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젊은 인력들의 이탈과 미충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 인력은 13만 명대. 20~30대 직원은 5만 명대로 그중에 남자 비율이 70% 정도다. 이 남성들이 갈수록 귀해지고 있다. 일선 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의 절반가량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박봉에 거친 업무가 많아 5년간 그만둔 하위직 경찰이 4000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가운데 길거리 범죄, 대낮 칼부림, 묻지마 폭행 같은 흉악범죄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둠 속으로 숨지 않고 카메라도 겁내지 않는 강력범죄는 우리 주변의 안전지대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산업화·민주화·디지털화 성공으로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한국이 뜻밖에도 ‘스릴러 코리아’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줄 누가 예상했겠나. 강력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결코 교화되지 않는 악한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범죄의 원인과 성격 모두 제각각이어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그저 열심히 예방활동을 하면서 검거율을 높이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기동성을 갖춘 현장 인력 증원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앞으로 어디서 그런 인력을 구하나. 이번 기회에 미래 소수의 청년 인력을 어떻게 사회 곳곳에 조직화할 것이며, 부족한 인력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뒤 본격화할 ‘청년인구 절벽’에 대응할 길이 없다. 군 병력 결손에 대비하려면 사전에 복무기간을 늘려놓거나, 여성 인력 활용과 모병제를 병행하거나 아니면 해외 용병을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 같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거나 재정적 부담이 큰 대안이지만 다른 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한 공론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일단 모병제가 유력한 대안이지만 충분히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뽑기 어렵다.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용병을 쓰는 이유다. 우리도 해외 용병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용병은 애국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직업 군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은 국민병을 능가한다는 실증적 사례도 많이 있다. 해외 젊은 인력들이 5년 안팎의 복무를 마치고 우리 사회에 정착한다면 청년 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적 부담도 덜 수 있다. 군에서 배우고 익힌 지식과 기술로 산업현장에 활용할 길도 있을 것이다. 군 복무기간 중에 군사훈련뿐만 아니라 첨단 통신기술, 컴퓨터 프로그램 등의 취업·창업교육까지 받는 이스라엘 청년들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한 총리의 의경 제언 무산이 아쉬운 이유는 부처 간 사전 조율이 없어서가 아니다. 어떤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 걸림돌을 만나면 그 걸림돌까지 묶어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입체적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리 직속 국무조정실은 지금이라도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골치 아프다는 이유로 중요한 의제를 미루고 회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청년 격감은 굳어진 미래다. 10년 뒤에 반드시 일어날 일이다. 다음 총리, 다음 정부로 미룰 일이 아니다. 인구구조 방향만 놓고 보면 ‘한국은 이미 망한 나라’라는 자조가 나오는 판국이다. 망한다는데 못 할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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