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환 VIG얼터너티브크레딧 전무 "벤처대출, 지금이 기회"[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입력 2023-10-17 07:11  

이 기사는 10월 17일 07: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벤처대출은 한국엔 낯선 개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분 투자 일색인 한국에선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대출을 받는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려웠다. 담보로 잡을 실물 자산이 없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이들도 없었다. 이런 틀을 깨고 한국에 벤처대출 시장을 연 게 한영환 VIG얼터너티브크레딧 전무(40·사진)다. 한 전무는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벤처대출 시장은 블루오션"이라며 "시중은행 등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까지 크레딧펀드엔 큰 기회"라고 말했다.
벤처대출 구조 국내에 도입
한 전무는 스페셜시추에이션 투자 전문가다. 골드만삭스 아시안스페셜시추에이션스그룹(ASSG)에서 10여년 간 일하며 다양한 구조화 투자를 경험했다. 골드만삭스에 합류하기 전 VIG파트너스의 전신인 보고펀드 공채 1기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2021년 VIG파트너스로 돌아와 크레딧 부문인 VIG얼터너티브크레딧을 이끌고 있다. 한 전무는 VIG파트너스 세대교체 인사로 내년 1월 부대표로 승진할 예정이다.

한 전무가 국내 시장에 이름을 알린 건 지난해 6월 마이리얼트립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면서다. 당시 이 투자건은 그간 국내에선 보기 드문 구조로 이뤄져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구조는 복잡하면서도 간단하다. 사채 표면금리는 당시 인수금융 금리보단 2~3%포인트 가량 높게 설정했고, 신주인수권은 전체 사채발행 금액의 20%만 받았다. 여기에 마이리얼트립이 다음 라운드 투자를 받으면 사채 원리금을 가장 먼저 상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쓰는 벤처대출 구조다.

한 전무는 "지분 희석을 고민하는 창업자와 하방을 단단히 막으면서도 상방을 추구하는 우리 펀드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벤처대출 구조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전무는 "스타트업은 성장할수록 필요한 자금이 많아지는 데 지분 투자를 받으면 창업자 지분 희석이 문제가 된다"며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도 스타트업이 지분 투자 대신 브릿지론 개념의 벤처대출을 찾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VIG얼터너티브크레딧 입장에서도 마이리얼트립은 손해 볼 게 없는 투자처였다. 우선 7%의 사채 금리를 안정적으로 받았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자본시장에 온기가 돌아오자 마이리얼트립은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투자금이 들어오면 VIG파트너스의 사채 원리금을 가장 먼저 상환해야 한다. 상환 이후에는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이 남는다. 한 전무는 "마이리얼트립의 기업가치가 더 올라거나, 상장에 성공한 뒤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팔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목표 내부수익률(IRR)은 20%지만 마이리얼트립의 성장세에 수익률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벤처대출 구조 알고보면 오히려 안전
한 전무가 벤처대출을 처음 도입할 때 시장에선 우려도 많았다. 출자자(LP)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한 전무는 "적자 기업인 스타트업에 어떻게 대출을 해주느냐는 반응과 이런 구조는 리스크가 크지 않고 오히려 안전하다는 반응이 극과극으로 엇갈렸다"며 "담보도 없고,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도 아니지만 구조 자체가 안전하다는 점을 중심으로 피력했다"고 말했다.

한 전무가 LP들을 설득한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그는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대출이 없고, 지분 투자를 받다 보니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최선순위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마이리얼트립의 경우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청산가치가 500억원이 넘기 때문에 대출금을 떼일 염려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다음 라운드 펀딩에만 성공하면 사채 원리금을 바로 상환할 수 있다는 점도 안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안전장치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수익을 내고, 신주인수권은 사실상 보너스 개념으로 추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게 한 전무의 설명이다.

마이리얼트립 벤처대출을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진행한 한 전무는 벤처대출과 비슷한 구조와 전략의 투자를 주로 하는 블라인드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1000~2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게 목표다. 한 전무는 "연내 비슷한 구조의 벤처대출 딜을 발굴하고, 블라인드펀드도 조성도 차근차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분간 벤처대출 시장을 크레딧펀드가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전무는 "벤처대출은 지분 투자를 주로 하는 벤처캐피탈(VC)이 뛰어들기도 어렵고, 일반적인 자산 담보 기반 대출을 하던 시중은행이 당장 하겠다고 나서기도 쉽지 않다"며 "지금이 크레딧펀드엔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크레딧펀드 성장 가능성 높아
VIG얼터너티브크레딧은 현재 3000억원 규모의 크레딧 전문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펀드를 책임지는 한 전무의 투자 제1원칙은 원금 보장이다. 그는 "크레딧 투자는 지분 투자보다는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개별 기대 수익률은 낮다"며 "한 건이라도 원금 손실이 일어나면 전체 펀드 수익률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원금 손실을 막는 게 크레딧펀드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 전무는 크레딧펀드를 "기업의 조력자이자 문제 해결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크레딧 펀드가 인덱스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건 해당 투자 기업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줬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크레딧펀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무는 크레딧펀드의 성장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국내에선 2021년 하반기 자본시장법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크레딧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VIG파트너스(VIG얼터너티브크레딧)을 비롯해 IMM프라이빗에쿼티(IMM크레딧앤솔루션),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크레딧) 등 PEF 운용사가 앞다퉈 크레딧펀드를 운용하는 계열사를 만들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 전무는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되는 데다 LP들도 자산 분배를 위해 크레딧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크레딧펀드는 당분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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