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으로 알려진 토막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치악산' 개봉을 앞두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영화가 개봉함에 따라 지역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원주시는 24일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으로 대표적 관광자원 국립공원 치악산과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영화사에 전달했다.
시는 최근 제작사와 만난 자리에서 영화의 제목 변경을 요구했다. 또 '실제가 아닌 허구'라거나 '지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문구를 영화 도입부에 삽입하도록 하는 등 이미지 훼손을 사전에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원주시가 개봉에 앞서 이토록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은 영화가 '18토막 연쇄살인'을 주제로 한 치악산 괴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수일 간격으로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됐다는 내용이다.
영화가 치악산이라는 제목의 호러물이다 보니 당장 치악산 한우, 치악산 복숭아·배·사과, 치악산 둘레길 등 지역 고유 상품과 관광지에 대한 이미지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 원주시의 견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실제 벌어진 사건인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하면서 지역 경찰도 바빠졌다.
경찰은 영화 내용에 대해 괴담일 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 경찰관은 연합뉴스에 "영화 속 내용을 연상케 할 정도의 사건이 발생한 기록 자체가 없을뿐더러 퇴임한 경찰 형사반장이나 검시관에게도 소문을 해 봐도 모티브가 될만한 사건도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을 딴 영화 제목으로 논란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경기 광주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체험형 공포영화 '곤지암'과 전남 곡성군과 동명의 영화 '곡성'도 지역 이미지 훼손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