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불상, 日 소유" 대법 판결에…조계종 "최악의 판례"

입력 2023-10-26 15:28   수정 2023-10-26 20:38



고려 말 왜구에 약탈당했다가 한국 절도단이 일본 사찰에서 훔쳐 한국으로 들여온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약탈문화제 문제 해결에 있어 최악의 판례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6일 조계종은 대법원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조계종 서산 부석사 소유의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과 관련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의 판결 결과에 대해 종단은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계종 측은 "약탈해 강제로 국외 반출된 도난문화재에 대해 취득시효를 인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일 뿐 아니라, 약탈문화재의 은닉과 불법점유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강제로 빼앗긴 약탈문화재에 대한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은 반역사적 판결"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약탈문화재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최악의 판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대법원 1부는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일본 민법에 의하면 일본 관음사가 이 사건 불상을 시효취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이 50.5cm, 무게 38.6kg인 이 불상은 1330년께 고려 충선왕 즉위일에 맞춰 당시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문화재 절도단 9명은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 중이던 이 불상을 훔쳐 국내로 들여왔다. 이들은 불상을 22억원에 처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현재 불상은 몰수돼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관 중이다.

이에 충남 서산에 있는 부석사는 정부를 상대로 불상 인도를 청구했다. "부석사는 해당 불상의 소유자였던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후신"이라는 것이다. 일본 관음사도 대응에 나섰다. 관음사는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재판에 참여해 "관음사가 법인격을 취득한 1953년부터 불상을 도둑맞은 2012년 10월경까지 불상을 계속 점유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유권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불상의 소유권이 관음사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한국 사법부는 최종적으로 관음사의 불상 소유권을 인정한 셈이다.

조계종 측은 "도난, 약탈문화재에 관한 여러 국제 규약에서는 반환의 당위성과 소유자가 가진 당연한 권리를 명시한다"며 "이번 판결은 이 같은 국제법적 이념과 국제 규약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1995년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에 관한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DROIT)협약' 5조는 '협약 국가 간에 취득시효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반출 문화재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국도 가입한 유네스코에서 1970년에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 7조 등에는 불법반출입 문화재의 회수 및 적절한 반환 조치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게 조계종의 설명이다.

조계종 측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불자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며,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민족의 문화유산"이라며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이 원래의 자리를 떠나 약탈국으로 다시 유출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구은서/민경진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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