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초강력 레이저는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미래 첨단산업 원천기술을 선점할 ‘히든카드’로 주목받는다. 전라남도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를 지역의 산업 생태계 혁신 기회이자 ‘진정한 지방시대’를 실현할 핵심 열쇠로 꼽았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찰나의 순간에 페타와트(PW·1000조W) 이상의 에너지를 내는 빛을 생성·활용한다. 방사광 가속기보다 규모는 작지만 1000배 이상 빠른 ‘최첨단 인공 빛 실험실’이다.
도 관계자는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하면 초고온·초고압의 우주 극한 환경을 지상 실험실에서 구현해 우주 탄생 신비를 밝힐 수 있다”며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물질 성질 변화 연구로 다이아몬드를 능가하는 초경량·초강도 신소재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핵융합에너지 발전과 차세대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고품질 극자외선(EUV) 광원 개발, 미래 전자장치의 게임체인저가 될 레이저무기 개발, 우주항공산업 등 다양한 응용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라남도의 설명이다.
미국 등 주요국은 초격차 레이저 기술 확보를 위해 시설 구축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은 20PW, 미국은 50PW, 중국은 100PW 규모로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광주과학기술원(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의 4PW급 레이저의 5~25배 규모다. 세계 레이저 기술 시장에서 우위에 서려면 한국도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조기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라남도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지난해 5월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반영시켰다. 올 2월엔 레이저 연구 고급인력 확보를 위해 GIST, 한국에너지공과대(켄텍), 한국광산업진흥회 등 일곱 개 대학, 한 개 기관과 레이저 전문인력 양성 협약을 맺었다. 3월엔 ‘제1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에서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에 초강력 레이저를 포함했다.
전라남도는 6월 레이저 부품 국산화 품목 발굴과 레이저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 ‘레이저산업 생태계 조성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는 등 국내 유일의 레이저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 참석해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 최고의 연구에 투입돼야 하며 세계적 수준의 공동연구를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언급한 글로벌 연구시설이자 국제 공동연구 협력의 상징이라고 확신한다”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에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라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50PW 규모의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과 연계해 레이저 핵심부품 국산화와 레이저 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 등 국내 유일의 레이저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할 방침이다.
강상구 전라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국가 과학기술 백년대계이자 전남의 산업 지형을 바꿀 게임체인저”라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반드시 전남에 유치해 지방 소멸을 극복하고 ‘세계로 웅비하는 대도약 전남 행복 시대’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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