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 끼고 즐기는 밤의 축제…서울 중구 '정동야행' [메트로]

입력 2023-10-04 11:24   수정 2023-10-04 11:36


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는 오는 13일(금)과 14일(토) 이틀간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정동야행(貞洞夜行)’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정동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근대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자 나라 잃은 아픔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전성기의 정동은 신문물이 제일 먼저 들어오는‘핫플’이었다. 최초 신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1885), 최초 사립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1886), 최초 서양식 개신교회 정동제일교회(1887), 최초 서양식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1910) 등 각종 ‘최초’ 기록도 풍성하다.
◆13일 저녁 7시 덕수궁 중화전 앞 음악회로 시작
정동야행은 정동 곳곳에 자리한 기관과 시설이 저마다 품고 있는 희로애락의 역사를 시민과 나누는 역사문화축제다. 올해에는 <중심에서 만나다, 꿈의 랑데부>를 주제로 제시했다.

13일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14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야화(夜花,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 및 문화공연)를 중심으로 △야로(夜路, 역사해설투어) △야사(夜史, 덕수궁 돌담길 체험프로그램) △야경(夜景, 야간경관) △야설(夜設, 거리 공연) △야식(夜食, 먹거리) △야시(夜市, 예술장터 및 공방)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번 정동야행에는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국립정동극장, 서울역사박물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이화박물관, 주한캐나다대사관, 주한영국대사관 등 33개 시설이 참여해 야간 개방과 공연, 전시, 특강 등으로 정동의 밤을 수놓는다.

13일 저녁 7시 덕수궁 중화전 앞 고궁 음악회에서 축제가 시작된다. 루네이트(LUN8), 경기 소리꾼 이희문, 국악인 하윤주, 테너 존노, 피아니스트 조영훈, 소프라노 이해원이 출연해 가을밤을 물들인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현장, 덕수궁 중명전도 들러볼 수 있다. 다양한 시각 자료와 사실 그대로 재현한 인물 모형 등을 관람하면서 을사늑약의 배경, 헤이그 특사파견, 고종 황제의 국권 회복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주한캐나다·영국대사관저 개방행사
평소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시설을 탐방할 수 있는 것도 정동야행의 매력이다. 주한캐나다대사관은 13일 저녁 7시부터 40분간 공개된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14일 오후 3시, 4시, 5시에 30분씩 개방한다. 영국 대사관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외교관 관저로 서울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영국식 정원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 가족 대상 역사 강연도 마련된다. 14일 오후 3시와 6시에는 송용진 강사의 ‘쏭내관 특강’이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진행된다. 주한캐나다대사관, 주한영국대사관, 쏭내관 강의, 이화여고 내부 투어는 정동야행 홈페이지 사전 신청(4일 오후 5시까지)과 추첨을 거쳐 관람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정동야행의 백미로 꼽힌다. 미국과 영국에서 만든 각각 다른 소리의 파이프오르간 선율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4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오후4시와 5시 30분간의 음악회가 끝나면 로마네스크 양식과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성당 내부를 20분간 둘러볼 수 있다.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는 그림과 음악, 춤, 영상, 인문학이 융합된 ‘화통 콘서트’가 열린다. 소리꾼, 무용수, 랩퍼가 장르를 넘나들며 ‘화끈한’ 소통을 선보인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앞에서는‘모브닝’이 <음악을 통해 본 정동>을 주제로 흘러간 팝송을 재해석해 추억‘돋는’ 공연을 펼친다. 구세군 역사박물관 앞에서 펼쳐지는 구세군 브라스밴드 연주는 정동야행의‘스테디셀러’다. 국립정동극장 야외마당에서는‘정동다향’이 꾸려진다. 커피와 차를 곁들인 공연이 관객의 오감을 즐겁게 해 줄 예정이다.
◆정동한바퀴 30분마다 운영, '고종의 길' 해설은 14일 오후
이 외에도 서울시립미술관, 순화동천,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도 다양한 기획전시와 공연이 방문객을 붙잡는다.

정동 탐방 프로그램 ‘다같이 돌자 정동한바퀴’는 축제 기간 중 매시 정각, 매시 30분마다 운영되며 한국어 해설이 20회, 영어해설이 4회 진행된다. 국립정동극장, 중명전, 구러시아공사관, 이화박물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을 둘러보는 90분 코스다.

‘고종의 길’해설 프로그램은 14일 오후 4시와 6시에 출발한다. 문화관광해설사와 세실마루, 구세군역사박물관, 고종의 길, 구러시아공사관, 이화박물관, 중명전,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을 걷는 코스로 역시 90분이 소요된다. ‘다같이 돌자 정동한바퀴’와 ‘고종의 길’ 해설은 정동야행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하거나 배재어린이공원 내 해설사본부에서 현장 접수 후 참여할 수 있다.

덕수궁 중명전 해설은 13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14일 오후 3시부터 9시 사이 매시 정각, 매시 30분마다 진행된다. 참여 희망자는 현장에서 접수하면 된다.

덕수궁 돌담길에선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다. 대한제국의 지도 만들기, 독립선언서 쓰기,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호소한 고종황제의 밀서에 답장하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근대와 현대를 매개한다.

빛이 빚어내는 야경의 정취도 만끽해보자. 그림자 포토존에서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그림자 사진찍기’를, 구러시아공사관이 있던 정동공원에는 ‘달빛으로 빛나는 LED 화원’을 즐길 수 있다. 분수대가 있는 정동 로터리에는 고보조명이 연출하는 갤러리가 펼쳐지고, 덕수궁 돌담길에는 다양한 색조의 조명이 빛을 뿜어내 아름다운 경관을 뽐낸다.

대한제국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연기자들의 의상 퍼포먼스와 이화여고 동아리 학생들의 퍼레이드도 개최된다. 덕수궁 돌담길 상설 무대에서는 퓨전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거리 공연이 정동을 낭만의 선율로 가득 채운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푸드트럭, 중구의 소상공인과 청년 창업가들이 운영하는 판매 부스 ‘정동 잡화점’도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야행' 축제의 원조

2015년 서울 중구가 시작한 정동야행은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재 야행이다. 매년 20만 명 이상의 서울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다. 매해 5, 10월에 열리는 이 행사의 반응이 좋자 2018년부터 서울시 주관으로 확대 개최하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한동안 축제 개최가 어려워졌고, 올해 5년만에 다시 중구 주최로 열게 됐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남대문 등은 잘 알려진 데 비해 정동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아왔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 다시 중구 주도로 개최하고 싶다고 서울시에 요청해 행사 주최자격을 다시 받아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예산 소요 예상금액은 4억9000만원이다. 중구청은 일부 기업 후원 등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김 구청장은 "정동야행은 지자체 '야행' 행사의 효시가 된 행사"라며 "어느 때보다도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민들에게 정동길의 근현대사적 가치와 특별한 낭만을 가을 저녁에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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