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갈색'으로 변했는데…"물 주지 말라" 금지령 내린 나라

입력 2023-09-07 12:29   수정 2023-09-07 13:39



캐나다 밴쿠버하면 떠오르는 녹색 잔디밭이 당분간 못볼 전망이다. 산불 가뭄 폭염 등 기후 변화로 물 부족 위기가 심화되면서 물 먹는 하마로 알려진 잔디에 물 주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한때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고 사회적으로 추앙받던 녹색 잔디가 지금은 무책임하고 낭비적이며 이기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밴쿠버가 있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주)는 몇년간 극심한 폭염 폭우 홍수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기록적인 산불로 홍역을 겪었다. 현지 정부와 주민 모두 기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주내 34개 강 가운데 23곳이 올 여름 가뭄 수준인 4, 5등급(최고 등급은 5등급)에 이르렀다. 이에 BC주는 지난달초 물 주기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스트 밴쿠버에 살고 있는 모포풀로스씨의 집 앞마당 잔디는 거의 죽었다. 풀은 갈색으로 변해 썩어가고 잡초와 클로버와 섞여 반녹색을 이룬다. 이러한 관리 부족은 고의적인 것이지 과실이 아니다. 그는 잔디에 마지막으로 물을 준 게 6월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변화를 생각하면 잔디에 물 주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곳의 여름은 점점 더워지고 밴쿠버는 비가 내리는 도시지만 점점 물을 천연자원으로서 보전할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포풀로스씨가 살고 있는 이웃 주민 대부분 올 여름 잔디가 죽도로 내버려두면서 물 주기 금지 조치를 준수하고 있다.

요즘 밴쿠버는 눈이 덮인 산, 깨끗한 해변, 잘 가꾸어진 공원, 특히 ‘녹색 오아시스’로 유명한 스탠리파크 등 아름다운 자연으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모습과 달리 먼지 투성이의 갈색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주택 소유자들은 오랫동안 폭염과 건기때 엄격한 물 주기 규칙을 준수했지만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원과 공공장소는 대체로 푸른 잔디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8월 한달간 400건에 가까운 산불이 덮치면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수목을 보존하기 위해 물을 최소한으로 주는 것을 제외하고 250개 공원 잔디에 물 주기를 모두 멈추고 분수와 같은 공공수도 시설도 차단했다.

지난 7월말 밴쿠버 잉글리시 베이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서 수천명의 관중이 죽어가는 잔디 위를 밟고 돌아다니자 땅은 거의 흙으로 변했다. 이런 미적 변화는 허영심보다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도시를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갈색 잔디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이스트 밴쿠버 곳곳에는 여전히 녹색 잔디가 있는 집들이 있다. 한 주민은 스프링클러 헤드에서 최소한의 수압으로 물을 흐르게 하고, 마당 전체로 움직이면서 단속에 눈에 띄지 않게 잔디에 물을 줬다.

밴쿠버는 물을 낭비하는 위반자를 적발해 처벌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담당관이 도시를 순찰하고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추적에 나선다. 지난 5월부터 8월 말까지 당국은 총 682장의 경고문과 479장의 위반 딱지를 발행해 최대 500캐나다달러(약 48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밴쿠버의 사례는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미국처럼 잔디가 갈색으로 변하거나 가뭄에 강한 식물을 심거나 인조 잔디를 사용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게 일반적이다. 몇몇 밴쿠버 지역의 지방 자치 단체들은 150캐나다달러의 기프트 카드 상금을 걸고 못생긴 잔디밭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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