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위프트노믹스

입력 2023-10-27 18:11   수정 2023-10-28 00:07

미국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3월부터 8월 초까지 미국 20여 개 도시를 도는 전국 투어를 했다. 티켓 수입만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에 이르렀다. 그가 공연하는 도시마다 팬들이 몰려 들어 교통, 숙박, 식음료 판매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경기 부양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스위프트와 경제를 합성한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란 신조어가 생겼다.

7월엔 보수적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제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스위프트노믹스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스위프트와 비욘세의 투어 공연과 영화 ‘바벤하이머(바비+오펜하이머)’ 열풍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월가의 분석도 나왔다. 스위프트의 공연 수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합치면 그의 팬덤이 일으키는 경제 효과가 웬만한 중소·중견기업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다.

스위프트는 198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싱어송 라이터다. 2006년 데뷔한 그는 2010년, 2016년, 2021년 총 세 차례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비틀스, 밥 딜런, 마이클 잭슨도 한 번 이상 받지 못한 상이다. 총 12개 앨범이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세계적으로 2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팔았다.

K팝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7월 블랙핑크의 베트남 하노이 공연 당시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고, 항공권 가격이 치솟고, 공연장 주변 숙박시설의 방이 동났다고 한다.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의 인기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방송·영상·영화·문화·여행 등 서비스산업과 식음료·화장품·자동차·가전 등 소비재산업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21년까지 5년간 한류 열풍이 불러온 국내 경제 파급 효과가 37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사람들은 필요한 제품보다 좋아하는 제품을 산다. 머리보다 가슴이 설레야 지갑을 여는 팬덤 경제 시대다. 그 배경에 대해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미노와 고스케는 이렇게 썼다. “사람들이 고독해졌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라고. 팬덤 경제가 고독사회의 한 단면일지라도 경제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적인 팬덤으로 나아간다면 굳이 경계할 것도 없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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