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사이렌, 주택가에선 시끄럽다 vs 차 안에선 안 들려···안전의 벼랑 끝에 놓인 구급차

입력 2023-09-21 11:04   수정 2023-09-21 11:05



최근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의 한 사거리에서 환자를 호송하던 구급차가 과속하며 달려오는 승용차와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구급차에 탑승 중이던 환자의 보호자가 숨지고, 구급차 운전자와 구급 대원 등 4명이 중상을 입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처럼 긴급 출동하는 구급차가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구급대원들은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환자를 병원으로 호송해야 하는데, 빠른 속도로 운행 중인 구급차가 사고를 당한다면 그 피해규모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또 교통신호를 따르지 않고 운행 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제 기능 못하는 안전장치들
현재 구급차의 환자 탑승 공간에는 환자용 베드와 탑승자 좌석에 벨트가 설치돼 있다. 또 내부 상단에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잡을 수 있는 봉 형태의 손잡이가 있다. 그러나 구급차에 탑승하는 응급구조사는 환자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필요한 처치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 내에서 항상 벨트를 착용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봉 형태로 된 손잡이도 CPR(심폐소생술)과 같이 온몸을 움직여야 하거나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 할 때에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하다.



2019년 경기도 부천시 소방서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관내 모든 구급차에 CPR을 할 때에도 착용할 수 있는 벨트를 도입했다. 시범운영 당시, 구급대원들이 느낀 불편한 사항도 있었지만 고속주행 시 차체가 흔들리는 상태에도 비교적 안정감 있게 처치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부천 소방서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구급차 내부 안전장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도 파주에서 근무 중인 한 응급구조사는 해당 시설에 대해서 “분명 도움이 될 것은 맞지만, 현직 동료들 사이에선 사고 시 부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좁은 공간 내에서 제약 없이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천 소방서의 사례는 해당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시행 한 것이어서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당 응급구조사는 사고로부터 보호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운전자들이 더 조심운전을 하고, 사고 자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법···사소한 것도 바뀌어야
구급차가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사고 차량들이 구급차가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이중 접합 차음유리 등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게 설계돼 있다. 차음기술이 적용 된 경우 약 30~40데시벨에 달하는 소음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사이렌의 소리가 운전자들에게 전달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반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긴급자동차 사이렌 소리의 크기는 자동차의 전방으로부터 20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90데시벨 이상 120데시벨 이하일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1993년 5월 개정된 이래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정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차량의 특성만을 고려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실제 소방서 근처 주택가에선 사이렌의 소리를 줄여달라는 현수막이 걸리거나, 소음 민원을 제기 하는 등 긴급 구조 활동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응급구조사는 안전하고 신속한 구조가 가능해지도록 시민 및 운전자들이 보다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한 사회와 호응할 수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한 입법부의 노력도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재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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