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에너지, 불편한 진실 마주해야 성공한다

입력 2023-10-02 18:03   수정 2023-10-03 00:13

지금까지 우리는 에너지를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과연 제대로 실현될지 의문이 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 가스 같은 주력 에너지의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는 불안한 상황이 일상화했다. 게다가 폭염이나 가뭄, 빈번한 태풍 발생 등 기후변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조속히 줄여야 하는 경고음이 더 커졌다. 이처럼 국제에너지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 정책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면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불안하다.

지금은 열, 전기 같은 에너지의 최종 사용에서 전기 비중이 3분의 1 수준이지만, 미래는 전기가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에너지 정책의 중심이 석유나 가스가 아니라 전력이 됐고 에너지 기업들도 전력 관련 비중을 늘린다. 자동차도 휘발유 경유 같은 내연기관에서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같은 전기를 사용한 동력으로 급속히 전환해가기 때문이다.

정부가 2년마다 계획을 수립해 전력 수급의 안정을 기해 왔지만 변화하는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지 궁금하다. 과거 전력 수요 증가율이 당초 예상을 넘을 때마다 원전에서 석탄, 가스, 재생에너지 확대를 반복하면서 정책 추진의 일관성이 많이 손상됐다. 대형 발전소 건설에 7년 이상 걸리고 재생에너지는 민간 주도로 개발하는데 정책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면 투자 결정도 어려워지고 전력산업 생태계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에너지마다 고유한 장단점이 있고 나라마다 생산 여건도 다른 만큼 다변화를 통해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 우려돼서다. 중동의 산유국도 탈석유 시대에 대비한다며 재생에너지와 원전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소비 전반에서 전력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다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모든 전력 생산 능력을 늘려야 한다.

그러면 이 과정에서 현재의 요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원전이나 대형 풍력처럼 건설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전력 생산 원가 중 고정비 부담이 커지지만, 가스발전은 연료비 변동에 크게 의존한다. 우리가 원전을 계획한 공기에 건설하고 최대한 가동률을 높여 단가를 낮췄지만, 가스발전은 국제가격 변동에 따라 발전 원가가 좌우된다. 앞으로 신기술을 장착한 발전 설비가 지금의 원전이나 석탄발전처럼 획기적 원가 하락 효과가 있을지 우리 사회는 확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런저런 이유로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고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데 기술 발전에 의한 원가 하락 효과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전기요금은 구조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송전선로 건설까지 원활하지 못해 발전소가 있어도 필요한 곳에 전기를 제때 공급할 수 없게 돼 요금이 급등하는 것을 선진국에서 자주 본다. 청정 전력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데 대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

얼마 전 정부가 향후 15년 동안 전력의 청사진을 그릴 제11차 전력수급계획 수립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때 계획한 설비를 준공할 수 있을지 불안이 크다. 에너지 안보와 미래 에너지 전환, 에너지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와 해결할 방법을 찾는 전문성,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역량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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