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노무관리’로 아낀 돈보다 나가는 돈 더 클수도··· [차연수의 이로운 노동법]

입력 2023-10-04 11:52   수정 2023-10-04 11:53



소상공인이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노무사에게 인사노무 자문을 받는 곳은 주변에서 많지 않습니다. 반면 소상공인, 소규모 사업장, 1인 기업 할 것 없이 사업자를 내면 대부분 세무사를 찾고 매달 세무기장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죠.

사업주라면 사업체의 규모와 상관없이 절세, 세액공제, 세제혜택 등을 목적으로 세금관리가 필수입니다. 물론 세무대리 없이 직접 할 수도 있고요. 반면, 일부 사람을 제외하곤 대부분 숫자와 친하지 않기도 하고, 사업을 하면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기에 대부분 전문가에게 위임하죠. 노무사도 노무법인이나 사무소를 개업하면 세무사에게 세무대리를 맡기고요.

세금은 그 자체가 비용과 직결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돈이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달 기장료를 내더라도 세무대리를 맡겨야 한다는 인식, 나(사업체)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무사를 찾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반면, 사업장의 노무관리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은 어떨까요.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최저임금 준수와 같은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상당 수준 높아졌습니다. 근로자의 권리의식 증대로 부당함을 참지 않는 사회적 흐름도 사업주의 인식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영세)사업장에서는 노무관리의 실질적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중해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고 당장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면 괜찮다는 식의 인식이 만연합니다. 그러니 노무사에게 전문적으로 노무관리 자문이나 컨설팅을 받을 필요성에 대해서는 ‘굳이?’라는 물음표를 갖게 되죠.

고용노동부는 매년 신설 사업장과 2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초노동질서 자율점검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법정 근로조건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사항을 개선하도록 공인노무사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관할 관서마다 선정된 사업장에 공인노무사가 직접 방문해 노무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기초 컨설팅을 제공합니다(근로계약서, 최저임금 준수, 임금명세서 작성·교부, 시간외근로의 제한, 연차휴가 사용, 모성보호제도 준수 등 18개의 노동관계법 준수사항 점검·지도).

필자가 매년 위 사업을 수행하면서 방문한 수십 개의 사업장을 돌이켜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근로계약서는 모두 작성하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세무기장을 통해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근로계약서는 세 유형입니다. 표준근로계약서이거나, 여느 사이트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다운 받았거나(표준근로계약서와는 다소 다른 형식), 노무사를 통해 받은 것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표준근로계약서는 고용노동부가 배포하는 양식으로 누구나 활용 가능합니다. 다만, 그 세부내용을 작성할 때 유의하지 않으면 필수 기재사항이 누락되거나 추후 사업주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소지가 큽니다.

일례로,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사회보험 적용 여부를 해당란에 각각 체크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마치 사대보험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표준근로계약서로 작성하면서 사대보험 적용 여부에 체크하지 않고 그 옆에 ‘3.3%’라고 작성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근로계약 시 사대보험 가입은 의무이고, 아무리 사대보험 가입없이 3.3% 사업소득을 떼는 것으로 ‘사전합의’하였다고 할지라도 추후 근로자성 문제로 인한 임금체불(퇴직금, 연차수당 등)이나 실업급여 청구 등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습니다.

드물지만 노무사에게 자문을 받거나 임금아웃소싱을 맡기는 사업장의 경우 임금항목별 계산이나 임금명세서 작성에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 세무기장만을 통해서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를 관리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서상 임금계약과는 다르게 기본급과 기타 수당이 나뉘어 있거나 임금명세서상 계산식 등이 누락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확인됩니다.

어느 사업장 임금명세서에 임금항목 계산식 대신 사대보험 요율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고로, 임금명세서 미교부와 마찬가지로 기재사항 누락 또는 사실과 다르게 적어 교부한 경우에도 과태료 대상이 됩니다.

근로계약서는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받을 수 있고, 세무기장을 통해 매달 인건비 신고를 하면서 임금대장을 작성해주니(임금명세서 작성도 서비스로 포함)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사업주로서는 노무사에게 월 자문을 받거나 전문적인 규정정비(근로계약서, 임금세팅, 취업규칙, 각종 인사노무서식 등)를 받을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이를 추가 비용으로 여기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 전문지식의 부재로 인사노무관리가 미흡한 사업장에서는 언젠가 법적 분쟁이 초래되고 그로 인하여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지게 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로 인한 벌금에서부터 부당해고 시 해고일로부터 복직일까지 임금상당액 지급 및 원직복직 의무, 해고예고 위반으로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 잘못된 통상임금 계산으로 인한 시간외근로수당·연차수당 등 차액 지급 의무, 직장 내 괴롭힘 이슈로 인한 과태료 부과 등 인사노무관리상 리스크는 결국 큰 부메랑이 되어 날아옵니다.

세무대리가 효율적인 비용관리를 위해서 필요하듯, 노무자문은 노동법상 법적 리스크를 사전예방하고 나아가 조직문화와 성과관리를 위해 필요합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의 임금대장 및 임금명세서 작성 등의 업무는 공인노무사만 할 수 있고 세무사는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행정해석을 내놓았습니다(근로기준정책과-2487, 2023.08.02.). 해당 업무는 근로기준법 전반에 대한 이해 및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직무에 해당되어 세무사의 세무지식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무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이 판단근거로 적시되었습니다.

세무대리든 노무자문이든 사업장의 필요에 따른 선택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각 영역은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각자의 고유한 영역으로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사노무관리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무사의 역할이 더욱 커지길 기대합니다.

차연수 님은 스타트업 인턴, 해외 주재원, 5년 차 직장인을 지나 돌연 퇴사 후 공인노무사 시험에 동차 합격한 뒤 현재 제이에스인사노무컨설팅 파트너 공인노무사로 활동 중이다. 사업주 자문, 인사컨설팅, 교육·강의, 노동분쟁 사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사건·조사, 단체교섭 컨설팅 등 다양한 인사노무 분야를 아우른다. 우리의 일터는 법률적 영역뿐 아니라 법이 답을 내릴 수 없는 관계의 영역이 존재하기에 결국은 사람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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