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푸틴이 프리고진 암살 추정"…'피의 복수' 실현했나

입력 2023-08-25 12:53   수정 2023-09-24 00:01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시해 암살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실이라면 자신을 향해 반란의 칼날을 들이민지 두 달 만에 복수한 것이다. 지도자를 잃은 바그너그룹은 해체되거나 푸틴 대통령의 손 아래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 원인, 지대공미사일 아닌 내부 폭발 추정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 대원, 승무원 등 10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이 아닌 내부에 설치된 폭탄으로 인해 추락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비행기는 전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고 있었다.

친바그너 텔레그램인 그레이존은 사건 직후 러시아군 방공망이 전용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전용기를 격추했다는 보도에 대해 "부정확하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영국 당국자 역시 "정확한 추락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라면서도 "러시아의 수사는 내부 폭발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연방항공국(FAA) 사고조사단에서 일했던 제프 구제티는 추락 영상과 잔해,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기내 폭발의 모든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반 대행과의 회의에서 처음으로 사고를 언급하며 "그의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을 "유능한 사업가였지만 힘든 운명을 타고 났고 실수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가 수사에 착수했지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방 지도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휴가지인 네바다주 타호 호수에서 출입 기자단의 질문을 받고 "난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난 놀랍지 않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누가 그랬는지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암살 전까지 수단·말리서 영향력 과시
프리고진은 암살되기 전까지 바그너그룹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아프리카 등에서 현지 지도자들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WSJ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지난 18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포스탱 아르캉주 투아데라 대통령을 만났다. 회의 소식에 정통한 이들은 프리고진이 지난 6월 자신이 일으킨 반란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전투기 등 무기와 투자를 조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곧이어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 헬리콥터를 타고 수단에서 방기로 날아온 수단 군벌 신속지원군의 지도자 5명과 만났다. 이들은 프리고진에게 선물로 지대공미사일들과 수단 광산에서 채굴한 금괴를 가져왔다. 프리고진은 "더 많은 금이 필요하다"며 "나는 반드시 당신(신속지원군)들이 그들(정부군)을 물리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수단 한 당국자는 전했다.



프리고진은 전용기를 타고 러시아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말리 수도 바마코에 들러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21일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에서 무장 전투원과 픽업 트럭이 있는 사막 지역을 배경으로 위장복 차림에 소총을 들고 나타나 "(바그너그룹은) 러시아를 더 위대하게, 아프리카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했다.

프리고진이 사망하며 바그너그룹은 해체되거나 러시아 정부에 흡수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영국 더타임스는 프리고진 등 바그너그룹 핵심 인사의 사망은 그룹의 종말 신호가 될 것이라고 봤다. 프리고진과 같은 카리스마와 정치적 네트워크를 갖춘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존 포어맨 전 러시아 주재 영국 무관은 "바그너 그룹은 돈도 없고 리더십도 없다"라며 그들은 이제 환멸을 느낀 사람들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새무얼 라마니 러시아 분석가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효과적으로 국방부의 일원으로 만들고 당분간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국방부와 맺은 계약을 실제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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