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1일 09: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관계부처 출신의 외부인사 8인과 함께 중앙회 이사회가 추가로 추천한 내부인사 4인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사회는 당초 전문이사 중심으로 4인을 꾸리려 했지만 지역 이사장들의 반발로 막판 추천 인사를 바꿨다. 편법으로 금고 이사장직을 장기 재직해온 인물들이 대신 자리를 꿰찼다. 박차훈 중앙회 회장과 오랜 기간 권력을 세습해온 최측근 인사들이다. 지배구조를 손질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설립 취지완 거리가 먼 인사란 점에서 내부 비판 여론도 거세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경영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지난 11일 발족하고 18일 첫 회의를 열었다. 혁신위는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 회장과 류혁 신용공제 대표이사 등 윗선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경영 공백이 생기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됐다. 뱅크런 사태의 원인이 됐던 건전성 관리부터 지배구조 개선까지 모두 손질해 연내 종합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혁신위는 8명의 외부 인사와 4명의 내부 인사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외부 인사가 건전성 관리를, 내부 인사는 지배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손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부 인사는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관계기관의 추천을 받았다. 내부 인사는 중앙회 이사회가 직접 구성했다. 중앙회 이사회는 회장, 부회장, 전무이사, 지도이사, 신용공제대표이사를 비롯해 현직 이사장으로 구성된 11명의 이사, 4명의 전문이사로 구성됐다.
선정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중앙회는 당초 이사회 이사진 중 외부 인사로 꾸려진 전문이사 중심으로 혁신위를 꾸리려 했다. 김정사 전 월배금고 이사장, 홍순영 금감원 자문위원, 윤도순 전 민주당중앙당조직국장, 박경삼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현재 중앙회 전문이사들이다. 이중 김정사 이사를 필두로 전문위원 2~3명, 이사 1~2명 구조가 유력 논의됐다.
이사들이 전문이사 중심의 인사 추천에 반발하면서 막판 추천 인사가 변경됐다. 최종 선정된 인물은 김성진 열린금고 이사장, 안세찬 순천북부금고 이사장, 박수용 부암동금고 이사장, 김치규 동울산금고 이사장이다. 한 관계자는 "외부 전문이사 중심으로 선정하려던 초안이 무산된 건 지역 이사장으로 구성된 이사들의 반발 탓이었다. 4명의 자리를 두고도 이사 간 알력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전라도와 경상도 소재 금고 이사장들이 사이좋게 두 자리씩 챙겼다"며 "이를 지켜보던 관계기관 사이에 '새마을금고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 같다'는 여론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성보다도 내부 영향력을 기준으로 선정된 인사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편법 연임으로 이사장직을 장기 집권해왔다. 임기만료 전 사직 후 재출마하는 식의 꼼수로 임기를 계속 늘렸다. 새마을금고법에선 이사장 4년 임기를 2회 연임해 최대 12년 임기를 보장하는데 중임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사장으로 한번 선출만 되면 이런 식의 무제한 연임이 가능했다.
안세찬 이사와 박수용 이사는 이사진 중에서도 가장 오래 특정 금고 이사장직을 유지했다. 임기 23년차의 안 이사는 순천북부금고 이사장직에 2000년 취임해 2004년, 2008년, 2012년, 2016년 네 차례 중임했다. 2020년 2월 퇴임했다 한 달 뒤 다시 취임했다. 부암동금고의 박수용 이사장은 2004년 자리에 올라 2008년, 2012년, 2016년 중임했다. 2019년 11월 사임했다 한 달 뒤 이사로 취임, 두 달 뒤인 2020년 2월 퇴임해 이사장으로 다시 취임했다. 임기 19년차다. 김성진 이사는 11년차로 12명 중 다섯 번째로 임기가 길다. 2012년을 시작으로 2016년과 2020년 중임한 후 2022년 8월 사임했다가 두 달 뒤 재취임했다.
모두 박차훈 중앙회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박 회장이 검찰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석할 때 마지막까지도 옆에 서서 보좌했던 인물들로 전해진다. 그 중 동울산금고 이사장인 김치규 이사는 박 회장을 가장 오랜 기간 옆에서 보필한 '오른팔'로 알려진다. 동울산금고는 박 회장이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1년간 이사장직을 지낸 '친정'으로, 김 이사는 이 금고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실무 책임자로 있었다. 이사장직엔 2020년에 올랐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새마을금고 전반의 금융감독, 예금보험 등의 역할을 총괄한다. 하지만 중앙회장과 이사장은 '권력을 함께 유지한다'는 점에서 한 배를 타는 밀월 관계라는 평가가 많다. 중앙회장은 선거권이 있는 이사장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더 공고한 세습을 약속해왔다. 박 회장이 2018년 선거에서 대의원들에 명절 선물과 골프장 이용권을 돌린 게 적발되기도 했다. 이사장들도 2022년 박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실었다. 박 회장은 이사들이 수차례 이사장직 퇴임과 취임을 반복하는 동안 이사회 이사직도 유지하게 해줬다. 금고법상 중앙회 이사회 이사는 현직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가 자격 조건이라 사임과 동시에 자격도 박탈된다.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이사를 새로 선출해야 했지만 중앙회는 이들이 이사장에 재취임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회 관계자는 "박차훈 중앙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을 혁신위에 포함하면서 혁신과는 더 멀어지게 됐다"며 "지배구조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꾸려진 조직인데 혹시나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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