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온누리스토어의 최고경영자(CEO)는 1983년생 박효수 대표(사진)다. 그를 27일 서울 목동 본사에서 만나 창업과 회사 성장 스토리를 들어봤다.
박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를 거쳐 오릭스PE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일했다. 기업의 부실을 도려내고, 그 회사가 잘할 수 있는 경쟁력을 찾아내는 일이다.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만 7년을 종사했다.
박 대표는 창업자 DNA가 각인된 기업인이다. 1991년 국내 최대 약국 체인인 온누리약국을 선보인 박종화 온누리H&C 대표가 그의 부친이다. 온누리약국은 전국에 가맹점이 2200여 곳에 달한다.
박 대표도 아버지처럼 “천성이 사업가”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는 대학 3학년 때 첫 번째 창업에 나섰다. 한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에 영어단어 학습기를 팔겠다며 제품 1000개를 들고 하노이로 갔다. 당시 하노이 한인 사회에선 “서울에서 온 얼굴 새까만 대학생이 밥도 굶으며 물건 팔겠다고 다닌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랬던 그가 대학 졸업 후 2019년까지는 창업 본능을 누르고 직장생활에 전념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전성기를 누린 시절이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에 돈 빌리러 다닐 때 박 대표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거품은 곧 붕괴할 공산이 크다. 캐시플로(현금흐름)로 슈퍼그로스(초고속 성장) 곡선을 만들 수 있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다.’
때를 기다리던 그는 코로나19 창궐로 많은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로 떨어질 때 자본금 5000만원을 들고 온누리스토어를 창업했다. 처음 내놓은 상품은 여성 전용 핫팩이었다.
제품 품질에 공을 들인 다음 ‘엄알비’ 등 맘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내는 방식으로 완판에 성공했다. 온누리스토어의 성공 방정식 중 하나인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마케팅의 첫 사례였다. 이렇게 번 돈을 그는 상품 개발에 재투자했다.
박 대표는 이런 식으로 사업 첫해인 2020년 150억원에서 2021년 300억원, 2022년 520억원으로 매출을 불려 나갔다. 온누리스토어가 판매 중인 브랜드는 20여 개다.
박 대표는 “창업 전 7년간 구조조정 업무를 경험하면서 돈의 무서움을 깨달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때로는 돈이 너무 많아서예요. 외부에서 너무 많은 돈을 수혈받으면 기업가는 도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책임 못 질 일을 벌이게 됩니다.”
박 대표는 헬스·웰니스 업종에서 한국 1등을 꿈꾼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온누리약국 체인과의 연계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합한 옴니채널을 구현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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