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개미’들이 신용등급 A급 회사채에 몰리고 있다. AA급 우량채보다는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은행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는 A급 회사채 시장으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초 업계에서는 A급 회사채 흥행 여부에 대해 우려가 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는 등 채권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A급 회사채가 미매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고금리를 노린 개인들의 리테일 수요가 A급 회사채로 몰렸다.
국내 최대 부동산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신용등급 A-)이 발행한 회사채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24일 열린 이지스자산운용의 1년6개월 만기 3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전체 주문량 전액(330억원)이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이었다.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은 리테일 시장을 통해 개인들에게 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 7.2%의 고금리가 책정되면서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기업 계열사인 A급 기업은 흥행 성공으로 증액 발행도 결정했다. LS전선(A+)은 2~3년 만기, 900억원 모집에 43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발행 규모를 1500억원으로 늘렸다. 조달 금리는 2년 만기 연 5.118%, 3년 만기 연 5.148%로 책정됐다. HD현대중공업(A)도 637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해 기존 1000억원에서 1760억원으로 증액했다. 1년6개월 만기는 연 5.045%, 2년 만기는 연 5.371%로 금리가 매겨졌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상품부 관계자는 “신용등급 A급 대기업 계열사 회사채가 연 5%대 초반 고금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을 받으면서 개인들의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지난 27일까지 2조5770억원에 달했다. 이 중 회사채 순매수액이 829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초에는 개인들이 채권 매매를 통한 자본차익을 노리고 장기 국채를 많이 매입했는데 하반기 들어서는 고수익 회사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하나에프앤아이 등 다른 A급 기업도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회사채 시장을 찾는 A급 기업 증가세는 주춤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만기 회사채 차환 등 당장 유동성 조달이 시급한 A급 기업만 회사채 발행을 고려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시중은행을 살펴보더라도 막상 금리 메리트가 있는 만기 1~2년짜리 정기 예금을 찾기 어렵다”며 “1~2년간 안정적으로 고금리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는 채권 개미들은 A급 회사채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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