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담대, 장점 보다 '단점'이 많은 이유[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8-28 06:00   수정 2023-08-28 11:11

1973년 발행된 100원짜리 주화가 170만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3년에는 중동전쟁으로 인해 세계오일쇼크가 일어났습니다. 오일쇼크가 발생하기 전 휘발유 가격은 L(리터)당 24원이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현실감이 없는 수치들이지만 이렇게 50년 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때문입니다. 50년 전을 생각한다면 만기가 되는 50년 후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예상하기 힘들 겁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50년 동안 상환하는 고정이자율과 적은 월 상환금이 있는 주택 융자를 말합니다. 즉 600개월입니다. 이러한 대출은 해외에서도 모기지의 괴물, 대출의 모비딕(Moby Dick)이라고 부릅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을 갚는 매우 길고 느린 형태입니다. 이는 주택가격이 점점 올라가고 주택수요자들이 월 상환액을 낮출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고 있던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처음 도입됐다고 합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15년이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고정금리 모기지이므로 대출기간 동안 이자율이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매월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불하게 되며 50년의 대출기간이 끝날 때까지 다행히 살아 있다면 공식적으로 주택소유자가 됩니다.

이렇게 긴 기간동안 빚을 져야 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주택수요자들은 보통 다음의 세가지 이유 중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합니다. 첫번째는 월 납입금이 줄어듭니다. 주택매수자들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스스로를 가두는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월 납입금을 줄이기 위해서 일 겁니다. 모기지를 장기간에 걸쳐 분산시켜 단기 대출보다 매월 적은 금액을 지불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두번째는 더 크거나 매력적인 집을 살 수 있습니다. 본인의 경제적인 여건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리려는 이유는 더 좋은(큰) 집을 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집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 담보대출 옵션을 재고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집을 사고 싶어도 15년 대출을 받을 만큼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서명하고 재정상태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때 주택을 재 융자하거나 집을 팔려는 생각입니다.

최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국내에도 도입되면서 마찬가지 이유로 흥행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이런 영향인지 7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도 820조8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원이 늘었습니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주요 관리대상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는 나이 제한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NH농협은행은 9월부터는 이 대출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오히려 대출수요는 일시적으로 폭증할 가능성 또한 제기됩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탄생한 미국에서는 연령에 따라 대출기관이 돈을 빌려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이는 차별에 해당되어 불법입니다. 물론 많은 대출기관이 매우 어리거나 매우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꺼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연령이 다른 채무자의 신청절차나 조건을 다르게 처리한다는 말이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심지어 80세 이상인 분들도 30년 모기지 상품을 받은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34세까지로 연령제한을 검토한다고 하니 미국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50대, 60대까지 역차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처럼 신용점수(300~850)로 이를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나이만으로 대출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은 좋은 대안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물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권장돼서는 안됩니다. 집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용도 더 많이 들고 더 오랫동안 대출을 갚아 나가야 합니다. LTV를 너무 강하게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주목받는 듯합니다. 금융교육을 더 강화하고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려주는 방향이 더 좋을 듯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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