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죽어가는 건축산업,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입력 2023-10-05 17:35   수정 2023-10-06 00:08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은커녕 부실 설계를 우려해야 할 참담한 상황입니다.”

지난 4일 열린 ‘건축서비스산업 정상화를 위한 토론회’에선 건축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대한건축사협회와 김학용(국민의힘)·김수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 토론회는 건축계에 만연한 가격 후려치기와 저임금 구조, 건축물 품질 저하 등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 마련됐다.

건축서비스산업은 건축물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연구, 조사, 자문, 설계, 감리 등과 관련된 활동을 의미한다. 산업 규모가 241조원(2020년 수주액 기준)에 이르고, 고용유발효과도 제조업의 1.6배에 달한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과당 경쟁으로 설계비가 20년 전 수준에 머문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 ‘건축사업무 및 보수기준’이 폐지되면서 저가 수주가 본격화됐다. 2009년 관련 법이 개정돼 공공건축물에 대한 대가 기준은 부활했다. 하지만 전체 건축산업의 80%를 차지하는 민간건축물은 마땅한 대가 기준이 없다. 민간 설계비는 공공의 약 20%에 그치고 있다.

저임금과 과중한 업무 등으로 전문인력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건축공간연구원에 따르면 건축학과 졸업생 중 46%만 건축업계에서 일자리를 구한다. 취업 기피 이유는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미래다. 한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5년제 건축학과 출신 직원은 구하기 어렵고, 설사 구하더라도 제대로 임금을 주기 힘들다”며 “어쩔 수 없이 견적 설계 등은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식서비스 산업을 공짜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건축산업을 좀먹고 있다.

국내에선 설계 변경 등을 공짜로 요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해체공사 감리업무, 보고서 작성 업무, 인허가 업무 대행 등 건축사 업무에 대한 대가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이런 관행을 이용해 일부 건축주는 ‘설계 쇼핑’을 즐긴다. 여러 건축사에게 설계 제안을 요청한 뒤 좋은 설계를 훔치는 행태다.

건축서비스산업이 처한 위기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품질 높은 건축물은 도시 경쟁력을 결정한다. 무엇보다 안전과도 직결된다. 설계 품질 저하는 부실시공 등 안전사고로 이어진다. 지난 4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자이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도 구조 설계상 문제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더 늦기 전에 건축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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