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미술 세계화 막는 '문화쇄국'으론 K예술 미래 없다

입력 2023-10-16 17:49  

60년 넘은 문화재보호법이 국내 작품의 해외 아트페어 참가를 제한하면서 ‘K미술의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다. 제작 50년 넘은 미술작품에 대한 ‘판매용 해외 반출 제한’이라는 문화재보호법 규제(39·60조) 때문이다. 국제 미술품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지만, 한국형 폐쇄 규제로 문화예술계의 숙원인 국제무대 진출이 장기간 겉도는 것이다.

어제까지 닷새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프리즈 마스터스’에서 또 한 번 한국 작가 작품의 국제 진출이 좌절됐다.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이 행사에는 수백 년에 걸친 근·현대 유명 작가들 걸작이 선보여 미술 애호가의 비상한 관심 속에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등 한국 대가들 작품은 내걸릴 수 없었다. 서울의 한 유명 갤러리는 국내에서 ‘물성(物性) 탐구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곽인식 작가의 1962년도 작품을 선보이려고 했으나 이 규제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다.

‘제작 50년’이라는 반출 제한 기준도 실상 근거가 없다. 같은 작가의 1974년 작품은 해외 무대에 설 수 있고, 1973년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과연 이성적·합리적인가. 오랫동안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획일화하고 성냥갑 아파트만 양산한 ‘35층 규제’만큼이나 거칠고 막연한 횡포다. 런던 행사에서 다양한 작품이 소유주의 국적을 뛰어넘으며 세계인의 관심 속에 ‘명품 중의 명품’으로 한층 격을 높여갔지만 한국 미술계에는 전부 남의 나라 얘기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가격 보상’이 이뤄지고, 국제적 평가·인정도 충분히 받을 때 더 많은 한국 작가가 세계 미술계에서 우뚝 설 수 있다. 국보·보물 같은 지정문화재가 아닌 ‘일반동산문화재’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연초 문화재청이 ‘생존 작가는 예외로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진전이 없다. 다수의 세계적 명품을 수집한 ‘이건희 컬렉션’에는 환호와 탄성을 보내면서 해외의 큰손 수집가들이 한국 걸작에는 손도 못 대게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문화계 갈라파고스 규제로 ‘문화 쇄국’에 빠지면 한국 예술의 미래는 어둡다. K팝·K드라마 모두 부단한 국제화로 이만큼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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