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급등한 단호박, 마트서 40% 파격 할인…직거래로 거품 뺐다

입력 2023-08-11 18:36   수정 2023-08-18 16:11


중부지방에 내린 극심한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지난달 말, 이마트는 단호박을 40% 이상 파격 할인해 개당 1980원에 파는 행사를 열었다. 이 기간에 단호박은 전남 함평 등 주산지에서 출하량이 급감했다. 전국 주요 도매시장에서 전주보다 10% 이상 비싼 1만6808원(10㎏)에 거래됐다.

이마트의 할인 행사는 이상기후로 출하가 불안정해지는 일이 매년 반복되자 바이어가 직거래 농가들과 사전에 협의해 수확 시기를 앞당긴 덕분에 가능했다. 이마트는 프레시센터(신선식품 저장창고)에 단호박을 대거 비축했다가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 저렴하게 풀었다.
○“생존을 위해 직거래”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는 20년 전인 2003년만 하더라도 판매 농산물의 68.4%를 도매시장에서 구입했다. 이 비중이 2015년엔 27.6%, 2021년엔 22.9%로 떨어졌다.

대형마트의 전성기이던 2000년대부터 업계는 농산물 마진 확대를 위해 직거래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는 그 목적이 유통 비용 절감, 지역 상생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은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날씨 등 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20년 코로나19 창궐 후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하자 대형마트가 장악하고 있던 신선식품 시장에 e커머스가 치고 들어오면서 신선식품 경쟁이 격화했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이마트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농산물 확보 프로세스를 산지→프레시센터→점포로 단순화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프레시센터를 통하는 농산물의 비중은 2018년 26%에서 지난해 38%로 확대됐다. 김동현 이마트 채소팀장은 “기후 변화, 물가 상승 등으로 농산물 생산 고비용 구조가 만성화해 직거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유통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속하는 ‘脫도매’
산지→지역 농협 및 영농법인→도매시장(중매인)→유통업체→소비자로 이어지는 농산물 유통시장의 전통적 구조를 대형마트보다 먼저 깨고 나선 건 e커머스다. 기존 강자인 마트와 경쟁하려면 더 신선한 상품, 빠른 배송이 필수라고 봤다. 창업 초기인 2010년대 초·중반부터 우수 산지 발굴에 올인한 이유다.

쿠팡은 산지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물류센터를 짓고 인근에서 직매입한 신선식품의 재고를 직접 관리한다. 전국에 촘촘히 깔린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냉장고가 탑재되지 않은 트럭으로도 신선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e커머스 업체는 산지와 판매자에 대한 신뢰를 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선식품 직매입으로 차별화하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농산물 생산 비용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유통사들이 직거래에 주력하게 된 요인이다. 매년 폭염, 폭설, 폭우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도매시장에서 농산물 가격은 해마다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농촌인구의 초고령화로 전국 경지면적은 10년(2012~2021년) 새 172만9982㏊에서 152만8237㏊로 11.6% 줄었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비료 가격, 냉·난방 비용, 인건비 등의 부담도 가중했다. 김병률 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플랫폼과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시장의 판도가 변하는 상황에서 도매시장도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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