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으로 가는 HMM 매각… “진성 매각 의지 있나” 인수 측 강력 반발

입력 2023-09-26 13:53   수정 2023-09-26 18:04

이 기사는 09월 26일 13: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MM 매각 작업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HMM이 인수 후보자들의 실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배짱을 부리면서다. 인수 후보자가 "실사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달라"며 매각 주관사에 정식으로 항의 공문을 보내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HMM의 매각을 원치 않는 일부 세력이 매각 작업을 방해하고, 유찰을 유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인수 후보, 매각 주관사에 항의 공문 보내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인수 후보군 중 한 곳은 전날 HMM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에 실사 과정에 대한 항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HMM 매각에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 "실사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국가계약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 등의 내용이 담겼다.

HMM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LX와 동원, 하림그룹은 지난 6일부터 실사에 착수했다. 두 달여간의 실사 기간 동안 가상데이터룸(VDR)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는다. 문제는 VDR을 통해서 제공하는 정보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 인수전에 정통한 관계자는 "VDR을 열어보니 HMM이 IR 자료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며 "밤새도록 회사를 A부터 Z까지 꼼꼼히 들여다봐도 모자란 상황에서 시간만 무의미하게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인수 후보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실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HMM은 상장사로서 경영상의 중요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충분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HMM의 갑작스러운 몽니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산은이 HMM 매각 작업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실사에 비협조적인 HMM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산은은 최근 HMM 경영진을 만나 실사에 성실히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HMM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영 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매각 대상인 회사가 실사에 협조하지 않는 건 듣도보도 못한 일"이라며 "'을'의 위치인 인수 후보자가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항의할 정도라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가 매각 작업을 방해하나
인수 후보군의 실사를 가로막는 등 매각 작업 방해를 주도하는 인물로는 HMM의 '숨은 실세'로 불리는 한 고위 임원이 꼽힌다. 한진해운 출신으로 2019년 HMM에 합류한 그는 업계에선 김경배 HMM 사장보다 입김이 더 센 인사로 통한다.

그는 그간 HMM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 7월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HMM 인수 의지를 내비치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무슨 일이 있더라도 SM이 HMM을 인수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팔리는 입장이지만 아무에게나 던지는 일은 막겠다"고도 했다.

업계에선 매각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HMM이 갑자기 반대 노선을 타고 매각을 방해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HMM 매각에 대한 입장이 애초부터 산은과는 달랐던 HMM의 2대 주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배후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진해운이 무너진 뒤 국내 해운업 경쟁력 강화와 지원을 위해 설립된 해진공은 HMM이 매각되면 존재 이유 자체가 흐려지기 때문에 HMM 매각을 달갑지 않게 보는 입장이다.

HMM 자체적으로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기업들이 탐탁지 않아 실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한 대기업이 좀 더 좋은 조건에 HMM을 인수하기 위해 HMM에 압력을 넣어 뒤에서 유찰을 유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 책임론도 제기된다. 매각 주관사가 중간 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인수 후보군의 불만이 쌓여 폭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사를 시작한 지 3주일이 지났지만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LX와 동원, 하림 등 적격인수후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글로벌 컨설팅회사 등과 자문 계약을 맺고 인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말까지 실사를 진행한 뒤 11월 초께 본입찰이 예고된 상황으로 추석 연휴 등을 빼면 이들에게 남은 실질적인 실사 기간은 한 달여에 불과한 상황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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