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국제연구팀, 새로운 양자컴퓨터 만들 길 열었다

입력 2023-10-09 15:58   수정 2023-10-09 15:59

정보통신기술(ICT) ‘게임체인저’ 양자컴퓨터를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방식으로 가동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출연연구기관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 연구팀은 미국, 일본, 스페인과 국제 공동연구로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전자 스핀을 이용하는 새로운 양자컴퓨터 원리를 발견해 세계 3대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었다고 최근 밝혔다.

분자는 원자가 모여 이뤄지고,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핵과 주변 전자로 돼 있다. 전자는 원자핵 주변을 마치 위성처럼 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는 우리 학창시절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을 뿐 실제로는 아니다. 전자는 확률적으로만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전자는 팽이처럼 위아래로 소용돌이치는 형태로 운동한다. 위쪽 운동을 업스핀, 아래를 다운스핀이라고 한다.

양자컴퓨터는 비트(0 또는 1)로 동작하는 디지털 컴퓨터와 달리 퀀텀비트(큐비트)로 작동한다. 큐비트의 원리는 중첩과 얽힘이다. 큐비트는 ‘30%의 0과 70%의 1’이라는 확률값으로 작동한다. 이를 중첩이라고 한다. 30%의 확률과 70%의 확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걸 얽힘이라고 표현한다. 큐비트로 정보를 저장하거나 연산하면 속도가 디지털 컴퓨터보다 굉장히 빨라진다.

그동안 알려진 양자컴퓨터 작동 방식은 네 가지다. 초전도 조셉슨 접합, 이온트랩, 반도체양자점, 위상수학이다. 어떤 방식이 양자컴 표준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양자컴을 개발 중이다. IBM과 구글은 초전도 방식으로 양자컴을 개발하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양자점,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반도체 전자의 위상수학적 성질을 활용해 양자컴을 개발하고 있다.

IBS 연구진은 앞서 자체 개발한 전자스핀공명(ESR) 주사터널현미경(STM) 장비를 써서 단일 원자의 스핀을 제어해 큐비트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 또 탐침(probe)과 상호작용하는 원자가 아닌, 멀리 떨어진 원자의 스핀 상태를 제어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이번엔 그간 쌓은 원격제어 노하우를 큐비트에 적용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큐비트 플랫폼은 산화마그네슘의 얇은 절연체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가 놓인 구조다. 연구진은 주사터널현미경의 탐침을 이용해 원자 스핀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티타늄 원자(센서 큐비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구조를 원격으로 제어해 여러 큐비트(원격 큐비트)를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하고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각 원격 큐비트가 티타늄 원자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원격 큐비트의 스핀 상태가 바뀌면 티타늄 원자에 영향을 주고, 이 변화가 탐침을 통해 읽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이용해 양자 정보처리에서 핵심인 ‘씨낫(CNOT)’ 게이트를 절대온도 0.4(영하 275.75도)에서 구현했다. 씨낫 게이트는 ‘컨트롤하지 않은 게이트’를 말한다. 중첩과 얽힘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이른바 ‘결맞음’ 상태를 지칭한다.

IBS 연구팀 관계자는 “전자스핀 큐비트를 수십,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처음 확인했다”며 “새로운 양자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 10월 6일자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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