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세계 3대 악단과 韓 찾는 '건반의 신'

입력 2023-09-10 18:36   수정 2023-09-11 00:24


협주곡(콘체르토)의 어원은 ‘경쟁하다’ ‘협력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콘체르타레’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자는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며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대등한 관계란 얘기다.

그래서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빈필하모닉(7일)·베를린필하모닉(12일)·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11일) 등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대전’을 이들과 호흡을 맞출 피아노 협연자 관점에서 논평한다. 어떤 피아니스트가 어떤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추는지, 이들이 좋은 하모니를 낼 조합인지 등을 따져본다는 얘기다.

‘대진표’는 이미 나왔다. 빈필은 중국의 대표 피아니스트 랑랑(41)과 한 팀이 됐고, 베를린필은 ‘한국이 배출한 세계 최강’ 조성진(29)과 손을 맞춘다. RCO는 노련한 터치로 정평이 난 예핌 브론프만(65)에게 지휘자 옆자리를 내준다.
‘황금빛 사운드’와 기교의 만남
랑랑의 트레이드 마크는 화려한 테크닉과 무대 장악력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피아니스트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변방인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가 10년 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랑랑의 쉼 없는 노력과 이에 따른 ‘변신’이 자리잡고 있다.

랑랑은 20~30대엔 속주와 쇼맨십으로 팬을 끌어모으며 몸값을 높였다. 하지만 과도한 감정 표현과 작곡가의 의도와 너무 다른 해석으로 자주 클래식 음악인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피아니스트가 아닌 퍼포머나 엔터테이너”란 평가가 붙었다.

하지만 2020년 발간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음반을 계기로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는 “기교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줬던 랑랑이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 이후 화려함보다는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찾으려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랑랑은 이번 빈필과의 무대에서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빈필의 ‘기민한 사운드’와 랑랑의 날렵한 손놀림이 어떤 화음을 빚어낼지에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성진과 베를린필의 검증된 조합
랑랑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지닌 중견 피아니스트라면 조성진은 임윤찬과 함께 한국에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지닌 젊은 연주자다. 조성진은 랑랑과 달리 처음부터 ‘정통파’의 길을 걸었다. 2015년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세계 여러 무대에 올랐다. 그의 연주는 다른 피아니스트들이 표본으로 삼을 만큼 정석에 가깝다.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훌륭한 피아니스트”라고 칭찬했을 정도다.

대표곡은 쇼팽, 드뷔시, 라벨 등 프랑스 곡에서 헨델, 구바이둘리나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베를린필과는 여러 차례 손발을 맞췄다. 첫 무대는 2017년이었다. 원래 협연자였던 랑랑이 건초염으로 무대에 서기 힘들게 되자 ‘대타’로 나섰는데, 이게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베를린필의 ‘러브콜’을 받는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가 됐다. 이번 무대에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연주한다.
유럽 악단과 미국 협연자의 ‘궁합’
3대 악단 중 가장 개성 있고, 독보적인 색채로 유명한 RCO는 소련 태생 이스라엘계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과 손을 맞춘다. 브론프만은 1989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2년 뒤 미국 음악인 최고의 영예인 에이버리 피셔상을 수상했다.

그는 힘과 기교, 섬세함을 두루 갖춘 연주자로 정평 나 있다. 1997년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앨범으로 그래미상도 받았다. RCO와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함께 연주한다. 국내 무대에 자주 오르지 않았던 네덜란드 최고 오케스트라와 미국의 대표 피아니스트가 어떤 궁합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공연업계 관계자는 “랑랑과 조성진, 브론프만은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이지만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추는 이 시대 최고 피아니스트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세계 3대 오케스트라와 보여줄 시너지에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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