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떠나 해외 여행하며 과제 수행…교재도 없앴다

입력 2023-10-22 18:25   수정 2023-10-23 01:57

세계 각국의 대학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학생 개개인에게 집중하고, 기존 교육 방식을 뒤집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 대학도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선 자율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교육 모델로 꼽히는 미국 미네르바대가 대표적이다. 22일 세계 혁신대학 랭킹(WURI)에 따르면 미네르바대는 2023년 세계 혁신대학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은 샌프란시스코 본 캠퍼스에서 첫해를 보낸 뒤 서울, 타이베이,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을 여행하며 문제해결형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약 90개국 출신의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게 된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는 외부 전문 상담가의 1 대 1 상담을 제공한다. 신입생 선발 과정에선 기존 대입 제도와 달리 시험 점수, 추천서 대신 개인의 성취 위주로 평가한다.

교사와 교재가 없는 대학도 있다. 혁신적 정보기술(IT) 교육기관으로 알려진 프랑스 에콜42가 그렇다. 학생은 온라인으로 관심있는 프로젝트에 지원해 과제를 수행한다. 게임하듯 특정 레벨에 오르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프로젝트는 실제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바로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코딩 전문 인력으로 길러진다.

국내 대학도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포항 한동대는 학과 간 융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최초로 문·이과의 경계를 없앤 무전공, 무학부 입학제를 도입했다. 최근 교육부가 진행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는 ‘차세대 대학혁신모델’을 제안했다. 모든 학부를 하나의 단일대학으로 통합해 학생들이 제한 없이 과목 및 전공을 ‘조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산학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포스텍은 2017년부터 국내 최초로 ‘산학일체교수제’를 운영 중이다. 기업이 산학협력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추천하면 대학이 이를 심사해 교수로 채용하는 제도다. 인건비는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대학의 연구 성과를 산업체에 전파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삼성SDI, 효성,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과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더 높은 수준의 혁신을 위해선 더 큰 자율권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과 예산 지원에 의존해 운영하는 관행을 벗어나야 대학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게 교육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애초 등록금을 정부가 15년째 동결한 것부터가 대학 역량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지금 대학들은 혁신을 시도하기보다 규제와 틀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역량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최상위 대학들은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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