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우승하면 주겠다"…LG 금고 25년 만에 열리나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3-10-04 06:00   수정 2023-10-04 16:29


"1등 실화인가요. 너무 오랜만이라 실감이 안 되네요.", "삼성 보고 있냐."

LG그룹 임직원들이 흥분했다. 프로야구 구단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해서다.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는 물론 그룹 임직원까지 '야구 사랑'은 특히 각별하다. 임직원들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우승은 처음이지만, 사내 이벤트 행사가 기대된다"는 직원도 적잖다.

LG 트윈스는 지난 3일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전날 리그 경기에서 2위 KT 위즈와 3위 NC 다이노스가 나란히 패하면서 남은 시즌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한 것이다. LG가 정규리그 1위(단일리그 기준)를 차지한 건 1994년 이후 29년 만이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면서 한국시리즈에도 자동 진출했다.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진출이다.

LG 트윈스는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구단은 창단 첫해인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며 명문구단 대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2002년 이후 중하위권을 맴돌면서 체면을 구겼다.

LG 트윈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LG그룹이 구단에 쏟은 애정도 재조명되고 있다. LG그룹은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LG트윈스를 창단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초대 구단주로서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이듬해에 그룹 이름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꿀 정도였다.

우승 축하연도 파격적이었다. LG그룹은 1994년 LG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 축하연을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고, 이 자리에 1000여명을 초청하기도 했다. LG그룹은 당시 우승을 기념해 사옥 내방객들에게 사인볼을 증정했고, 계열사는 각종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1995년. 구본무 선대회장은 다음 우승 때 선수단과 같이 축배를 들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아와모리 소주'를 사 왔다. 그는 1998년 해외 출장 중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겠다"며 롤렉스 시계를 사 오기도 했다. 당시 8000만원가량인 '롤렉스 레오파드 데이토나' 시계는 현재 시가는 2억2000만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LG 트윈스는 번번이 우승에 좌절하면서 회사 금고에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를 보관 중이다.

다른 오너일가도 애정이 상당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야구 명문인 경남중 재학 당시에 야구선수로도 활약했다. 이어 LG 트윈스 고문·구단주대행과 한국스포츠사진연구소 이사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도 역임했다. 현 LG 트윈스 구단주인 구광모 회장도 임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직원들과 종종 구장을 찾는 등 적잖은 관심을 보였다.

임직원들은 벌써 LG 트윈스의 유니폼인 ‘유광(有光) 점퍼’ 확보전에도 나설 조짐을 보인다. 가격이 13만~15만원대로 광이 번쩍번쩍 나는 검은색 점퍼는 LG 팬들에겐 가을 야구의 상징이 됐다. LG 트윈스 성적이 좋을 때마다 그룹 임원들은 지인과 고객사에 선물할 유광점퍼와 야구 티켓을 구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기대도 높다. 한 LG 직원은 "우승해 본 경험이 없어서 어떤 사내 이벤트를 할지 모르겠다"면서 "다른 회사들은 어땠냐"고 반문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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