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광물자원 전쟁에…'도시광산' 깃발 꽂는 기업들 [긱스]

입력 2023-09-05 09:48   수정 2023-09-06 09:26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든 것의 전기화가 진행되면서 리튬, 희토류 등 광물자원의 몸값이 치솟고 있습니다. 기존 광물자원 채광은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기존 채광 방식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도시광산'입니다. 산업 폐기물로부터 가치 있는 금속자원을 추출해서 산업원료로 재공급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사 인비저닝파트너스의 정광우 수석 심사역이 도시광산 시대에 주목받는 기술 기업을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소개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탄소중립 과제를 충실히 이행할수록 에너지 분야의 탄소배출 비중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매년 전기차(EV)가 늘고 모든 화석연료 기반의 동력 시스템을 '전기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모든 것의 전기화(electrification for everything)'가 탈탄소 전환의 전제가 되면서, 이와 관련된 공급망부터 국제 정세까지 큰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돌풍의 중심에는 광물자원이 있다. 광물자원은 전기화 흐름으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철, 구리, 아연, 금과 같은 대표적인 금속자원 외에,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 망간, 코발트, 니켈, 더 나아가 희토류에 이르기까지…주요 광물자원의 수요와 가격은 매년 몇 배씩 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의 채광 방식으로는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울뿐더러, 채광과 그 이후 일련의 제련 활동이 다량의 탄소배출과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광물자원의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최근 특히 화두가 되는 리튬을 예로 들면, 글로벌 리튬 총생산량 중 52%가 호주에서 나오고, 칠레가 26%, 중국이 13%로 그 뒤를 잇는다. 그런데 채취한 광물을 제련하고 가공하려면 현실적으로 중국을 거칠 수밖에 없다. 전체 리튬 제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실제 호주에서 생산된 리튬의 85%가 중국으로 수출됐다.

희소광물자원(희토류)의 경우 이러한 쏠림 현상이 훨씬 심하다. 전체 희토류 채광의 58%, 희토류 제련의 약 90%가 중국으로부터 나온다. 20세기 말부터 여러 복합적인 환경 영향의 이유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자국 광산에서 희토류를 직접 채취하는 활동을 엄격히 규제해왔다. 이와 달리 관련 규제를 두지 않던 중국이 희토류 광산 개발부터 이후 정제, 가공,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는 모든 밸류체인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것이다.

기존 채광 방식의 한계

팩트 1. 끓는 지구
2023년 7월, 유엔(UN)은 지구 온난화의 시대를 지나 지구 열대화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선언했다. 탄소 집약적인 기존 방식을 유지할지 말지는 적어도 인류에게 의미 없는 논쟁이 된 지 오래다.

채광 분야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7%를 차지한다. 채광 활동과 이를 위한 에너지 사용은 1% 정도를 차지하고, 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메탄의 탈루 현상이 나머지 3~6%를 야기한다. 탈루란 화석연료의 채광, 정제, 운송하는 여러 과정에서 메탄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채취한 석탄 등의 연소를 비롯한 간접적인 영향까지 따져보면 채광의 직간접적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8%에 달한다. 탈탄소 이행은 밸류체인의 관점에서 재인식될 필요가 있다.

팩트 2. 귀해지는 물 자원
채광 과정에서 쓰이는 물 자원과 폐수도 간과할 수 없다. 채광 과정에서 하루에 40억 갤런(약 150억 리터)의 물이 쓰인다. 전체 물 사용량에서 채광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주로 어떤 물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그 물이 어떻게 버려지는지 주목해야 한다.

채광에 쓰이는 물 자원의 72%는 지하수를 끌어 사용하고, 이외 활용하는 지표수의 경우, 77%가 민물이다. 기후변화가 심화할수록 깨끗한 물이 그 무엇보다 귀해질 것이기 때문에, 채광의 물 사용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실제 현존하는 전 세계 주요 광산 지역은 극심한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되었고, 그 수준은 매년 악화하고 있다. 구리 광산으로 유명한 칠레는 현재 구리 생산지의 80%가 사막에 가까운 극심한 물 부족 지역에 해당한다.

광물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깨끗한 물과 함께 주로 황산과 황산암모늄과 같은 강력한 화학물질이 쓰인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폐수 처리가 꼭 필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구축하거나 폐수를 재활용하는 곳은 드물다. 결국 폐광 시점이 되면 각종 화학 물질로 토양 오염도가 높아진 상태라 해당 지역을 복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중대한 환경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국가에 공급망이 쏠리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기존의 방식은 결국 지속할 수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크다.

팩트3. 기존 생산 방식의 비효율
모든 환경 영향을 차치하고도 기존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나마 접근성이 쉬운 광산은 이미 대부분 개발된 상태고, 지각 위에 남아 있는 광산 대부분이 접근이 어려운 곳들이다. 이를 채굴하고 수송하고 제련하고 가공하는 일은 여전히 위험도가 높은 노동환경에 속한다. 일례로, 코발트 생산이 주로 이루어지는 콩고와 같은 국가에서는 아동 노동력 착취와 극도로 위험한 노동환경의 이슈가 오랜 기간에 걸쳐 제기돼왔다.

주요 광물자원은 이미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고, 글로벌 공급망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러한 공급 불균형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주요 광산을 보유한 국가들이 환경 영향으로 금지했던 채광 활동을 확대하려는 궁리도 했으나, 이는 생존에 관한 본질적인 목표를 역행하는 일인데다 어차피 광물자원을 가공하려면 중국행을 피할 수 없다.
도시광산의 부상

이렇게 복합적인 채광 분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아이디어가 ‘도시광산'이다. 도시광산은 산업폐기물로부터 가치 있는 금속자원을 추출해서 산업원료로 재공급하는 산업을 이른다. 1980년 일본 도호쿠 대학 선광 제련연구소 난조 미치오가 주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이후 일본은 금속자원 회수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일반적인 광석 1톤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의 양이 5~30g 정도인데, 전자제품 1톤에서는 무려 200g의 금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희토류의 경우 문자 그대로 극소량의 물질이 토양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순수 자연으로부터 특정한 양을 모으려면 대량의 토양에서 추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해마다 늘고 있는 전자제품 폐기물, 기존에는 가치 없는 부분으로 여겨졌던 광물 찌꺼기(광미), 버려진 폐광 등에 남아있는 광물자원을 추출하고 회수하는 기술에 이목이 쏠린다.
소금물 호수에서 광물자원을 회수
배터리부터 세라믹 소재, 약제 등에도 널리 쓰이는 리튬은 광산에서 채굴하거나 염호(brine, 바닷물보다 염도가 높은 내륙의 호수)를 증발시켜 얻는다. 리튬 광산이 호주에 밀집된 데 반해 리튬 염호는 주로 칠레, 아르헨티나 쪽에 분포한다.

리튬 광산에서는 일단 광석을 채취한 후 황산 등의 용액으로 녹여서 리튬을 추출한다. 반면 리튬 염호에서는 대개 염수를 넓은 표면의 연못에 가두고 오랜 시간 태양광을 받게 하는 자연 증발 방식을 쓴다.

문제는 이렇게 리튬을 채취하는 데 대략 1~2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효율성의 문제로 그간 광산에서 리튬을 채취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어 왔지만, 매장량 고갈이 예상되면서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방법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그룹이 아르헨티나 소재 리튬 염호에 투자하고, 호주 리튬 광산 기업인 필바라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리튬 생산시설 확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분리막(membrane)을 활용해 염호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direct lithium extraction) 여러 기술도 등장했다. 다만 전처리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많은 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요소다.

미국 스타트업인 라일락솔루션(Lilac Solutions)은 이런 직접 추출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이온교환막 기술을 선보였다. 이온 수지 교환법은 탱크 속에 이온교환을 촉진하는 작은 구체(beads)를 가득 채운 다음, 염수를 통과시켜 리튬 이온이 구체에 접착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기존 증발 생산 방식의 리튬 회수율이 40%에 불과한 데 비해, 이온 수지 교환법을 활용하면 2시간 만에 80%의 리튬을 회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미국 기업 리시오스는 고농도의 리튬 염수에서 고유한 전기분해 방식으로 리튬을 분리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낮은 에너지로 전기분해 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소할 수 있고, 화학물질이나 물 자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리튬을 뱉는 클로렐라

한국 기업인 그린미네랄은 리튬 광산의 폐수 또는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액에서 잔류 리튬을 회수한다. 독특하게 유전자 조작 클로렐라를 활용하는 ‘생물학적’ 습식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클로렐라가 폐수 내 리튬을 흡수하고 리튬 탄산염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그린미네랄은 연구실 환경에서 폐수 내 리튬을 70% 이상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제품 개발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고농도 폐수에서 리튬을 회수하려는 시도가 많은데, 이 기업은 경우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낮은 농도의 폐수나 폐액에서도 잔류 리튬을 회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클로렐라를 배양할 때뿐만 아니라 생광물화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탄소 상쇄 관점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폐광에서 희토류 회수

자원 쟁탈의 정점에 선 희토류에 집중한 스타트업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기반의 피닉스 테일링스는 알루미늄 원광에서 알루미늄을 가공할 때 생성된 폐기물을 친환경 방식으로 정제하여 희토류를 생산한다.

고체와 액체가 섞인 찌꺼기 상태의 원광 폐기물을 전처리한 후, 고유한 전기분해 기술로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터븀(Tb)과 같은 고부가가치의 희소 광물자원을 얻는다. 네오디뮴은 영구자석의 핵심 소재이며, 이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등을 만드는 필수 소재다. 디스프로슘과 터븀은 네오디뮴 자석의 성능을 대폭 향상하는 물질로 주로 쓰인다.



피닉스 테일링스의 희토류 회수 기술은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고, 기존 열에너지 기반의 전기분해 기술 대비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현저히 줄인 공정 설계가 특징이다. 전례 없던 기술임에도 이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모듈화된 솔루션이기 때문에 도시광산의 개념을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미국 에너지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요도가 높은 주요 광물자원 중 리튬, 망간, 니켈은 현재 공급 위험도가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 등의 희토류는 이미 공급망 위험도가 높은 상태에 놓여있다. 향후 10년 내 언급한 광물자원의 공급 위험도가 ‘매우 높은’ 상태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산업계에서는 도시광산의 확산이 기존 채광 산업의 문제와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다만, 기후 시대의 도시광산 경쟁은 단순 수율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누가 더 압도적으로 적은 에너지로, 총체적인 환경 영향을 줄이면서도 더 나은 수율을 달성하느냐가 새로운 규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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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우ㅣ 인비저닝파트너스 수석심사역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프라이빗 에쿼티 운용사에서 근무하며 상장주식, 벤처캐피탈, 성장자본 투자를 아우르는 다양한 해외투자 경험을 쌓아왔다. 임팩트 투자사 인비저닝 파트너스에 합류하기 전 퍼시픽브릿지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라자드자산운용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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