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가는 이는 늘 외롭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87)의 삶이 그랬다. 그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예술을 공부했다. 1958년 첫 전시를 연 뒤 1960~1970년대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제4집단’ 등의 결성에 앞장서며 한국 전위예술의 흐름에 중요한 자취를 남겼다. 학연을 중시하고 회화와 조각 등 장르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분위기 등 여러 한계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였다. 1980년대에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활발히 활동하며 백남준과 2인전을 열어 주목받기도 했다.하지만 오랫동안 그는 미술계의 ‘아웃사이더’로 남았다. 2012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잭슨 폴록, 데이비드 호크니, 구사마 야요이 등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과 함께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해외에서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국내 미술계는 비주류인 그를 외면했다.
그러던 김구림이 올해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공동 기획전 ‘아방가르드: 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에 참여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24일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은 오직 그를 위한 무대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때 한국을 찾는 세계 미술계 관계자에게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여주는 ‘얼굴’과 같은 전시기도 하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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