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이 멈춘 사형 집행, 윤석열이 부활시킬까 [이슈+]

입력 2023-09-30 18:00  



"감방에서 갑 중의 갑 행세를 하던 사형수들이 사형장 점검 보도가 나간 이후 기가 팍 죽어서 찍소리 안 하고 지낸다고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흉악범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형 집행'과 관련해 올린 이 글은 이러한 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했다.

조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연쇄 살인범들을 사형 집행 시설이 있는 서울 구치소로 이감시켰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흉악범죄에 충격받고, 범죄자들의 뻔뻔스러운 행태에 열 받고,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공권력의 행태에 분통 터지던 국민들이 이제 조금 위로받는 듯하다"고 썼다.
'폐지론자' DJ, 사형 집행 중지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 선언까지
사형제도는 흉악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존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제도다. 헌법재판소는 9월 현재, 형법에 규정된 사형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두고 심리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2월 사건이 접수됐으나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헌재의 결정과 무관하게, 한국은 이미 국제적으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꼽힌다. 마지막 사형 집행일은 1997년 12월 30일이고, 사형 확정판결 역시 2016년 이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이모씨와 '계곡 살인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이은해도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저런 흉악범들을 왜 살려두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이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들어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직전 정부까지 꾸준히 집행되던 사형은,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단 한 번도 집행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임기 안에 사형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뒤 이를 지켰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이 '실질적 사형폐지국 선언'을 할 때까지 사형 반대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2006년 2월 26일 국제 앰네스티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사형제도가 없어져 민주주의가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비록 법의 이름으로라도 사람의 목숨을 말살하는 것은 인권의 대의에 전적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2007년에 열린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에 참석해서는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오늘 사형제 폐지국가 선포식은 우리의 인권운동 사상 가장 뜻깊은 날이고 최대 인권승리의 축하일"이라며 "생명의 존엄성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천부인권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형수 한 곳으로'…尹 정부, 사형 집행 시설 점검하며 집행 준비?
그러나 최근 여론은 사형제를 존치하자는 쪽으로 훨씬 더 기울어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는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윤석열 정부 들어 법무부는 이 같은 여론에 발맞춰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는 등 사형제 관련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한동훈 장관의 지시에 따라 '연쇄살인범' 사형수들을 사형 시설이 있는 서울 구치소로 이감시켰다. 20명을 살해한 최악의 연쇄살인범 유영철(53)과 삼척 신혼부부 엽총 살인범 정형구(60)가 그 대상이다. 법무부는 "교정 행정상 필요에 따른 조치"라면서도 집행을 준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사형을 집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형 집행권자인 한 장관이 사형 집행과 관련한 논의에 있어 '찬성' 측의 근거에 손을 들어주는 답변을 일관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의 한 장관 답변을 통해 살펴보면, 한 장관은 처벌의 목적에 대해 교화와 갱생 외에도 '인과응보'의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또 '피해자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를 찾아 "25년간 사형 집행이 되지 않았지만 지난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정한 바가 없다"며 "사형을 형벌로 유지하는 이상 법 집행 시설을 적정하게 관리, 유지하는 것은 법무부의 업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8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는 "아무 잘못 없이 인생 전부를 잃은 피해자의 인권, 남은 가족들의 인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예방 효과'나 '가해자 교화' 못지않게 가해자에게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것, 즉 '응보'도 형벌의 본질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사형 집행'으로 다가가는 법무부 움직임에 정치권도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5일 사형 집행권자인 한 장관을 향해 사형 집행을 촉구했다. 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다른 법무부 장관들과 똑같이 직무를 유기하는지 이번에 우리 한번 지켜보자"며 "법무부 장관은 사형 확정 후 6개월 내 집행하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70%가 흉악범 사형집행에 찬성하고 있고, 계속되는 모방 흉악범들이 날뛰고 있어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나아가 법정에서 검사의 사형 구형을 조롱하는 흉악범들도 생겨나고 있는 판에, 가해자의 생명권은 중하고 수많은 무고한 국민들의 생명권은 깡그리 무시해도 되는 거냐"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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