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기한 6개월 남았는데"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고민

입력 2023-10-17 11:43  

이 기사는 10월 17일 11: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재무적 투자자와 맺은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계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가보다 낮으면 롯데지주가 투자자에게 손해를 보전해줘야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행사가 이상으로 공모가를 높이면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풋옵션 행사기한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비교기업의 주가가 부진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고 제안서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열고 주관사를 선정한 뒤 연내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재무적 투자자의 원활한 투자금 회수와 풋옵션 계약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모 구조를 고심 중이다. 입찰제안서에도 풋옵션 행사가를 고려한 공모 가격과 구주매출 가능성,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따른 추가 자금 조달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CJ대한통운, 한진 등과 함께 국내 택배회사 '빅3'로 꼽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6년 전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펀드로부터 총 296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94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2대 주주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PE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LLH로, 지난해 말 기준 21.8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롯데지주(지분율 46.04%)다.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L투자회사(14.18%)와 호텔롯데(10.87%) 등의 지분까지 합치면 롯데그룹이 71.09% 지분을 갖고 있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롯데글로벌로지스에 투자할 당시 4년 뒤 상장하지 못하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걸었다. 경영 실적 조건을 충족하면 기업공개를 추진해야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원금과 내부수익률(IRR) 3~5%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이다.

계약상 풋옵션 행사기한은 2021년 4월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해 2024년 4월로 미뤄졌다. 롯데지주가 요청할 경우 행사기한을 2025년 1월까지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연장 대신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상장을 하더라도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가보다 낮아 수익률을 맞출 수 없게 되면 롯데지주가 투자자에게 차익을 보전해야한다는 데 있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단가는 주당 3만원 대다. 풋옵션 계약에 따른 내부 수익률 3~5%를 고려하면 주당 4만원 중반 이상에 상장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 주식수 기준 기업가치는 약 1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8배 수준으로 업계 평균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 대로 PER 12배 수준이다.

롯데그룹은 롯데그룹 측은 풋옵션 행사로 인한 손실 보전을 피하기 위해 마지노선까지 공모가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서 상장한 롯데렌탈이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강행한 뒤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있다는 점은 그룹에 부담이다.

업계에선 최근 롯데그룹의 신용도 하락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올 들어 장기 기업어음(CP)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12일 300억원 어치의 만기 2년의 장기 CP를 발행했고 호텔롯데와 롯데하이마트도 올해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장기 CP를 찍었다. 공모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날 경우 평판 악화로 인한 재 발행이 어려운 만큼 CP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는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절차까지 있어 공모에서 흥행에 실패하면 그룹의 대외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호텔롯데를 비롯한 롯데 계열사들의 상장이 무산된 상황인만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공모 흥행과 투자금 회수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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