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출신 로펌까지 동원한 '특별 감사'…살얼음판 걷는 태광그룹

입력 2023-09-26 12:47  

이 기사는 09월 26일 12: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광그룹이 대주주 이호진 전 회장의 사면 이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인자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 해임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평이다. 계열사 임원들 해임과 대기발령이 줄줄이 이뤄지고 있다. 추가적인 인사 조치가 언제까지 이뤄질지 미지수다.

태광그룹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례 없는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수통’ 검사 출신 법무법인까지 선임했다. PC를 포렌식하는 고강도 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 공백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기동 김후곤 소속 법무법인 통해 전 계열사 특별 감사
26일 투자은행(IB)과 법조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법무법인 로백스와 계약을 맺고 전 계열사 임원진을 대상으로 특별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감사 과정에서 비위 정황이 발견되면 PC 포렌식 조사까지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로백스는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로펌이다. 2019년까지 부산지검장을 지낸 김기동 대표 변호사와 서울서부지검장을 역임한 이동열 대표 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김후곤 대표 변호사도 지난해 합류했다. 김 대표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지난달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뒤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대대적인 감사가 겨냥하는 곳을 명확하게 알기 어려워 ‘내부 기강 잡기’로 보인다는 평가다. 이 전 회장의 경영 공백 기간 동안 업무를 총괄했던 이른바 ‘실세’들에게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내리고 있어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법무법인 로백스는 단기간 그룹 현안 감사에 따라 전문인력이 필요해 참여했다”며 “이번 감사는 특정인에 대한 감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유허승조김기유?물러나는 2인자들
특별 감사의 시작을 알린 건 김기유 티시스 대표이사의 실권이다. 태광그룹 경영협의회는 의장을 맡은 김기유 티시스 대표를 지난달 24일 해임했다. 경영협의회는 그룹의 주요 경영 안건을 논의하는 기구다. 김 대표를 비롯해 전용인 티시스 대표, 김명환 흥국화재 전무, 김민 흥국자산운용 상무 등이 해임 또는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김기유 대표는 이호진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 인물이다. 이 전 회장이 2010년대 들어 검찰 수사와 법정 다툼으로 경영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계열사 업무 전반을 총괄했다. 그러다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 김치 파동이 터지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김기유 대표에서 2인자 바통을 넘겨받은 것은 허승조 전 GS리테일 대표다. 허 전 대표는 GS그룹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GS그룹 명예회장의 8형제 중 막내아들이다. GS그룹 오너 일가 2세로 GS리테일을 이끌어오다 2015년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이호진 전 회장의 매형으로, 그룹과 혼맥으로 얽힌 사이다. 김기유 대표가 지난해 초 갑작스럽게 복귀하면서 자리를 내줬다. 현재 김기유 대표의 역할은 성회용 티캐스트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롯데홈쇼핑 갈등은 도화선...진짜 이유는
이호진 전 회장이 김기유 대표를 경질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롯데홈쇼핑 갈등과 얽혀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이사회에서 임차해 왔던 서울 양평동 사옥을 2039억원에 매입하기로 한 안건을 의결했다. 태광그룹은 이 이사회 때 사옥 매입에 찬성했으나 이 전 회장 사면 이후 반대 입장으로 바꾸고 법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공정위 신고에 나섰다. 김기유 대표의 측근들이 롯데홈쇼핑 이사회에 태광그룹 몫으로 들어가 있는데, 롯데홈쇼핑 이사회에서 찬성표를 던진 책임을 김 대표에게 물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 전 회장과 롯데 사이의 갈등은 2006년 롯데홈쇼핑 인수전 때 불거졌다. 롯데와 태광산업은 2006년 당시 경방이 내놓은 롯데홈쇼핑(옛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법적 마찰을 겪었다. 태광이 2005년부터 인수를 시도했으나 돌연 경방이 롯데에 지분을 넘기며 우리홈쇼핑은 롯데 품에 안겼다. 태광은 인수 승인을 취소해달란 소송까지 냈으나 패소해 17년째 2대 주주에 머무르는 중이다.

시장에선 태광그룹 내에서 말하지 못할 내부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를 둘러싼 갈등은 구실에 불과했을 뿐 특별사면을 받자마자 전례 없는 인사 숙청이 시작한 원인은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꺼지지 않은 법적 다툼 불씨
이호진 전 회장이 사면됐으나 아직 추가적인 법적 다툼 불씨가 남아 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중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공정위는 2019년 6월 기업집단 태광 계열사들이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티시스에서 김치를 고가에 사들이고 티시스 자회사 메르뱅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와인을 매입한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태광그룹을 수사한 검찰은 2021년 이 전 회장을 불기소하고 김기유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 전 회장이 재무 상황을 보고받거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근거였지만 대법원 판단에 따라 재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

법적 다툼을 완전히 해소하지 않은 채 김 대표를 경질해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추후 이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어서다. 이를 마무리하게 되면 이 전 회장도 경영 복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전 회장은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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