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DNA' 연세유업…나홀로 고공비행

입력 2023-10-05 17:43   수정 2023-10-06 00:54


생산원가 상승과 소비 감소로 유(乳)업계 전반이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연세대가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 연세유업이 유독 고속성장을 거듭해 관심을 끈다. 연세유업은 지난해 ‘연세크림빵’ ‘손잡이우유’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경쟁사가 상상하기 어려운 33.2%(매출 3050억원)를 기록했다. 상장 우유회사인 매일유업,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각각 8.6%, 0.8%에 머물렀다.

연세유업이 500억원을 투자해 지난 5월 준공한 충남 아산공장 내 축구장 면적의 1.4배(약 1만㎡) 규모인 자동화 창고도 때마침 가동에 들어갔다. 크게 불어난 수요에 적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효자’ 된 자동화 창고
5일 연세유업 아산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아파트 8층(20m) 높이 자동화 창고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창고에는 1만2000개가 넘는 팰릿(제품 약 5000만 개를 얹는 선반)을 저장할 수 있다.

2021년 11월부터 1년6개월에 걸쳐 건설한 이 창고에는 자동 적재·입출고 시스템이 적용됐다. 바로 옆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팰릿째 비닐 포장돼 생산정보가 담긴 바코드가 부착된다. 창고 입구에서 이 바코드를 읽고 자동으로 제품을 분류해 적재한다.

연세유업이 초대형 자동화 창고를 지은 건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연세유업은 최근 몇 년 새 견과류로 만든 식물성음료, 요거트음료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장했다. 종전엔 경기 안성에 있는 창고를 빌려서 사용했는데 자동화 창고가 완공되면서 이곳으로 저장 공간을 일원화했다.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린 조처다.

연세유업은 멸균제품 생산라인도 증축 중이다. 현재 세 개인 멸균라인이 내년 초 다섯 개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아산공장의 멸균제품 연간 생산량이 50%가량 증가한다.

과거 한 차례 시도한 환자용 음료 시장에 재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베이커리 확대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CU와 협업해 내놓은 연세크림빵의 대히트를 이어갈 후속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허동수가 바꾼 문화
연세유업은 연세대가 운영하는 비영리 사회공헌 기업이다. 순이익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주식회사와 달리 이익을 전액 연세대 장학·복지 사업에 활용한다. 주식회사에 비해 문화가 보수적이고 투자 유인도 적은 편이란 시각이 있었다.

이런 연세유업을 확 바꿔놓은 게 2017년 연세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이다. 허 이사장 취임 전엔 연세대 학교법인본부가 연세유업 운영까지 담당했다.

그가 취임한 후엔 식품사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을 맡겼다. 지난해 취임한 박상면 연세유업 사장은 빙그레, CJ제일제당, GN푸드를 거친 식품 분야 전문가다.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김득수 사장도 CJ제일제당 출신이다.

이들은 1993년 아산공장 준공 이후 30년 만에 이뤄진 수백억원대 투자 등을 주도했다. 연세유업이 국제식음료품평회가 수여하는 ‘크리스털 테이스트 어워드’를 국내 유업계 최초로 수상할 정도로 제품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데도 이들의 노하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유업계 관계자는 “허 이사장이 이끈 ‘주식회사 DNA 이식’을 빼고는 연세유업의 고속성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산=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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