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가 자원이다"…격화되는 카본테크 기술 경쟁 [긱스]

입력 2023-09-27 16:42   수정 2023-10-02 09:17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멀게만 느껴졌던 탄소 포집 기술이 가속 페달을 밟으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수준에서 벗어나 탄소를 활용한 건축 소재나 항공유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가파른 기술 진화의 이유는 돈이 몰리고 있어섭니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물꼬를 텄습니다. 배수현 인비저닝파트너스 이사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카본테크 기술 트렌드와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현재 탄소배출 감축량과 가용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2050 탄소중립' 달성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최소한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잠재성 영역에 머무는 다양한 기후 솔루션이 더 빨리 가용한 수준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훨씬 더 과감한 연구, 자본, 정책이 투입돼야 한다. 둘째, 인류가 활동을 멈추지 않는 한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므로, 끝내 줄이지 못한 탄소를 공기 중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첫 번째 할 일을 두고 많은 이들이 인식과 실행 사이의 문턱에 걸터앉는 동안, 두 번째 할 일은 앞선 누군가가 이제 막 시동을 거는 참이다.

배출된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필요할 때 활용하거나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은 넷제로 선언이 본격화된 2~3년 전만 해도 아직은 먼 기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결국 주요 온실가스 배출 영역에서 탄소 포집이 핵심이자 필수적일 것이라는 과학계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과 인프라 법이 길을 트면서 가능성으로만 설명되던 이른바 카본테크(carbon tech)에 엄청난 자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탄소 포집 기술, 가속 페달을 밟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CCUS는 2050년을 기점으로 철강 산업 탄소 배출량의 25%, 시멘트 산업 탄소 배출량의 63%를 저감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화학 분야에서는 31%, 에너지 분야에서는 13%의 기여치가 예측됐다. 바꿔 말하면 이제 막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하기 시작한 미성숙한 기술이 앞으로 30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내에 상당량의 탄소 감축을 감당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IRA가 2022년 8월에 입법된 이후 394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데 투입됐다. 이 중 2160억달러는 직접적인 세제 혜택으로 지원돼 더 큰 민간투자를 견인하는 중이다.

2022년 말 미국 에너지국(DOE)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DAC(direct air capture)' 허브 4곳을 구축하는 데만 35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2020년까지 탄소 포집 비용 절감, 탄소 활용, 지중 저장 등의 분야에 약 2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상태였다. 에너지국은 이에 더해 CCUS 전용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나섰다. 탄소 포집 비용을 2030년까지 톤당 30달러 수준으로 내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파일럿 규모의 실증을 거친 여러 후보 기술을 통해 탄소를 전력 생산에 활용하거나 시멘트, 철강, 수소, 에탄올 등의 산업 원료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탈피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골자로 하는 ‘리 파워 EU(REPowerEU)’ 계획과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5% 감축하자는 ‘핏 포 55(Fit for 55)’ 정책에 근거하여 지난 3년간 매년 10억유로 이상을 CCUS 분야의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

이러한 정책적 기조가 선명해진 2022년 12월, 캐나다의 탄소 포집 기술 기업인 스반테(Svante)가 미국의 석유 기업인 셰브런 등으로부터 3억 달러가 넘는 시리즈 E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정세가 불안해지고 자본 시장이 경색된 시점에 이룬 성과였다. 또 한편으로는 개화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리라 예상되던 분야가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로 얼마나 빨리 전환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카본 테크의 진화
실제 2022년을 기점으로 밸류체인의 시작점에 해당하는 탄소 포집 관련 기술부터 다변화가 일어났다. 산업 공정에서 배출되는 고농도의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진화하는 한편, 기존에는 효율성의 한계가 컸던 공기 중 직접 포집(DAC) 분야에도 새로운 접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애브노스(Avnos)는 공기 중의 물 분자를 탈습하는 과정에서 얻은 열과 물을 활용해 기존보다 아주 낮은 에너지로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영국의 오리즌카본솔루션(Origen Carbon Solutions)과 미국의 에일룸카본(Heirloom Carbon)은 생석회(lime, CaO)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이산화탄소와 결합하는 자연 반응을 활용한 포집 기술을 선보였다.

이처럼 차세대 포집 기술이 등장하고 각각의 요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산화탄소 톤당 포집 비용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경제성을 더 빠르게 갖추려면 포집 이후 활용 분야의 기술이 후방을 받쳐주어야 한다. 포집한 탄소로 만들어내는 최종 산출물의 수요가 보장되어야만 탄소 포집도 시장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탄소를 입은 건축 소재
포집한 탄소를 가장 발 빠르게 활용하기 시작한 곳은 건축 소재 분야다. 가장 널리 쓰이는 소재인 시멘트의 경우, 기존 생산 기술의 특성상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시멘트를 만들려면 우선 석회석을 캐야 하는데 당연하게도 여기서부터 탄소배출이 일어난다. 석회석을 1450도 이상의 고온으로 구워서(소성) 중간물질인 클링커(clinker)를 만드는데 이 단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이 가장 심각하다. 클링커에 석고 등을 섞어 분말로 만든 것이 시멘트고, 여기에 물과 모래, 자갈 등의 골재를 섞으면 우리가 아는 건축 자재인 콘크리트가 된다.

미국 기업인 솔리디아(Solida)는 포집된 탄소를 시멘트 클링커에 첨가해 저탄소 콘크리트를 만든다. 시멘트를 콘크리트로 만들 때 양생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때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콘크리트의 강도와 성능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리던 양생 시간을 하루로 대폭 단축할 수도 있다.

솔리디아는 시멘트 클링커를 만들 때도 기존 대비 낮은 온도로 소성하여 이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 발생량을 최대 30%까지 감축했다. 통상적으로 콘크리트에 수분을 넣어 천천히 양생하는 습윤 양생법이 널리 쓰이는데, 이를 이산화탄소로 대체하면 연간 3조 리터의 물 자원도 아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미국 기업인 카본큐어 테크놀로지(CarbonCure Technologies) 역시 포집된 탄소를 콘크리트 양생에 활용한다. 차별점은 콘크리트 생산 시설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는 것인데, 콘크리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바로 포집해서 양생 과정에서 재주입한다.

글로벌 기술 경연인 카본 엑스프라이즈(Carbon XPRIZE)에서 최종 우승을 하며 저탄소 콘크리트 업계 대표주자로 떠오른 카본큐어는 지난 7월, 스위스 소재 임팩트 투자사인 블루어스캐피털, 브렉스루 에너지 벤처스, 삼성물산, 아마존의 기후펀드 등으로부터 80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의 에콘크리트(ECOncreate), 미국의 알케미 인바이런멘탈(Alkemy Environmental), 미국의 블루플래닛(Blue Planet) 등 차세대 스타트업이 포집된 탄소를 더 나은 건축 소재로 탈바꿈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속할 수 있는 항공유와 산업원료
건축 소재에 이어 최근엔 항공 연료 분야가 카본테크의 주역으로 급부상 중이다. 항공 산업의 주된 탄소 배출원은 항공 연료인데, 이 화석연료 기반 동력을 전기로 전환하기 까다로운 수송 수단이 항공기다. 적재 무게가 운항 효율에 미치는 영향이 큰 탓에 배터리가 요구되는 전기나 고압 탱크가 필요한 수소와 같은 친환경 동력원을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 세계 항공사들이 탄소중립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도입하고 나선 것이 지속 가능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다.

글로벌 항공업계는 2030년까지 전체 항공연료의 10%를 SAF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략 100억 갤런의 SAF가 생산되어야 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여기에 올해 4월, 유럽에서 SAF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유럽 의회, EU 이사회와 집행위 간에 합의를 이루면서 힘을 보탰다. 이 법안이 최종 승인을 거쳐 확정되면, 유럽 내 전체 항공유 중 SAF의 의무 사용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데, 2025년 2%, 2030년 6%, 2035년 20%, 2040년 34%, 2050년 70%로 명시됐다 .


SAF 생산 기업으로는 지난 2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란자텍(Lanzatech)이 대표적이다. 란자텍은 포집된 탄소를 에탄올로 전환해 이를 생활용품, 의류, 패키징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산업 원료로 공급하거나, 에탄올 단계에서 추가 공정을 거쳐 SAF를 생산한다. 특히 SAF 사업 부문을 2020년 란자젯(LanzaJet)이라는 이름으로 분사한 후, 상업 스케일로 확대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영국 교통부로부터 30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아 폐기물 기반의 저탄소 에탄올로부터 연간 7만9000톤의 SAF를 생산해내는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

지난해 6월에는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이 미국 스타트업 디멘저널에너지(Dimensional Energy)에 투자하면서 향후 20년간 3억 갤런의 SAF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디멘저널 에너지는 산업공정 또는 대기로부터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재생에너지와 고효율 촉매로 분해하여 SAF와 산업 원료로 쓰이는 합성가스(syngas)를 생산한다. 연료 변환을 위해 추가하는 수소 역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수전해 방식을 통해 얻은 그린수소(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수소)와 합성하여 완전한 네거티브 탄소배출을 추구한다. 지난 4월에는 초음속 여객기 개발사인 붐 수퍼소닉(Boom Supersonic)이 디멘저널에너지가 생산한 SAF를 프리미엄 가격에 구매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

이외에도 미국의 트웰브(Twelve),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분사 창업한 OXCCU도 포집된 탄소를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SAF로 전환하는 스타트업들이다. 최근 알래스카 항공, 마이크로소프트, 쇼피파이 등이 트웰브가 미국 워싱턴주에 새로 설립할 공장에서 생산될 수백만 달러 규모의 저탄소 항공연료를 선구매할 계획을 밝혔다. OXCCU는 지난 6월 클린에너지벤처스, 아람코벤처스 등으로부터 2270만달러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면서 카본테크 열풍을 고조시켰다.
카본테크가 제 몫을 다하려면
카본테크를 향한 높은 관심을 탄소중립의 동력으로 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요의 보장'이다. 개념 증명을 통해 충분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만한 기술로 판단되면 이를 적극적으로 고도화하고, 경제성을 달성하기 전까지 이와 관련된 산업계에서 적극적인 수요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탄소의 포집, 저장, 활용이 각기 분절될 때의 가치는 제한적이지만, 뒷부분의 수요가 보장되면 전체 밸류체인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 탄소 포집 및 자원화는 오히려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영역이기 때문에 종합적인 관점에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기회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에선 예측불가능한 공급망 이슈가 발생하고 그때마다 자원의 무기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연료나 원자재 수급에 따라 큰 경제적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계는 앞으로 더욱 치열한 협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제조 기업이 탄소 자원화 기술로 필요한 원자재를 수급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자사의 탈탄소 전환뿐만 아니라 공급망 이슈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카본테크 기업들도 정책 지원이나 산업계의 투자에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다. 탄소 포집 및 자원화 기술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해당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최종 제품의 부가가치가 낮아서는 곤란하다. 품목뿐만 아니라 품질 역시 중요하다. 탄소로 만든 최종 제품이 대체해야 하는 기성 제품보다 최소한 동일하거나 더 나은 품질을 구현해야 한다. 최근 탄소 자원화 기술이 수소 연료와 함께 주목받게 된 이유는 기존 제품을 일부 또는 전부 대체할 만한 품질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카본테크 역시 여느 기후 테크와 같이 자원 순환의 완결성이 요구된다. 배출된 탄소를 원료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치환한다는 것을 넘어, 그 모든 공정과 쓰이는 에너지를 기존보다 환경 영향 측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방식, 더 이상적으로는 네거티브 탄소배출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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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현 인비저닝파트너스 이사 l 다양한 임팩트 투자 경험을 쌓으며 고유한 임팩트 평가의 기준을 정립하고 고도화했다. 인비저닝파트너스 합류 전 옐로우독 디렉터, 공공그라운드 대표를 역임했다. 경영 컨설팅 회사 매켄지에서 소비재 및 유통, 제조, 디지털 분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조언을 제공했고, 국내외 대기업의 전략 자문, 신사업 개발 부문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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