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입력 2023-09-25 18:04   수정 2023-09-26 01:17


총자산 706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을 9년간 이끌어온 윤종규 회장(사진)이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획일적인 정답이 없다고 했다. 회사·업종 특성과 문화적 차이를 감안해 체질에 맞는 지배구조를 만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 올라선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KB금융 참호 구축 없어”
오는 11월 20일 퇴임을 앞둔 윤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다고 보고 획일화·통일화하려는 시각이 있는데 옳은 지배구조가 과연 하나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KB금융 회장 취임 전 발생한 지배구조 혼란 사태를 언급하며 “아픔이 있었기에 저와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에 공을 들였다”며 “앞으로도 개선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사외이사와 회장 후보 선정 과정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주주와 외부 기관에 맡겼고, 차기 회장 내외부 후보자군을 매해 반기별로 관리해왔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논란과 관련해선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자료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0.2년이고,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CEO 평균 재임 기간은 7년 수준”이라며 “3·6년마다 CEO가 무조건 바뀌면 성과가 천천히 나오는 글로벌 투자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KB금융 이사회의 독립적인 운영과 CEO 견제 기능을 소개하면서는 “KB에선 ‘참호 구축(회장이 자기사람을 이사진으로 선임해 연임하는 것)’이란 표현을 빼달라”고도 했다.
“글로벌 순위는 아쉬워”
윤 회장은 재임 기간의 대표적인 성과로 리딩뱅크(국민은행)·리딩금융그룹(KB금융) 복귀와 보험·증권사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부문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9년 전 취임 소감에서 3년 안에 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복귀하게 하고, 이후 3년은 그룹을 ‘리딩그룹’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다음 3년은 아시아 선도금융그룹에 끼고 싶다고 했다”며 “돌아보니 실제로 리딩뱅크와 금융그룹이 됐고 보람된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14년 1조4000억원 수준이던 KB금융의 순이익을 2017년 3조3000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2021년엔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연간 순이익 4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을 인수하며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포트폴리오도 구축했다.

하지만 글로벌화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KB금융이 세계 10~20위권에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60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 ‘금융의 삼성’을 만들고 싶었는데 진전이 얼마나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영국 금융 전문지 더뱅커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해 기본자기자본(355억달러·약 47조원) 기준으로 세계 은행 순위에서 60위를 기록했다. 다만 윤 회장은 “금융은 자본이 없으면 자산을 늘릴 수 없다”며 “세계 20위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본을 2.5배 늘려야 하는데 개별 회사가 노력해 가능한지 정책당국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9년간 노란색 넥타이만 착용했다”며 “친구들이 ‘노란 피가 흐르는 게 아니냐’고 놀리기도 하는데 KB의 상징색인 노란 넥타이를 매고 일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퇴임을 앞둔 소회도 밝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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