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최고 경영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카카오가 위기를 맞고 있다. 당국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 수사 칼날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사진)에게로 향했다. 당국은 카카오가 지난 2월 에스엠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이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 에스엠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센터장이 23일 금융감독원에 출석하면서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옛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 돌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커지는 '오너 리스크'…카카오 김범수, 금감원 소환 조사
김 센터장은 이날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금융감독원에 출석했다. 앞서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의 에스엠 주가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 센터장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김 센터장은 특사경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기 전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히고 조사실로 향했다. 주가 조작 혐의를 인정하는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배재현 CIO에게 주가 조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에스엠 시세조종을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사경은 카카오 실무진 휴대폰에서 시세조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문자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카카오 수사와 관련해 "어느 정도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혀 업계에선 시세조종 단서를 확보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카카오는 올 2월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당시 2400억원을 들여 SM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의혹은 하이브가 공개매수 기간 "특정세력의 비정상적인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특사경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카카오 측이 에스엠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살펴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되면 이를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수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시세조종 처분이 카카오 '법인'에 적용된다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가 금융업에서 철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와 에스엠의 기업결합 심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창사이래 최대 위기…'비상경체제' 돌입 하나
카카오 주요 경영진의 잇따른 리스크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와 비판의 시선이 크다.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진의 시세조종 혐의 외에도 김범수 센터장의 가상자산 클레이 관련 횡령·배임 혐의, VX·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자회사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 등 추가적 사법 리스크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도 논란이 돼 왔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2021년 11월 말 카카오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됐으나 그해 12월 카카오페이 임원들과 함께 회사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 약 469억원을 현금화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어 대표 자리에 오른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 이상의 거액을 챙기고 물러났다.
지난달에는 카카오의 재무그룹장(부사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카카오 노동조합이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까지 받는 처지에 놓였다.
이밖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인력 감축, 카카오모빌리티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는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 이 사건은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룹 전반으로 악재가 겹치고 경영진 공백 등이 예상되면서 내부적으로 CA협의체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 대표 구속으로 투자·협업 등 주요 의사결정이 올 스톱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비상경영 체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경영진 사법리스크가 커지면서 이날 카카오는 52주 신저가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9시26분께 카카오는 장중 3만815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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