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地代·rent)의 원래 의미는 토지 사용료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토지의 면적을 늘리거나 부가가치를 높이지 않고도 임대료를 올려 소득을 늘릴 수 있다. 그게 가능한 것은 토지라는 생산 요소의 공급이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토지의 이런 특성에 착안해 공급이 제한된 생산요소를 통해 공급자가 얻는 이익을 ‘경제적 지대’라고 한다. 토지 사용료를 뜻하는 말에서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또 경제적 지대를 얻기 위한 일에 자원을 투입하는 행위를 ‘지대 추구(rent seeking)’라고 한다.
택시업계가 ‘타다’와 같은 새로운 교통 서비스를 막으려고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 변호사 등 전문직 단체가 인원 증원에 반대하는 것, 기업들이 사업 인허가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정부에 로비하는 것 등이 지대 추구의 사례다. 한마디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줄여 손쉽게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가 지대 추구다.
명문대에 가기 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도 넓은 의미에서 지대 추구로 볼 수 있다. 명문대 졸업생 수는 한정돼 있고 명문대 졸업장이 좋은 직장과 원하는 조건의 배우자를 얻는 데 자격증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대 추구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려는 행위라는 점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돈을 버는 ‘이윤 추구’와 차이가 있다.
지대 추구의 배경에는 정부 규제가 있다. 토지처럼 기본적인 성격 자체가 비탄력적인 재화도 있지만, 많은 경우 공급의 비탄력성은 규제 혹은 카르텔의 산물이다. 정부가 시장에 많이 개입할수록 경제주체들은 규제를 우회해 특혜를 받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제를 만들어내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관료 집단의 속성도 한몫한다. 공공선택이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제임스 뷰캐넌(1986년 노벨경제학상)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기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봤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를 늘린다는 것이다. 때로는 공무원이 특정 이익집단과 한편이 돼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제도를 운용한다. 공무원이 이익집단의 포로가 된다고 보는 이런 관점을 ‘포획 이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타다를 금지했을 때 택시업계가 얻는 이익은 크고 직접적이다. 반면 타다를 통해 일반 시민이 얻는 이익은 상대적으로 작고 간접적이다. 따라서 대다수 시민은 굳이 택시업계와 맞서 싸우지 않고, 이 문제에 별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것을 ‘합리적 무지’라고 한다. 이익집단은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이익을 챙긴다.
공공선택학파의 경제학자들은 지대 추구의 폐해를 줄이려면 경제 활동의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대 추구와 경제 자유가 국민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증 연구’ 논문에서 178개국 자료를 분석해 경제적 자유가 지대 추구를 억제하며, 이것이 국민소득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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