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부모 민원을 받지 않는 완벽한 교사입니다"

입력 2023-09-06 15:48   수정 2023-09-06 16:10


"저는 학교에서 업무는 물론 학급 운영 또한 잘한다고 소문난 교사입니다. 가장 민원 많고 문제아들 많은 학년에 내가 갑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이 1년을 보낼 수 있고 학생, 학부모, 관리자 모두 만족합니다. 내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교사가 될 수 있었는지 진작 공유했으면 모두가 편했을 텐데 하는 마음에 지금이라도 글을 씁니다."

현직 교사들이 서이초에서 숨진 교사의 추모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신이 '완벽한 교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공유했다.

교사 A 씨는 지난 4일 한 교육 커뮤니티에 "첫 발령 때 신규교사답게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회상했다.

첫 번째로 받은 민원은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많이 했다가 '우리 아이가 선생님을 무서워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A 교사는 이에 대한 조치로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안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A 교사는 숙제도 많이 내고 일기도 매일 쓰게 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 있으면 나머지 공부까지 시켰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이 학원 공부에 지장 있다'는 민원이었다.

그는 "이후 나는 일기와 숙제, 나머지 공부시키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내 월급으로 반 전체에 피자를 돌리고 수업 시간에 떡볶이 화채 빙수 샌드위치 등 요리도 해 먹다가 식중독 걸리면 어쩔 거냐는 민원을 받았다"면서 "이후 교실에서 어떤 간식도 제공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A 교사 학급에 계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는 매뉴얼대로 신고했지만 아이어머니는 학교에 찾아와 항의하고 A 교사는 경찰서에 2번이나 가서 진술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계속 연락해야 했던 A 교사는 "앞으로는 아동학대 신고를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한 학생 어머니가 전화해서 학교에 서운하다는 투로 얘기하길래 학생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더니 다음 날 학생 아버지가 교장실에 찾아와 화를 냈다"면서 "이후 학부모 상담할 때는 '잘하고 있습니다',' 교우관계 좋습니다', '수업 태도 좋습니다' 등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게 됐다"고 했다.

A 교사의 학급에도 드디어 '금쪽이'가 왔다. 그 아이는 매일 소리 지르고 다른 아이들에게 욕하고 수업 시간에 뛰쳐나가기를 반복했다. A 교사가 이를 제지하면 금쪽이는 '제가 안 하면 어쩔 건데요'라고 말했다. A 교사는 "나는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안 하는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게 됐다"고 적었다.

A 교사의 해결책은 수업을 적게 하고 노는 시간을 대폭 늘리는 것이었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수업은 항상 빨리 끝내고 쉬는 시간은 많이 주죠. 아이들이 싫어하는 건 절대하지 않고 학부모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합니다. 청소도 내가 혼자 한 지 몇 년 됐습니다. 수업이 힘들지 않으므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A 교사의 남다른 노력(?) 덕분에 그는 특수한 민원 제외하고는 민원을 안 받은 지 몇 년이 됐다.

학교에서는 학급관리 잘하고 학부모와 관계 좋고 업무 잘하는 완벽한 교사라는 평가받는다고.

그는 "작년에도 최고 문제가 많은 학년을 맡았는데 단 한 번도 사건·사고가 없었다"고 자평했다.



해당 글에 또 다른 교사 B 씨는 "진짜 부끄러운데 저도 민원 고소 고발 한 번도 안 받은 교사다"라고 운을 떼며 "저도 문제 있는 아이들을 지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공감했다.

B 교사는 "자는 아이 절대 깨우지 않고 하교 후 길에서 담배 피우고 화장하는 아이들을 봐도 다른 곳으로 피해 간다. 마주치면 어쩔 수 없이 훈육해야 하니까"라며 "담배 피우는 아이를 훈육한다고 어떤 학부모가 항의하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자로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고소·고발 당하느니 이렇게 사는 쪽을 택했다"면서 "한 집안의 가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더 좋은 선생이라고 평가받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글을 맺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던 지난 4일 부산 지역에서도 초·중·고등학교 교사 1500여명이 검은색 옷을 입고 부산시교육청에 모여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처참한 교권 침해 사례를 고발했는데 한 교사는 "2014년 고교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제자가 제 텀블러에 오줌을 넣은 줄도 모르고 두 차례나 마셨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경찰 조사를 요구했지만, 만 16세가 되지 않으면 학부모의 동의해야 하는데 동의를 받지 못해서 오줌 샘플을 받지 못했다고 했고 결국 유야무야 넘어갔다"면서 "서초구 교사보다 나는 운이 좋았다.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 교단에 배신감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외쳤다.

연단에 오른 교사들의 이야기에 참석 교사들과 시민은 눈물을 훔쳤고, 일부 교사는 오열했다.

이들은 "교사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아동학대 관련 법을 당장 개정해야 하고 살인적인 악성 민원은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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