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위였는데, 휴지 조각될 판"…카카오 개미들 '울분'

입력 2023-10-31 06:26   수정 2023-10-31 06:34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 의혹을 수사하는 금융감독원의 칼 끝이 카카오를 향하면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와 실적 둔화까지 악재가 잇따르면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2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 소액 주주들은 한 때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위였던 기업의 주가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냐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 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의 구속이 알려진 지난 19일부터 카카오 주가는 4만원선이 무너졌다. 27일에는 주가가 3만73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금감원, 카카오·엔터 법인 등 검찰 송치…오너 리스크 '현실화'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카카오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카카오의 각종 인수합병(M&A) 및 미래 핵심 사업 추진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에스엠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26일 구속된 카카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투자전략실장 A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B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투자총괄대표 등은 지난 2월 에스엠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특사경은 이번 사건 관련 피의자 18명 중 5명을 '우선 송치'한 것이라며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추가 송치를 예고했다. 따라서 지난 23일 소환 조사를 받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 사건 추가 처리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조만간 김 전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사경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강제수사 과정에서 김 전 의장이 시세조종에 관여한 사실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당국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 창업자의 시세조종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 성과를 묻는 질문에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시총 3위서 18위로 급락…카뱅도 대주주 지위 '위기'
카카오 주가는 2021년 6월 장중 17만3000원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카카오의 시총은 70조원대를 기록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총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지속 하락해 현재는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점 당시와 비교하면 시총은 50조원 이상 증발했다. 현재 카카오의 시총은 16조7793억원으로 18위까지 주저 앉았다.

카카오는 에스엠을 인수하려다 카카오뱅크마저 잃을 위기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 법인이 형사처벌돼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가 발생하면 카카오뱅크의 주인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이번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이 법인 카카오를 재판에 넘기고 벌금형 이상 처벌이 확정되면 금융당국은 카카오를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카카오는 6개월 안에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27.17%) 중 10% 초과분에 대해 처분해야 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과 금감원 조사가 집중되고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주가 반등 어려워…개미들 "언젠간 오를 줄 알았더니 없어질 판"
증권가는 카카오에 드리워진 사법 리스크가 계열사의 주요 사업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커 당분간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카카오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는 13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톡비즈의 경우 경기 침체 영향이 지속되며 한 자릿대 성장이 예상된다. 친구탭과 오픈채팅탭 사용자 환경(UI)을 개편하는 중이지만 의미있는 비즈보드 매출이나 트래픽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에스엠의 성장성은 긍정적이나 인수로 인해 발생하는 상각비의 증가로 영업이익에 큰 기여는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증권사들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삼성증권은 6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이밖에 △NH투자증권(7만2000→6만원) △한국투자증권(7만→6만2000원) △대신증권(6만7000→6만4000원) 등도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2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 소액주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임원들은 기소되고 카카오뱅크는 떨어져 나가게 생겼다", "시총 3위였던 주식이 2년만에 휴지가 되어갈 수 있냐", "언젠간 주가가 오르겠지 했는데 아예 회사가 없어질 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형사벌 중심의 제재와는 별도로 다양한 제재 수단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불공정거래 사건을 효과적으로 제재하고 재발을 방지하고자 형사제재를 보완해 금전적 제재와 비금전적 행정제재 등 다양한 제재 수단을 두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불공정거래를 단속하고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들이 확대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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