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이 어쩌다'…'펜타닐 중독' 의사도 면허 유지했다

입력 2023-10-19 14:54   수정 2023-10-19 14:56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중독 이력이 있는 의사가 버젓이 의료인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중독에 빠진 의사·간호사 중 면허 취소가 된 사례가 한 건도 없어,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1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의료법상 정신질환자와 마약류 중독자 등은 의료인 면허 취소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마약류 중독으로 의료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정신질환을 근거로 의료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2017년 1건(간호사·조현병)에 불과했다.

반면 마약류 중독이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면허를 유지하는 사례는 다수 있었다. 양극성정동장애로 치료감호 처분을 받은 의사 1명과 조현병으로 치료감호 중인 한의사 1명은 여전히 면허를 유지하고 있었다. 2020년 이후에만 대표적 정신질환인 치매, 조현병을 주상병으로 해 치료받은 의료인도 각각 102명, 70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 1명은 조현병 치료를 받던 37개월간 최소 1만6840건의 의료행위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은 치매 치료받던 38개월간 최소 6345건의 의료행위를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펜타닐' 또는 '페치딘' 중독자로 치료보호 이력이 있는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도 의료인 면허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8~2022년 행정처분 받았던 의사 4명은 해당 처분의 원인이 된 법원 판결 등에서 자신이나 가족 명의로 마약류를 투약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면허가 취소되지 않았다.

의료인이 스스로 마약류를 처방·투약한 사실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식약처)상, 2018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본인 처방·투약 횟수가 연간 50회 이상인 의사는 44명이고, 이 중 12명은 투약 횟수가 연간 100회 이상에 달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복지부가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264명의 의사가 자격정지 기간에도 3596건(처방 2453건, 투약 1143건)의 마약류 의약품을 투약 또는 처방했는데도 제재 등 관리·감독 없이 방치한 사실을 적발했다.

복지부는 이들에 대한 행정처분에도 소홀했다. 감사원이 2019년 10월 복지부 감사에서 '자격정지 중 의료행위'로 의심된다고 지목한 한의사 A씨는 자격정지 기간 중 1469건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이 확인됐는데도, 행정처분 심의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이 밖에도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의료법' 위반 의료인을 통보받고도 장기간 방치하다가 처분시효 만료로 총 24건을 내부 종결하기도 했다. 또 2018년부터 2023년 3월 사이, 의사 등에 대한 총 1999건의 행정처분 중 1848건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경제적 곤란 호소 등 주관적 사유를 들어 처분 시작일을 지연하는 등 자의적으로 행정처분을 관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해당 행정 처분을 임의로 감경한 관련자 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자격정지 중 의료행위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라고 복지부에 촉구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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