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학폭 고통에 소심한 복수를 생각하지만…

입력 2023-08-28 10:00   수정 2023-08-28 15:53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이도해 작가는 분명 그런 적이 있는 것 같다. 책 말미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 “나 역시 괴롭힘을 경험했다. 뒤에 앉은 녀석이 내 머리카락과 백팩의 끈을 잘랐다. 뺨을 맞았고, 이유 없이 욕을 먹었다. 죽을 만큼 괴로운 날들이 있었다”라는 고백과 함께 지금 어딘가에서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한 격려의 말이 적혀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불운일 뿐이다. 거대한 폭풍이 인생 앞에서 몰아칠 때,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휩쓸리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책은 생존에 있어서 결코 좋지 않다. 복수하고 싶다면 일단 살아남아야 하니까.”

작가는 자신이 고통을 이겨낸 비결을 “나는 글을 썼다. 글은 나를 더 넓은 세계로 데려가 주었다. 그리고 그 넓은 세계가 나를 일깨웠다”라고 말하며 “아주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기 바란다”라고 권했다.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이도해 작가는 2022년 12월 책을 펴내며 많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오늘까지 어떻게든 살아준 나에게 제일 고맙다”라고 썼다.

학교 폭력은 ‘세상 모르던 시절의 철없는 행동’으로 무마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SNS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성공의 문턱을 밟았거나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때 모든 것을 순식간에 와해시켜 버린다. 그러니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금해야 한다. 장난처럼, 게임처럼 남을 괴롭히다가는 후일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괴롭힘 당한 끝에 생각한 방법
이 소설의 주인공은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에 올인하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살면서 행여 가족을 괴롭히던 아빠가 찾아올까 봐 두렵다. 오빠 최은성이 아이돌 가수로 성공해 풍족한 삶을 누리지만, 고마움보다는 그 그늘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유명 가수의 동생임이 드러나 전학까지 해야 하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다.

공부에 목숨 걸어 자신의 길을 찾겠다는 각오가 단단해 친구조차 사귀지 않는 나는 어느 날 ‘멍청한 문제집’ 때문에 한 문제를 틀리자 엄청난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급기야 학교 앞 서점에서 잘못된 문제를 빨간색으로 죽죽 긋다가 주인 미미 여사에게 들킨다. 그 일로 서점 2층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 AA에 참여하게 되는데, 정식 명칭은 ‘익명의 복수자들(Anymous Avengers)’이다.

어른도 포함된 이 모임의 회원들은 대개 소심한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베어’라는 별명을 얻은 나는 그곳에서 얼마 전 학폭에 시달리다 자퇴한 양주홍과 마주친다. 그녀는 AA에서 ‘뚜벅이’로 불린다.

AA 회원들이 어떤 복수를 꿈꾸는지 물을 때 베어는 “고등학교 2학년 한 반을 몽땅 망하게 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뚜벅이가 자퇴한 이후 자신이 타깃이 되어 교실에서 각종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고명경과 그 졸개들’에게 복수하려고 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AA 회원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라”라고 말한다.
반성 혹은 치유의 시간
자신이 가장 잘하는 공부로 아이들에게 복수하기로 한 베어를 수학 천재인 뚜벅이도 돕는다. 둘이 함께 각 과목 요약집을 만들었고, 베어가 매일 요약집을 나눠주자 괴롭힘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복수를 위해 잘못된 답을 적어 넣은 ‘기말고사 D-1 파이널 총정리 오답 노트’를 나눠준 이후 베어에게 폭풍우가 몰아닥친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어른이 되어서도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그런 사태에 바로 대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는 괴로운 사람들이 모여 소심하게 복수를 결심하지만, 대개 실행에 옮기지 못하거나 미미한 실행에 그친다. 그 옹송그림 속에 살고자 하는 발버둥과 세상을 향한 구조 요청이 들어 있지만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폭력이 주는 고통은 심하지만 그에 대항하는 게 어려운 세상이다.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를 읽으며 가해하려 했거나, 피해로 인해 아팠거나, 그 어두움의 시간을 돌아보며 반성 혹은 치유의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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