든 오크트리캐피털은 16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굴리는 초대형 자산운용사다. 그가 투자자들에게 전송하는 ‘메모’는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도 “메일함에 막스의 메일이 있으면 그것을 가장 먼저 읽는다”고 말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아래는 막스 회장이 오크트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메모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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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를 재다

저는 ‘FT와의 점심’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해리엇 애그뉴 기자에게 2000~2020년에 제가 작성한, 마켓 콜이 포함된 다섯 편의 메모를 전달했습니다. 제가 어떤 기준으로 이 글들을 골랐을까요?

첫째, 저는 그 20년 동안 중대한 전환점에서 제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했다고 느낀 글들을 선정했습니다. 둘째, 저의 마켓 콜이 적중한 것으로 입증된 사례들이었습니다.

다섯 번의 마켓 콜

저는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을 집필하면서 제 아들 앤드류와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던 2017년 무렵의 일화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앤드류에게 “지나고 보니 내 마켓 콜이 거의 정확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라고 말했습니다. 제 아들의 대답은 늘 그렇듯 정곡을 찔렀습니다. “네, 맞아요. 왜냐하면 아버지가 50년 동안 마켓 콜을 고작 다섯 번 내놓았기 때문이지요.” 그 말이 저에게는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말이 100% 옳았습니다. 제가 메모를 썼던 그 다섯 번의 시기에 시장은 미친 듯이 상승하거나 하염없이 곤두박질하고 있었던 까닭에 저는 좀더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일 것을 주문할 수 있었으며 제 권고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미리 밝혀 두지만 저의 마켓 콜을 뒷받침한 논리가 결국에는 옳았던 것으로 입증됐다고 해서 제가 그런 예측을 할 때마다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이 따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켓 콜에 이르는 과정을 예시할 목적으로 제가 다섯 번의 마켓 콜을 결심하게 된 경위를 간략하게 요약하고자 합니다. (지나치게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관심이 있는 독자는 각 절에서 제가 인용하는 메모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상황에 관한 설명을 읽어 나가는 동안 개별 에피소드의 원인으로 작용했거나 그에 따른 결과물로서 발생한 요인들이 어떻게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지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시기 바랍니다. 제가 시장의 사이클에서 인과성의 역할을 오랫동안 강조해 온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000년 1월
기술주, 미디어주, 통신주(TMT)가 상종가를 구가하던 1999년 가을에 저는 에드워드 챈슬러의 명저 <금융투기의 역사>를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의 주제인 역사적인 거품과 TMT 호황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했습니다. 손쉬운 이윤의 유혹, 정상적인 직업을 버리고 일확천금을 지향하는 태도, 누구도 사업모델을 설명하지 못하는 적자 기업에 대한 맹목적 투자―이 모든 것들이 금융 역사를 통틀어 늘 반복되면서 거품의 형성과 고통스러운 붕괴로 귀결되는 테마처럼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이 모든 행태가 1999년이 끝나가던 무렵에 투자자 행동으로 가시화됐습니다.

당시에 저는 주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오크트리의 투자 역시 기술주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았지만 제가 보기에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의심되는 무수한 시장 내러티브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00년이 막 시작되던 시점에 작성한 메모 버블닷컴 (bubble.com)에서 그런 저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 메모에서 저는 기술주 투자자들이 이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던 신생 기업의 주식을 많은 경우 당기 매출의 몇 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 기업은 매출조차 없었으며 기껏해야 구상과 희망에 기대어 주가가 정해졌습니다. 저는 특정한 자산이나 업종에 대해 비이성적으로 고평가된 의견을 거품으로 정의하며 1990년대 말의 TMT 광풍은 이 정의에 부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요컨대, 저는 과거의 광기와 유사하게 기술주·인터넷주·통신주 시장이 과열됐으며 투기적이라는 증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기에 기술주·인터넷주·통신주가 과도하게 고평가됐으며 하락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화물 열차 앞을 가로막고 선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저는 이 주식들이 과도한 호황에 의존하고 있으며 매우 회의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해야 할 책임감을 느낍니다.

2000년 초에 TMT 거품이 붕괴한 이유는 주가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S&P500 지수는 2000년 고점에서 2002년 저점까지 46% 하락했다. 기술주가 집중된 나스닥 지수는 이 기간 동안 80% 폭락했습니다. 상당수 기술주는 하락 폭이 훨씬 더 컸으며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 속한 수많은 신생 기업은 휴지 조각이 됐습니다. 신세대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품’은 일상적인 단어로 자리잡았습니다.

2004년 말~2007년 중반

거품의 여파는 2000년대 중반 들어 서서히 전개되는 탈선 사고처럼 느껴지는 환경으로 이어졌으며 여기에서 방점은 ‘서서히 전개되는’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성급하게 불평을 시작했습니다 . 아니면 제가 선택한 시점은 합당했으나 부정적인 결과가 전개되는 기간이 예상한 것보다 좀더 늦춰졌습니다.

요약하면, 연준은 TMT 거품 붕괴로 인한 잠재적인 부작용에 맞서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시행했으며 연방기금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그래서 저는 2004년 말에 쓴 메모 오늘의 리스크와 수익률 (Risk and Return Today) 에서 (a) 대부분의 자산 클래스에 대한 예상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b) 그러한 저수익률을 개선하려는 투자자들의 리스크 감수로 인하여 고리스크 ‘대체’ 투자를 수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메모 다시 시작된다 (There They Go Again)­ (2005년 5월)에서 그러한 대체 투자를 다뤘으며 투자자들이 ‘주택 가격은 우상향한다는 믿음’에 근거한 가장 대표적인 오류를 수용하던 주거용 부동산을 고찰하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또한, 저는 투자자들이 (a) 과거의 사이클이 주는 교훈을 무시하고 (b) 새로운 상황 전개에 매몰되어 (c) ‘이번에는 다르다’, ‘고리스크는 고수익률을 의미한다’,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빠져나가면 된다’ 같은 상투적인 변명을 늘어놓으며 위험한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고찰했습니다. 주택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이러한 논리적 오류를 빈번하게 범했습니다.

기간 동안 오크트리가 취한 행동을 유발한 원동력은 위에 기술한 경향과는 전혀 무관했습니다. 오히려 오크트리 공동 설립자인 브루스 카쉬와 저는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서로의 사무실을 찾아가서―저수익률과 고리스크 그리고 발행자의 다양한 선택권으로 대변되는―당시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정신 나간 거래를 불평하는 것으로 보냈습니다. 우리는 “만약 이런 거래들이 가능하다면 시장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신중함, 원칙, 가치에 대한 인식, 남보다 뒤쳐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자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었습니다. 투자자는 원칙에 입각하여 행동하여야 하며 부적합한 증권의 발행을 예방하여야 하지만 당시에는 투자자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상황이 우려스러운 상태임을 경고하는 신호였습니다.

이러한 판단 그리고 당시에 대세였던 전반적으로 높은 가격과 낮은 예상 수익률에 대한 인식에 근거하여 평소의 방어적인 태세를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는 확신에 도달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는 자산을 대량으로 매각하고 대형 펀드를 청산했으며 소형 펀드를 조직(혹은 일부 전략의 경우 완전히 배제)하고 신규 투자 후보를 평가하는 기준을 큰 폭으로 강화했습니다.

저는 2007년 7월에 쓴 메모 다 좋다 (It’s All Good) 에서 저의 생각을 보다 확실하게 밝혔습니다(그리고 시기적으로도 보다 적절했습니다):

우리는 사이클상에서 어디에 있을까요? 의문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회의론과 공포심 그리고 리스크 회피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위험한 투자를 기꺼이 감수하며 전통적으로 안전한 투자의 약정 수익률이 보잘것없이 미미하게 보인다는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위험한 투자를 감수하는 분위기로 인하여 리스크/수익률 직선의 기울기가 거의 수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상황입니다. 전반적인 리스크 할증은 그 수준이 이제껏 제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낮지만 추가적인 리스크를 거부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메모 다 좋다를 쓰고 8개월이 지난 후에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한 펀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습니다. 연이어 9월 중순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메릴린치를 인수하고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했으며 AIG가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2009년 2월에 S&P500 지수는 2007년에 기록했던 전 고점 1,549에서 53% 하락한 저점인 735까지 하락했습니다(제가 지나치게 성급하게 오늘의 리스크와 수익률을 작성한 시점과 비교하면 39% 하락했습니다).

중요한 사실로서, 기본적으로 오크트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모기지 담보부 증권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그러한 자산은 투자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분야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며 오크트리는 그 분야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아니라 제가 ‘시장의 온도를 잰다’고 표현하는, 이례적으로 적확했던 실례에 근거하여 조심스러운 결론에 도달했습니다(10~11페이지 참조).

2008년 말
2008년 9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세계는 비교적 평온했지만 중순이 되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리먼 파산이 베어스턴스가 더 이상 독립적인 실체로 존재하지 않게 된 시점부터 시작된 논리적 상황 전개의 일부분이며 결국에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종말론적 전망에 근거하여 시장이 급속도로 와해됐습니다. 현실 안주가 공황 심리로 뒤바뀌었으며 세계금융위기가 코앞으로 닥쳐왔습니다.

시장에서 목격되는 무모한 행동들(바로 앞 섹션 참조)이 종국에는 부실채권 투자 전략에 부합하는 상당한 매수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 오크트리는 2007년 1월과 2008년 8월 사이에 110억 달러 규모의 부실채권 투자용 ‘예비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이 펀드는 상황이 위기 수준에 도달할 경우 투자할 자본을 비축할 목적으로 조성됐지만 2008년 중순까지 그러한 상황은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이전 펀드의 투자가 바로 직전에 완료된 상태였기에 오크트리는 리먼 파산이 일어난 시점에 예비 펀드를 서서히 투자하기 시작하던 참이었습니다. 리먼 파산에 이은 시장 공황 상태에서 앞으로의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펀드 자본을 계속해서 투자해야 하는가, 아니면 예비로 비축해야 하는가? 아니면 속도를 높여야 하는가? 지금이 바닥인가? 앞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상황의 특수성과 수많은 미지수를 감안할 때 참고할 만한 과거의 금융 부문 붕괴 사례 혹은 지식에 기반하여 이러한 물음들에 접근할 방법은 전혀 없었습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비록 단순하기는 했지만) 유일하게 떠올릴 수 있었던 분석적 체계를 적용했습니다.

저는 2진법으로 전망을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끝날 것인가? 아니면 끝나지 않을 것인가? 만약 ‘예’라고 말할 수 없다면 ‘아니요’라고 말해야 하며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특히, 세상이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면 무대응으로 귀착되겠지만 세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과거에 매번 효과를 발휘했던 행동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이 계속되고 기업이 돈을 벌며 기업이 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지분을 저가에 매수하면 장기적으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투자를 진행합니다. 그 외에 다른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누구도 현재의 악순환이 중단되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반드시 그러한 전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과거에 단 한 번도 사실로 인정된 적이 없는 상황을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2년 전에는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적용된 재무상태표를 금융공학의 기적을 통해 안전하게 변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은 필수 금융 부문과 거대 금융기관들의 존립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s), 2008년 9월 19일)

위의 논리를 적용하면 만약 우리가 투자한 상태에서 금융계가 붕괴한다면 우리가 그 전까지 무슨 일을 했건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반면에, 우리가 투자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계가 붕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소임을 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금융계가 계속해서 존속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가정을 세웠으며 그렇다면 우리가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브루스 카쉬의 팀이 전력을 다해 2008년 9월 18일부터 연말까지 매주 평균 4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불과 한 분기 동안의 투자액이 6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오크트리 내 다른 조직의 투자가 더해져서 이 기간 동안의 총 투자액은 75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오크트리 밖에서는 투자를 실행에 옮기거나 우리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려는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기자인 지인에게 우리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투자를 한다고!?!”라고 되물었습니다.

저는 비슷한 시기에 위태로울 정도로 마진콜이 임박한 펀드의 레버리지를 줄이기 위한 자본을 조달할 목적으로 고객 기관의 CIO를 만난 자리에서 그녀가 상정하는 모든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불식시키는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상황이 그 정도로 나쁠 수는 없다”는 인식에 대한 동의를 결국 얻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당시에 팽배한 것으로 보였던 단호한 비관론을 접한 저는 우리가 매수하는 자산의 가격에 낙관론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으며 그러한 이유에서 우리가 돈을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저는 그 무렵에 메모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회의론과 비관론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회의론은 낙관론이 과도할 때 비관론을 요구합니다. 반대로, 비관론이 과도할 때는 낙관론을 요구합니다.

하락장 3단계에서는 상황이 나빠질 일만 남았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합니다. 그로 인한―기회비용이나 상실수익의 관점에서 파악한―리스크는 분명합니다. 저는 지난주에 하락장이 3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능하다거나 상승장이 조만간 시작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정적인 요인은 모두 드러났고 낙관론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으며 장기적인 리스크는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입니다.

2003~2007년의 상승 사이클에서 대두된 과잉과 실책 그리고 어리석음은 그 정도가 제가 그때까지 목격한 것 중에서 가장 심각했습니다. 그로 말미암은 공황 심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주가에 미친 타격은 과잉을 조정하기에 충분했습니다―혹은 너무 과했을 수도 있고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폐허를 딛고 일어서야 할 때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부정론의 한계 (The Limits to Negativism), 2008년 10월 15일)

중요한 사실로서, (a) 우리가 당시 바이아웃의 대상이던 우량 기업의 선순위 채권을 매수하고 있었으며 (b) 매수 가격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설사 피투자 기업의 가치가 바이아웃 펀드가 지불한 대가의 4분의 1 혹은 3분의 1로 떨어지더라도 보유 채권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리가 확신을 품고 예비 펀드의 자본을 투자하는 결정을 뒷받침했습니다.

저는 근심에 싸인 CIO를 방문했던 것과 같은 일화들을 통해 리먼 사태 이후에 시장의 온도가 지나치게 냉각됐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공포심은 과했고 탐욕은 부족했으며 비관론은 과했고 낙관론은 부족했을 뿐 아니라 리스크 회피는 과했고 리스크 수용은 부족했습니다. 부정적인 가능성이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 경우라면 (a) 투자자 심리가 저조하고 (b) 아마도 자산 가격이 과도하지 않으며 (c) 투자자가 낙심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d) 손실이 지속될 확률은 낮고 가격이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입니다. 다시 말해서, 완벽한 매수 기회였습니다.

2012년 3월

2000년 중순에 TMT 거품이 터지자 S&P 500 지수가 2000년, 2001년, 2002년에 연달아 하락했으며 이는 1939년 이래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많은 투자자가 주식에 대한 흥미를 잃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식이 유의미한 기간 동안 연속해서 불량한 실적을 올릴 수는 없다는 믿음이 시장에 팽배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런 시기가 눈앞에 닥친 것처럼 보였습니다. 시장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인 주식에 대한 환상이 산산이 깨졌으며 투자자들은 주식에 등을 돌렸습니다.
2000년대 첫 10년 중 처음 몇 년 동안 주식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자―그리고 연준이 수익률을 지나치게 떨어뜨린 탓에 채권에 대한 관심까지도 사라지자―상당수 투자자가 전통적인 자산 클래스로는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자 자본이 대체 투자로 이동했으며 처음에는 헤지펀드, 다음으로 사모투자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얼마 후 투자자들은 세계금융위기에 봉착했으며 위에서 언급한 금융 부문 붕괴에 대한 우려가 부정론에 가중됐습니다. 이러한 전개는 투자자 심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 결과로서 S&P 500 지수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사실상 답보 상태를 유지하면서 12년 동안 연 평균 수익률이 0.55%에 그쳤습니다.

이것이 제가 2012년 3월에 메모 또 다시 데자뷰 (Deja Vu All Over Again) 를 썼을 때의 상황이었습니다. 칠레 출장길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제가 읽을거리를 찾아 제 오크트리 가방을 뒤지다 당시의 상황과 유사점이 있다고 느껴서 다시 검토하려던 과거의 기사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바로 투자를 주제로 다룬 역대 가장 중요한 잡지 기사 중 하나였던 ‘주식의 종말’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치솟는 인플레이션, 암울한 경제 뉴스, 불량한 증시 실적이 몇 년간 지속되던 1979년 8월 13일에 <비즈니스위크>에 실렸습니다.

주식이 너무나도 오랫동안 너무나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므로 누구도 주식에 다시 투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 기사의 요지였습니다. 이 기사의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인플레이션의 제도화는―소통과 심리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수백 만 투자자가 참가하는 미국 주식 시장의 종말을 가져왔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낮은 주가는 여전히 매수 의욕을 꺾고 있다.

좋든 싫든 아마도 미국 경제는 주식의 종말을 반영구적인 상황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언젠가는 뒤바뀌겠지만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이다. 광범위한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2~3년간 상승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불량한 실적은 투자자의 무관심을 초래했으며 무관심이 불량한 실적을 영구화시키면서 시장에서 때때로 관찰할 수 있는, 끊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악순환이 시작됐습니다. 글쓴이가 판단하기에 이처럼 부정적인 상태는 수년간 득세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투자계의 다른 많은 주장들과 마찬가지로 ‘주식의 종말’을 단언하는 분위기는 겉보기에는 이치에 닿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특히 역발상 투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면―논리상의 오류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낙관론과 열기가 저점에 다다랐다는 사실이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어떨까요? 더 나아질 일만 남았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낮은 주가가 지속적인 스태그네이션이 아닌 미래의 이득을 예고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위 문단은 평균적인 투자자의 사고와 제가 ‘2차적 사고’라고 명명한 사고의 차이를 간명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후자는 첫 인상에 의존하지 않으며 보다 심층적이고 복합적이며 보다 폭 넓은 함의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2차적 사고는 대중의 확신이 시장을 좌우하지만 만약 그러한 확신이 냉철한 분석이 아닌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것을 따르기보다는 정반대로 돈을 걸어야 한다는 원리를 이해합니다. 제가 또 다시 데자뷰에서 언급한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평균적인 투자자가 볼 때 부정적인 요인들은 명확합니다. 그는 그 사실로부터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합니다. 반면에, 피상적인 견해나 감정이 아닌 논리와 분석을 적용하는 투자자는 사뭇 다른 현실을 발견합니다.

이처럼 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추측하건대 증시에 관한 가장 암울한 기사였던 ‘주식의 종말’이 증시 역사상 가장 긍정적인 시기들 중 하나(혹은 가장 긍정적인 시기)였던 기간을 바로 목전에 두고 쓰여졌다는 사실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1979년(기사가 작성된 시점)부터 1999년(TMT 거품이 터지기 직전)까지 21년 동안 S&P 500 지수의 연 평균 수익률은 17.9%였습니다. 이는 장기 평균의 거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였으며 1979년의 1달러가 1999년에는 32달러로 불어나고도 남는 수익률이었습니다!! 또 다시 데자뷰의 다른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요한 사실로서, 부정적인 요인들이 누적되고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절하되면서 1979년의 상승장을 예고하는 무대가 완성됐습니다. 역발상 투자자가 낙관론으로 선회하는 바로 그 시점에 외삽 투자자는 주식투자를 포기했습니다. 앞으로도 늘 그럴 것입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사실은 외삽 투자자는 실제로 자신이 역사에 순응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가정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역사는 특정 자산 가격의 직전 등락이 아니라 대부분의 현상은 주기성을 띠며 극단에서 평형점으로 복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2012년에 ‘주식의 종말’을 다시 읽은 저는 당시의 상황과 기사가 작성된 시기의 여건 사이에서 확연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의 상황은 극히 부정적이었으며 실적은 불량하고 투자자 심리는 위축됐습니다. 제가―역사가 주는 교훈을 참고하여―긍정적인 시각으로 선회하기에 충분한 근거였습니다.

2012년의 상황은 1979년만큼 절망적이지는 않지만 동일하게 부정적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제가 ‘주식의 종말’에 이은 증시 호황 같은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것이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면, 또 다시 데자뷰를 쓴 해인 2012년부터 2021년까지 S&P 500 지수의 연 평균 수익률은 16.5%를 기록했습니다. 또 다시, 과도하게 부정적인 심리가 막대한 이득을 초래했습니다. 그처럼 간단한 이치입니다.

2020년 3월

번의 마켓 콜 가운데―독자들이 내용을 기억할 정도로 최근에 있었던―마지막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나왔습니다. 코로나19는 2020년 2월에 대다수 사람들의 의식을 파고 들기 시작했으며 2월 중순과 3월 중순 사이에 S&P 500 지수가 거의 3분의 1이 빠졌습니다.

대유행 기간에 쓴 첫 번째 메모인 아무도 모른다2 (Nobody Knows II) (2020년 3월)에서 저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해 고찰하면서 바이러스학 분야에는 (a) 사실, (b) 다른 바이러스와의 상동성에 기초한 논리적 추론, (c) 그에 따른 의견 또는 추측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던 하버드대 감염병 전문가 마크 립싯치의 팟캐스트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유행의 추후 전개 방향에 관한 ‘사실’이나 추론이 가능할 정도로 대등한 규모로 과거에 발생했던 ‘다른 바이러스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이 분명했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의견 또는 추측’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골자는―간단히 요약하면―우리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무지가 철저한 무대응을 의미한다고 믿는 집단이 있는 반면에, 상황을 논리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하는 집단은 무지가 반드시 현상을 맹목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이는 리먼 사태 이후에 오크트리가 채택한 사고방식과 궤를 같이합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2020년 3월 19일에 저는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메모 주간 업데이트를 비슷한 논조로 마무리했습니다.

전문적인 관점에서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으므로 제 의견을 간략하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닥’은 회복이 시작되기 바로 전날입니다. 따라서 바닥에 도달한 시점을 파악하기란 절대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오크트리는 바닥을 기다린다는 발상을 명시적으로 거부합니다. 오크트리는 낮은 가격으로 가치에 접근할 수 있을 때 매수에 나섭니다.
바닥이 근접했다고 단언할 방도는 전혀 없지만 저가 매수를 가능하게 만드는 여건이 분명히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한 가격 하락과 매도 분위기를 감안할 때 지금이야말로 투자 적기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물론, 최적기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누구도 여러분이 가진 돈을 전부 오늘 써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누구도 여러분이 한 푼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강조 표시 추가)

앞서 언급한 마켓 콜 중 일부는 역사에 대한 지식 및/또는 논리적 분석에 의존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 권고만큼은 무지의 인정에 주된 근거를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었던 사실은 (a) 대유행이 번지고 있으며 (b) 미국 증시가 3분의 1 하락했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럼에도 S&P 500 지수가 2월에 3,386 고점을 찍었을 때 장기 투자자가 주식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건 간에 약 한 달 뒤에 지수가 2,237으로 하락했다면 포지션을 확대하는 조치를 고려하는 것이 이치에 닿는 행동이 아닐까요? 이것이 제 논리의 핵심이었습니다. 제가 위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제시한 논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공황 심리에 가까운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우리는 지난 한 달 동안 수 차례에 걸쳐 기록적인 지수 하락을 목격했습니다(1940년 이후로 S&P 500 지수가 하루만에 20.4% 폭락했던 검은 월요일(1987년 10월 19일)만이 유일하게 이에 비견할 만합니다). 금주와 지난주의 하락률을 살펴보면 -7.6%, -9.5%, -12.0%였으며 어제는 -5.2%였습니다. 엄청난 손실 폭입니다.

현금 확보 광풍이 불었습니다.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 모두 닫혀 버렸으며 혼돈과 불확실성의 확실한 징후였습니다. 머니마켓펀드로 몰린 현금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근거로 펀더멘털을 추측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인 시장 실적 전망은 개선되었습니다.

-매도를 선택한 투자자가 늘었습니다.
-매도할 수 있는 잔여 자산이 줄었습니다.
-비관론이 잦아들면 매수에 투입할 현금이 늘었습니다.

우리 트레이더 중 한 명인 저스틴 콰글리아의 표현을 빌자면 채권 시장이 사실상 마비되고 스트레스에 놓인 지 이틀이 지난 후에 우리는 “마침내 따끔한 고무줄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긴급한 현금흐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매도를 실행할 필요가 있었던) 매도자는 단기간 내에 시장의 하락을 초래했습니다. 우리는 3~5포인트 낮게 출발했으며 월가는 다시 한 번 리스크 감수를 주저했습니다.

우리는 혼돈을 불러오는 상황을 결코 반기지 않으며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특히 더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가장 유리한 저가 매수 거래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감정적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은 바로 저스틴이 묘사한 것과 같은 심리입니다.

위에 인용한 글은 역사적 근거나 엄정한 정량적 분석이 결여된 경우라 하더라도 여전히 논리적으로 합당한 행동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메모에서 저는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나요? 자산 가격이 매우 낮아진 상태이고 자산 보유자가 차분하게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적극적인 매도가 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거의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마비 상태가 아니라 대다수 투자자의 공황 심리와 그에 따른 급격한 가격 하락을 이용할 수 있게끔 뒷받침하는 조치들이 요구됐습니다. 때로는 그처럼 간단한 이치가 통하는 법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무조건적으로 현상을 고수하거나 매도를 선택하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매수에 나서는 역발상 투자 결정이 얼마든지 요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으며 2020년 3월 중순은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불리한 환경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루디야드 키플링이 그의 시 ‘만일’에서 묘사한 대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평정을 잃었을 때 자신의 평정을 지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결이 무엇인가?

제가 앞선 지면을 할애하여 다섯 번의 마켓 콜을 설명한 이유는 자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유용한 관찰을 실천하는 요령을 고찰하기 위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희망하건대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배움을 얻습니다. 하지만 경험으로부터 진정한 배움을 얻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한 걸음 물러나서 전체적인 상황의 전개를 살핀 후에 (a)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b) 반복되는 패턴이 존재하는지, (c) 그러한 패턴으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간혹―아마도 10년에 한두 번 꼴로―시장이 과도하게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행동을 촉구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제가 아들 덕분에 깨달은 것처럼 저는 그 중 다섯 번을 인지했으며 그 결과는 유익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제가 50년 동안 마켓 콜을 50번 내놓았다면 어땠을까요? 500번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 정의상 시장이 균형점에 가까운―혹은 약간 높거나 약간 낮지만 신뢰할 만한 결론을 뒷받침할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은―상태에서 판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이런 유형의 마켓 콜이 적중하는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자산 가격이 정상을 벗어났다는 판단이 정확한 경우라 하더라도 다소 고평가된 자산이 계속 부풀려지면서 겉잡을 수 없는 거품으로 확대되거나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미한 가격 편향이 매번 신속하게 조정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면 우리가 수시로 목격하는 광기와 거품 그리고 대폭락으로 비화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거시적 마켓 콜을 너무 자주 남발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요령입니다. 저는 동전 던지기 결과를 예측하거나 미식축구 시즌 내내 모든 경기의 포인트 스프레드를 점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워렌 버핏의 비유처럼 한곳을 정하고 실투를 기다려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시장에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최적의 시점을 고민하지 않는다고 해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장기적인 추세에 동승하기만 하면 매우 유익한 결과를 낳습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들은 제가 거시경제 예측을 통해서는 수익을 보장하는 마켓 콜을 도출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단순히 기업 보고서를 분석하는 것만으로 시장 수익률을 상회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 경우 모두 앤드류의 표현을 빌자면(제 메모 가치 있는 어떤 것 (Something of Value) (2021년 1월)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언제라도 입수가 가능한 현재에 관한 정량적 정보’는 누구나 입수할 수 있으므로 월등한 실적을 달성하는 비결이 될 수 없습니다.

시장이 극단적인 고점이나 저점에 도달한 경우 미래의 실적을 전망하는 월등한 견해를 형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현재의 상태를 유발한 원인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경제학, 금융학, 회계학을 공부하고 시장의 작동 원리를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월등한 투자 성과는 이론상의 작동 원리와 실세계에서의 실제 작동 방식 간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이를 위한 필수적인 입력 정보는 경제학 통계 자료나 재무제표 분석이 아닙니다. 현 시점에 대세를 이루는 투자자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 경우에는 투자자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작업들을 ‘시장의 온도를 재는’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항목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패턴 인식을 수행해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에 내포된 함의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시장의 역사를 연구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파악하면 투자자 심리와 그에 따른 시장 사이클은 일견 변덕이 심하고 예측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매우 가변적인 인과성, 시점, 진폭을 무시한다면) 거의 신뢰도를 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규칙적인 등락을 거듭합니다.

제가 ‘과잉과 조정’이라고 부르는 현상으로부터 사이클이 기원하며 어느 한 방향으로 강하게 치우칠 경우―조만간―‘천장을 뚫고 상승하는’ 추세가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의 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낙관론에 젖어 상황이 계속 좋아지기만 할 것이라고 믿는 순간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처럼 위험한 발상을 정당화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입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이 낙담한 나머지 상황이 계속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을 파악해야 합니다. 투자자가 어떤 가격에라도 매도만 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매도라고 여기는 분위기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군중의 심리가 극단적으로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경우 현재의 가격 수준과 방향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태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극단적인 시기에는 돈을 버는 비결이 동조가 아닌 역발상 투자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감정적인 투자자가 자산의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견해를 수용하고 그로 인해 가격이 정당화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면 그와 정반대로 행동함으로써 ‘손쉬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행동은 해당 시점의 컨센서스에서 단순하게 이탈하는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컨센서스는 대다수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판단에 매우 근접합니다. 따라서 역발상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a) 군중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b) 그러한 행동의 이유가 무엇인지, (c) 거기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d) 그 대신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경제와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상당한 부분이 기계적인 절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감정 기복으로부터 기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변화를 주시하고 매번 가능할 때마다 이용해야 합니다.

본인의 감정을 억제해야 합니다. 군중과 그들의 심리에서 멀찍이 떨어져야 합니다. 편승하지 마십시오!

(‘증시가 지금까지 하락했으므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처럼) 비논리적인 주장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치에 닿지 않지만 널리 수용되는 주장 혹은 사실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장밋빛인(아니면 지나치게 비관적인) 주장을 접하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찾아보십시오. 무엇이든 행동을 취하십시오.

시장의 온도를 잴 때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당연히 많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컴퓨터나 재무 수치 혹은 계산보다는 빈틈없는 관찰 그리고 현상에 내포된 함의에 대한 평가와 관련성이 높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두세 가지 사항에 대해 추가로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패턴 인식: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제가 위에 언급한 다섯 번의 마켓 콜을 맨 처음 시작한 시기가 제가 투자계에 몸담은 지 30년이 지난 2000년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전에는 제가 논평할 만한 등락이 없었다는 의미일까요? 아니요, 그보다는 시장의 과잉을 감지하는 데 요구되는 분석력과 경험을 쌓기까지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사실로서, 독자 여러분은 제가 두 페이지를 할애해서 ‘주식의 종말’에 포함된 심각한 오류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사가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1979년 당시에 제가 기사를 비판했다는 내용은 일절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눈치 채셨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그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저는 투자계에 발을 들인 지 고작 10년 정도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a) 기사의 오류를 인지할 만한 경험이 부족했고 (b) 군중에게서 벗어나 군중의 논리에 반기를 드는 데 필요한 냉정한 태도와 역발상 투자 원칙을 아직 확립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그때의 경험이 궁극적으로 33년이 지난 시점에 재현된 동일한 오류를 지적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패턴 인식은 우리가 하는 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단순히 책을 통한 학습이 아니라 현장에서 축적된 시간을―그리고 약간의 흉터를―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이클: 저는 제 책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서 사이클을―제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정의인―어느 한 등락이 다음 등락에 규칙적으로 선행하는 일련의 등락들이 아니라 어느 한 상황이 다음 상황을 유발하는 일련의 상황들로 정의했습니다. 이 인과성이 사이클을 이해하는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판단하기에 경제와 투자자 심리 그리고 그에 따른 시장은 궁극적으로 어느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쏠리며―즉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상태에 이르며―그 후에는 궁극적으로 평형점을 향해 복귀합니다(그리고 대개의 경우 반대 방향으로 과잉을 초래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이클은 ‘과잉과 조정’으로부터 기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개별 에피소드들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다섯 번의 마켓 콜을 통해 최고의 저가 매수 기회는 과도하게 부정적인 심리로부터 말미암으며 고가에 매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는 과도한 낙관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거시적 마켓 콜과 오크트리 투자문화

마켓 콜과 관련하여, 저는 유용한 거시적 예측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에 관해 고찰한 메모 지식에 대한 환상 (The Illusion of Knowledge) (2022년 9월)을 쓴 이후로 제가 빈번하게 접하는 질문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마켓 콜은 오크트리의 투자 접근법과 어떻게 맞물릴까요? 그리고 오크트리는 거시적 맥락을 예측하지 않고도 어떻게 기업·업종·종목에 대한

‘거시적 예측’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오크트리 공동 설립자 4명과 신설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던 1995년은 우리가 이미 평균적으로 9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시점이었습니다. 신설 법인이 나아갈 방향을 규정하는 투자 철학을 정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때까지 성공을 거둔 방식과 우리가 신봉하는 원칙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 결과로서 우리가 투자하는 방식을 명시한 6대 원칙을 수립했으며 지난 28년 동안 글자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6대 원칙 중 2개는 거시적 마켓 콜이 오크트리의 투자 접근법과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관한 물음을 제기합니다.

제5원칙: “우리는 거시적 예측을 투자 결정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
제6원칙: “우리는 마켓 타이머가 아니다.”

둘 중 첫 번째 원칙은 어떨까요? 거시적 예측에 근거하여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쉬우며 저는 수십 년 동안 이에 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자면 만약 여러분이 상향식 투자자라면 미래의 수익 및/또는 자산 가치를 추정하기 마련이며 그러한 추정은 거시적 환경에 대한 가정에 근거하여 도출해야 합니다. 경제에 일어날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어느 특정한 기간의 기업 실적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크트리가 거시적 예측을 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미래의 거시적 환경이 과거의 패턴과 흡사할 것으로 가정합니다.

다음 단계로 상황이 정상보다 불리할 가능성을 감안합니다. 투자에 충분한 ‘안전 마진’을 적용할 경우 미래의 거시적 상황 전개가 다소 불리하더라도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거시적 환경이 정상보다 확연히 유리하게 작용하여 어떤 식으로건 어느 특정한 투자가 성공을 서둘 것이라는 식의 전망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 전망이 적중하면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예측을 꾸준히 정확하게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유리한 거시적 상황 전개에 의존하는 투자는 투자자를 실망시키고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상방 서프라이즈가 존재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낙관적인 기초 가정에 의존하는 방식은 그러한 절차의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제가 ‘중립적’이라고 표현하는 가정을 선호합니다.

이처럼 우리는―필요에 의해―거시적 가정에 근거하여 모델링을 수행하지만 그러한 가정이 대담하게 특이하거나 낙관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혹은 다른 누군가)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에 근거하여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따라서 오크트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평균을 상회하는 성과가 비정상적인 거시적 상황을 예측하는 월등한 능력이 아닌 철저한 분석으로부터 기인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이에 대해 독자는 “메모 상전벽해 (Sea Change) 에서 전혀 다른 환경으로의 격변을 목격하게 되리라고 단언했던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메모가 (a) 최근의 역사를 주된 검토 대상으로 다뤘으며 (b) 2009~2021년의 비정상적인 성격, 투자 결과에 미친 영향, 재현 불가능성에 관한 중요한 관찰을 기술했다는 점에서 그 내용에 만족한다는 것이 그 질문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특히, 저는 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2,000bp 하락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예측한 것에 대해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대응하는 것 역시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상전벽해(제 경력을 통틀어 이러한 유형의 의견을 표명한 유일한 사례)가 제 평소 기준을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이탈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상전벽해는 예측보다는 관찰과 추론에 더 가까운 사례입니다.

마켓 타이밍은 어떨까요? 제가 몇 년 전에 저의 리스크 대응 태세를 수립한 이래로 여러 차례에 걸쳐 조언한 것처럼 모든 투자자는 정상적인 리스크 대비 태세의 관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의미하는 바는 투자자 본인에게 적합한 공격과 방어의 균형점입니다. 제가 위에서 고찰한 다섯 번의 마켓 콜에서와 마찬가지로 눈앞에 직면한 상황으로 인하여 절박하게 요구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균형점을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으며 본인의 판단이 적중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만, 그러한 상황은 매우 드뭅니다.

우리는 절박하게 요구되지 않는 한 정상적인 균형점을 유지하며 오크트리의 경우에는 이것이 방어에 치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라도 공격과 방어의 균형점을 변경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이 방식이 성공을 거뒀습니다. 실제로, 저는 매 시점에 오크트리의 적절한 균형점을 고민하는 것이 저의 주된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가 리스크 대응 태세를 기꺼이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마켓 타이머가 아니다”라는 원칙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보기에, 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시장 하락을 예상하고 현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매력적인 장기 보유 자산으로 평가되는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우리가 자산을 매각하는 이유는 (a) 보유 자산이 목표 가격에 도달했거나 (b) 투자 건이 부실화됐거나 (c) 더 나은 대안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오크트리의 개방형 포트폴리오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전액을 투자합니다. 이를 통해 긍정적인 수익률을 놓치는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는 대개의 경우 매수에 매도가 수반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지금 저가지만 6개월 뒤면 더 떨어질 것이므로 기다린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만약 저가라면 매수합니다. 만약 가격이 더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 근거가 여전히 타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추가로 매수합니다. 우리는 우량한 자산을 너무 성급하게 매수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저가 매수 기회를 놓치는 것을 훨씬 더 걱정합니다. 앞으로 며칠 혹은 몇 주 뒤에 가격이 더 떨어질지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며 이는 투자자 심리를 예측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려운 작업과 불가능한 작업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 위치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개별 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작업이 훨씬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너무 성급하게 매수하는 것과 관련하여, 저는 한 가지 흥미로운 물음에 1분 정도를 할애하고자 합니다. 고점에서 매수하는 것과 저점에서 매도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쁠까요? 제가 보기에 답은 간단합니다. 후자입니다. 만약 훗날 고점으로 판명된 가격에 자산을 매수한다면 하락 변동장을 감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투자 근거가 타당하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튼 다음 고점은 전고점보다 높은 것이 보통이므로 결국에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만약 저점에서 매도한다면 하락 변동장이 고착되며 보다 중요한 사실로서 수많은 장기 투자자를 부자로 만든 경기 호황과 상승장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제가 저점 매도를 투자의 대죄로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거시적 환경과 그로 인해 적절한 리스크 대응 태세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에 관한 분석은 투자운용사의 책무에 정확하게 부합합니다.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오크트리는 이러한 작업을 겸허한 자세로 수행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경우에 한하여 중립적인 가정과 정상적인 행동에서 이탈합니다. ‘50년 동안 다섯 번’은 마켓 타이머에 대한 오크트리의 관심도를 말해 줍니다. 사실을 밝히자면, 오크트리는 부득이한 경우에만 그와 같이 행동합니다.

2023년 7월 10일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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