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영화가 맞았네"…블랙홀 들어가자 벌어진 일

입력 2023-09-30 19:30  


한국천문연구원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팀(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이 블랙홀 주변 폭풍인 제트가 11년 주기로 세차운동(천체의 회전축이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현상)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세계 3대 학술지 '네이처' 28일자에 실었다.

일본국립천문대, 중국 저장성연구소, 천문연, 서울대 등 세계 45개 기관 79명이 참여한 이번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 등을 통해 얻은 관측 자료를 분석해 M87 초대질량블랙홀의 제트 방출 방향이 주기를 갖고 회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M87 블랙혹은 EHT 연구팀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관측해 2019년 4월 공개한 블랙홀이다. 지구로부터 5500만광년 떨어져 있는 이 블랙홀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한다.

초대질량블랙홀의 제트 방출 메커니즘은 현대 천체물리학의 주요 난제 중 하나다. 주류 이론은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에서 발생한 에너지 중 일부가 제트로 방출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초대질량블랙홀 제트가 회전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이다.

천문연 관계자는 "지난 23년간 얻은 M87 블랙홀 데이터를 분석해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블랙홀의 회전축이 부착원반의 회전축과 나란하지 않아 제트의 세차운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물이 가득찬 욕조에서 물이 빠져나갈 때 배수구 주변을 보면 소용돌이 모양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양을 부착원반이라고 한다. 부착원반과 블랙홀이 상호작용할 때 분출되는 기체 액체 등의 폭풍이 제트다.

이번 연구에 동원된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은 한국 일본 중국이 보유한 16개 망원경을 연결해 5000km 구경 전파망원경을 구현한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다. 한국에선 서울 연세대, 울산대, 제주 탐라대, 세종 우주측지관측센터 망원경 4개가 참여했다.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 활동성은하핵 워킹그룹 리더인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회전하는 블랙홀 고유의 중력효과인 '틀 끌림 현상'을 이번 연구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틀 끌림 현상은 초대질량블랙홀이 회전하면 중력효과에 따라 주변 시공간이 블랙홀 회전을 따라 움직이는(왜곡되는) 것으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바 있다.

이번 연구 논문의 1저자인 추이 유주 중국 저장성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장기간에 걸친 고해상도 데이터 분석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2저자인 하다 카즈히로 일본국립천문대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M87블랙홀이 실제로 회전하고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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