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만3000원. 2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특등급 사과(홍로) 10㎏의 경락가격이다. 작년 10월 1만8000원에 불과했던 가격이 1년 만에 3.5배로 뛰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2일에는 15만원을 웃돌면서 ‘금(金)사과’라는 말이 나왔다. 사과 가격이 이처럼 요동치는 것은 외국산 사과 수입을 막고 있는 폐쇄적 공급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무역 절차를 거쳐 외국산 사과가 수입된 전례는 없다.
이처럼 사과 가격이 급등한 건 생산량이 줄어서다. 사과는 봄철 개화 시기가 한 해 농사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는 3월부터 이상 고온이 나타나면서 사과꽃이 일찍 피었다. 이후 기온이 다시 급락하면서 냉해 피해를 본 농가가 증가했고, 그 결과 지난 6월 나무에 사과 열매가 남은 ‘착과수’는 1년 전보다 16% 줄었다. 여기에 여름철 집중호우, 농가를 덮친 탄저병 등 ‘악재’도 겹쳤다. 올해 사과 생산량은 43만5000t으로 전년(56만6000t)보다 2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사과 수입 빗장을 풀라”는 해외 국가의 요구는 쇄도하고 있다. 외국산 과일은 8단계(접수-착수 통보-예비위험평가-개별 병해충 위험 평가-위험관리 방안 평가-검역 요건 초안 작성-입안 예고-고시)로 구성된 검역당국의 수입위험분석(IRA)을 통과하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사과에 대한 IRA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진 국가는 없다.
미국은 1993년 사과에 대한 IRA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3단계(예비위험평가)에 머물러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발간한 ‘2023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사과의 무역 장벽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정부도 탄력적인 물가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망고, 파인애플처럼 할당관세(0%)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면 국내 농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과거엔 미국산 사과가 한국 사과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엔 품종 개량이 많이 돼 국내산이 밀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염정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전문연구원은 “자체 연구 결과 사과 수입을 개방하면 농업생산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면서도 "다만 국내산 선호도가 높다고 가정하면 피해 영향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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