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기다리자"…'이태원 참사 1주기' 조용한 핼러윈

입력 2023-10-17 22:00   수정 2023-10-17 22:22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은 지난해 10월까지 진행한 ‘핼러윈데이’ 행사를 없애고, 올해는 간단한 코스튬 행사를 하기로 했다. 기존 핼러윈데이 행사에서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탕을 나눠 먹는 이벤트도 했지만 올해는 축소했다. 인근 다른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기존 핼러윈데이 행사는 학부모들까지 참여하는 큰 이벤트로 꾸며졌지만 이번엔 원내에서 조용히 과자를 나눠먹는 소규모 파티로 대체할 예정이다. 유치원 관계자는 “대부분 유치원들이 핼러윈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했다”며 “사회 분위기상 떠들썩하게 파티를 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달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핼러윈 행사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남긴 충격이 여전히 채 가시지 않은 탓이다. 특히 유치원이나 어학원에서 단골 행사로 꼽혔지만 올해는 파티를 아예 취소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 매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유통가와 외식·숙박업계도 대부분 관련 마케팅을 하지 않기로 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치원이나 어학원에서 매년 열던 핼러윈데이 파티를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어학원의 경우 행사를 기획하고는 있지만 '핼러윈'이란 단어 대신해 '컬쳐(Culture)데이', '땡스기빙데이(추수감사절)'란 단어를 사용할 예정이다. 불과 1년 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9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져 올해도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가 예상되는 데 따른 조치다.


유통업계에서도 핼러윈 마케팅을 하는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는 핼러윈 관련 의상이나 소품 판매를 거의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기존보다 축소하는 분위기다. 백화점들은 예년엔 매장을 핼러윈 분위기로 꾸미고 쇼핑몰이나 아웃렛 등에서 퍼레이드도 열었지만 올해는 관련 행사를 일절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들도 관련 상품을 진열해두되 물량을 최대한 줄이고 마케팅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예년에는 행사 매대를 별도로 꾸미고 기획전과 할인 행사도 진행했지만 올해는 취급 품목을 대폭 줄였다.

편의점업계도 마찬가지다. CU는 과거 해마다 핼러윈을 앞두고 진행하던 관련 상품 출시나 모바일앱을 통한 이벤트 계획을 이번에는 세우지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핼러윈을 7대 행사 가운데 하나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정한 GS25 역시 올해 핼러윈 마케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핼러윈을 건너뛰고 다음달 11일 빼빼로데이에 집중해 마케팅을 한다는 구상이다.


'소비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해마다 공격적인 홍보 활동을 펼쳐왔던 테마파크나 공연·숙박업소 등도 '조용한 핼러윈'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롯데월드는 매해 9월부터 호러 연출 공간을 만들고 좀비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핼러윈 행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다크문 인 롯데월드’라는 주제로 웹툰 속 세계를 구현하는 행사를 한다. 에버랜드 역시 ‘해피 땡스기빙데이’라는 주제로 가을꽃과 열매를 선보인다.

핼러윈 기념 디저트를 출시하거나 패키지를 선보이던 호텔들도 이번에는 핼러윈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 그랜드하얏트서울, 조선호텔앤리조트 등은 모두 핼러윈 행사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 등 식음료 업체들도 핼러윈 전용 상품을 내지 않기로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살피지 않고 섣불리 마케팅에 나섰다가 괜한 구설수에만 오를 수 있다고 봤다”며 “여론을 살피면서 앞으로 행사를 진행할지 여부를 가를 예정”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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