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만의 항공 혁명…이 드론 기업에 꽂힌 이유 [그래서 투자했다]

입력 2023-09-04 09:00   수정 2023-09-04 09:16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경 긱스(Geeks)의 [그래서 투자했다]는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이강훈 하나벤처스 수석심사역이 130년만의 항공 혁명으로 불리는 드론 기업 중에서도, 도서산간 긴급배송에 특화된 나르마에 투자한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르마는 헬리콥터와 날개가 있는 비행기의 장점을 결합한 '틸트 로터' 드론 개발에 성공해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입니다.


1903년 12월 17일. 이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라는 작은 마을에서 라이트 형제는 12초 동안의 짧은 비행에 성공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 속 이카루스가 그랬듯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꿈이 마침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30년이 흐른 지금 항공의 역사에 또 한 번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드론이다. 단돈 몇만 원이면 나만의 드론으로 촬영, 레이싱 등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교통 체증 없는 드론 배송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이 강력한 비대칭 전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드론 시장의 아킬레스건

드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드론 산업 전문 조사기관인 드로니는 글로벌 드론 시장이 2026년 413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글로벌 드론 물류 시장이 2030년 18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자도 드론 시장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그 결과 도심에서 항공기를 활용해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UAM)이 부상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단기적으로 기술적, 경제적, 제도적 문제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드론 시장의 과도기에 사람보다는 화물, 도심보다는 도서·산간 지역, 일반 배송보다는 특수·긴급 배송에 먼저 드론이 적용될 것이다. 이들 영역에서 충분한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이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은 분명하다. 하나벤처스가 나르마에 투자한 이유다.


나르마와의 우연한 만남
2022년 초 필자는 소재·부품·장비, 그중에서도 슬슬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던 항공·우주 영역에서 하향식으로 훌륭한 기업을 찾기 시작했다.

다방면의 리서치 결과 나르마를 발견하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1호 연구소 기업이라는 점과 훌륭한 이력을 가진 권기정 대표에게 많은 관심이 갔다. 아직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기업은 아니었기 때문에 연락처를 구할 수 없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메일 주소로 콜드 메일을 보냈다. 퇴근 시간 이후에 연락했음에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답변이 와 인상적이었다.



아쉽게도 나르마와의 첫 만남은 업무 일정 등 여러 사정으로 짧게 끝났다. 회사 소개 자료를 받고 드론 산업을 이해하는 차원 정도로 넘어갔다. 반년 정도 지난 후 다시 연락했다. 이번엔 투자 유치에 대한 니즈가 있어 곧바로 대전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투자 검토에 착수했다.
'틸트로터'라는 차별화된 기술력

일반적으로 드론이라고 하면 로터가 4개 달린 쿼드콥터 형태를 떠올리기가 쉽다. 쿼드콥터를 포함한 멀티콥터 분야는 대칭 형태로 기계적 구조가 간단하고, 전후좌우 비행이 자유로우며 호버링(제자리 비행)에 강점이 있어 촬영 드론에 적합하다.

이런 멀티콥터 드론 시장에서 중국의 DJI는 2022년 기준 30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70% 이상을 점유할 정도다. 가격,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사실 국내 스타트업이 도전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움이 있는 분야다.

하지만 필자는 드론을 도서·산간 지역, 긴급·특수 화물 배송의 목적으로 봤기 때문에 비행 거리, 속도, 내풍성, 적재량 등을 더욱 중요한 요소로 판단했다. 나르마의 틸트로터 드론이 이러한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본 이유다.



틸트로터는 로터 블레이드의 회전축을 기울일 수 있어 수직 상태에서는 헬리콥터처럼 수직이착륙을, 수평 상태에서는 날개를 사용하는 고정익기처럼 고속,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추진 방식이다. 헬리콥터와 고정익기의 장점을 모두 갖춘 방식이기 때문에 도서·산간 지역, 긴급·특수 화물 배송을 하는데 최적의 형태다.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르마는 단 두 개의 로터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처음 대전을 방문한 날 사무실에서 짧은 미팅을 마친 후 시험장으로 이동해 실제 틸트로터 드론의 비행을 감상했다. 아마 이때 투자를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다.

다음 과제는 수소연료전지 드론 개발

나르마는 지금까지 경남 통영-사량도 간 13km 구간에서 긴급 혈액 배송을 100회 이상 수행했으며, 대전에서는 건양대학 병원-충남대학병원 간 도심 10km 구간에서 응급품 배송을 25회 수행하였다. 동사가 소재한 대전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드론특별자유화구역(드론특구)에 1, 2차 모두 선정되는 등 드론 관련 인프라가 뛰어나, 나르마를 비롯한 드론 기업들이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나르마의 다음 과제는 수소연료전지 드론 개발과 글로벌 진출이다. 수소연료전지 드론은 지난 6월 첫 비행을 성공한 이후 비행 거리를 늘리기 위한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이 있는 기술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르마의 틸트로터 드론에 관심이 많아 북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데모 비행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장의 개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New AeRo Mission Accomplishment' 라는 뜻의 NARMA 사명처럼 새로운 항공 분야를 개척하는 나르마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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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 하나벤처스 수석 심사역 l 한성과학고와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를 졸업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초기부터 참여해 다수의 특허 및 설계 개선을 이뤄냈다. 2019년에 벤처캐피탈 업계에 입문해 케이런벤처스를 거쳐 하나벤처스에 합류한 이후 드론 기업 나르마 뿐만 아니라 초소형 위성 개발 기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 첨단 하드웨어 분야에 투자했다. QA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에이치비스비스, 클라우드 보안기업 테이텀, 매장 데이터 솔루션 ‘앳트래커’를 운영하는 누벤트, 결제 인프라 페이민트 등 혁신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를 진행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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