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해밀턴호텔 옆으로 꽃다발과 촛불이 놓인 골목길을 지나쳐 갈 때면 아직도 가슴이 내려앉는다. 낮에도 컴컴해 뵈는 저 좁디좁은 길 위에서 1년 전 159명이 압사했다. 행인들이 추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도하고 흐느끼거나 또는 무거운 표정으로 침묵한다. 누군가는 사회를, 누군가는 정부를 지탄하기도 한다. 새삼 느끼지만 1년으로 치유될 상처가 아니다. 과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세월호가 그랬듯 이 트라우마도 한참 동안 사회를 짓누를 것이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세월호가 그랬다. 9년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진상 조사를 벌였지만 제대로 건진 게 없었고 사회적 갈등만 더 키웠다. 이제 이태원 참사도 그럴 조짐이다. 과거 대형 참사 때마다 정치 프레임을 씌워온 자들과 음모론자들을 제대로 막지 못한 원죄다.
최근 미국의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인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를 공개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지식재산권과 편성 권한을 가진 제작사 CBS는 애초부터 미국에만 방송을 내보내기로 했다. 특정 국가의 재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해외에 송출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국 외 국가에선 본편은 물론 예고편도 볼 수 없다.
그러자 음모론자들이 이때다 싶어 들고 일어났다. 친야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한국에서만 크러시를 볼 수 없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다큐를 막았다”는 허위 주장이 쏟아졌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이 예고편을 무단 복제한 뒤 “전 국민이 봐야 한다”며 조회수 장사를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이 무단 복제 영상을 공유하면서 “한국에서 차단 상태. 그러나 많이 보고 널리 알립시다!”라고 적었다. 전직 법무부 장관이 불법 시청을 독려한 셈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