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 약을 먹으면 진짜 낫습니까?” “얼마나 복용해야 낫습니까?” 이런 종류의 질문이다. 그러면 나는 “약이 낫게 하는 게 아니고 환자분의 몸이 스스로 치유되는 겁니다. 약은 도와줄 뿐이고요. 그러니 약에 너무 환상을 갖지 마세요”라고 중립적으로 말씀드린다. 그러면 실망하시는 분도 있고 뭔가를 깨닫고 희망을 찾는 분들도 있다. 그렇다면 낫는다는 것, 즉 치유란 무엇일까?사전적 의미는 병이나 상처가 고쳐져서 본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질병과 상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바로 세포다. 즉 세포를 이해해야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60조가 넘는 개수의 세포로 이뤄져 있고 어떤 세포가 병들었느냐에 따라 질병명이 달라진다. 우리가 제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암세포를 살펴보자. 세포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끊임없이 분열하고 성장하다 사멸한다. ‘P53’이라는 암억제유전자는 손상된 DNA를 수선하거나 복구가 불가능한 세포가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 사멸하게 한다. P53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손상된 세포가 무한분열을 반복하고 암세포로 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P53 유전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돌연변이가 돼 암세포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는 세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열, 즉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한도를 넘어서면 열충격단백질이 세포자살을 유도하거나 지질전달자의 신호를 받고 암세포의 왕성한 성장을 돕는 쪽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공부를 하다 보면 세포의 삶이나 우리의 삶이 매우 닮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감당할 만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고 회복탄력성을 키워주지만 너무 많은 스트레스는 우리를 병들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균형이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개인차의 중요성도 알게 된다. 나에게는 무척 힘든 일이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지 않던가.
약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약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세포 치유가 일어난다. 치유란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나가는 과정이다. 균형을 찾아 나가는 것, 즉 세포 존중과 사랑인 것이다.
이지향 충남 아산 큰마음약국 대표 약사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