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같아야 성과"…빛 보는 신동빈식 통합

입력 2023-08-22 17:36   수정 2023-08-23 00:45

재계 서열 6위 롯데그룹은 사업 재편으로 ‘덩치’(작년 말 기준 자산 129조7000억원)를 키운 곳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주도한 60여 건의 기업 인수는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그가 결정적 타이밍에 공격적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 신 회장도 롯데에 ‘뿌리’를 둔 계열사 혹은 사업부 간 합병·통합엔 매우 신중한 편이다. 유통이라는 큰 틀에 속해 있더라도 ‘업의 본질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합치지 않는다. 계열사 간 독자 경영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돋보이는 마트·웰푸드 통합
이런 가운데 롯데에서 최근 1년 새 통합 개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는 계열사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작년 말부터 통합 상품 소싱으로 롯데마트와 ‘화학적 결합’을 추진 중인 롯데슈퍼는 올 2분기 영업손익 흑자 전환(전년 동기 대비)에 성공했다. 작년 7월 옛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한 롯데웰푸드도 2분기에 호실적을 거뒀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2분기 매출 3250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냈다. 매출은 작년 2분기보다 2.2% 줄었지만 영업손익은 작년 2분기 -60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작년 말부터 추진 중인 마트와의 상품 통합 소싱에 따른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작년 말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겸임 대표가 취임한 뒤 상품 코드 일원화 등 통합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상품 발주 및 관리, 데이터 분석 등 업무를 통합해 그로서리(식품)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마트 역시 2분기 영업손실이 30억원으로 전년 동기(-7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작년 7월 롯데제과의 롯데푸드 흡수합병으로 출범한 롯데웰푸드는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7.8% 증가한 4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합병 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 조직 및 임원직을 신설하고 두 회사 간 화학적 통합에 한창이다.
신중한 辛의 한 수
롯데웰푸드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기업설명회(IR)에서 단기 전략으로 △빙과 조직 통폐합 △취급 품목 수(SKU) 최적화 △원재료 통합 구매를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론 서울 영등포 공장 건과·빙과 라인 이설과 육가공·가정간편식(HMR) 공장 통합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 사업 재편에는 인수합병(M&A),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조직의 뿌리가 깊은 기존 계열사 통합만큼 간단치 않은 일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영위하는 사업이 비슷해 보인다고 덜컥 합쳤다가 조직원 간 반목만 커지고 경쟁력은 되레 약화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신 회장도 “업의 본질이 같아야 합칠 수 있다”는 원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계열사 통합 마케팅과 관련해서도 “백화점과 마트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며 “다른 사업을 같이한다고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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