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대주주 변경 속 'CB 공장' 양산 우려[수상한 스팩②]

입력 2023-11-07 07:52  

이 기사는 11월 07일 07: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 상당수가 상장 이후 전환사채(CB) 등 메자닌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필요한 현금을 조달하고 있다. 상장 당시 계획했던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희석해서라도 기업을 존속하기 위한 대책이다.

상장 당시 계획했던 현금흐름을 만들지 못한 채 운영자금을 반복적으로 시장에서 조달하면서 'CB 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3~5년의 사업계획을 토대로 증시에 입성했지만,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해당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요원해진 곳들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자 누적에 유증·CB로 '연명'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기업 중 상당수가 CB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스팩 합병으로 상장하다 보니 공모자금 확보 등 측면에서 일반 상장보다 현금 부족 현상이 빠르게 나타나서다. 매년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적자는 누적되고 자체 현금만으론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선택한 궁여지책이다.

2020년 6월 상장한 신약 개발사 카이노스메드는 지난 3년간 CB 발행 및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608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자체 현금흐름으론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워서다.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자금 모집을 위한 주식 발행을 이어가면서 상장 초기 3만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현재 3000원대로 낮아졌다.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전문기업 엠에프엠코리아는 2020년 12월 상장한 이후 약 2년 6개월 동안 CB·EB·BW 등 메자닌 발행 및 주주 배정 유상증자 등을 6차례 진행해 45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상장 이후 3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으로 사실상 외부 자금 수혈에 기대 기업이 유지되고 있다.

이 밖에 국전약품(1116억원), 지오릿에너지(842억원), 나인테크(550억원), TS트릴리온(520억원), 네온테크(414억원) 등도 운영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주식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10월 말 기준 각사 시가총액의 약 40% 안팎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들 역시 대부분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이익이 적자인 곳들이다.

상장 이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건 상장사가 누릴 수 있는 이점이다. 다만 장밋빛 희망에 기대 상장한 뒤 흑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좀비 기업’ 양산에 스팩 합병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폐지를 피하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반복적으로 발행된 CB 발행과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도 꾸준히 희석됐다. 카이노스메드는 2020년 6월 상장할 당시 시가총액은 4113억원이었지만, 현재 시총은 900억원대다. 상장 이후 한때 시총 2500억원까지 상승했던 네온테크의 현재 시총은 10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실적 부침 속 최대주주 변경 '속출'
스팩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뒤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2020년 스팩 합병 상장사 17곳 중 6곳이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반복되는 증자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져 적대적 M&A에 노출되거나 최대주주가 더 이상 경영을 지속하길 포기한 결과다.

시장 관계자는 “안정적 실적을 기반으로 성장성을 인정받아 피인수되는 사례도 있지만 상당수가 실적을 내지 못하던 곳”이라며 “상장 당시 미래 사업 계획을 토대로 한 기업가치로 투자받았지만 이후 최대주주가 기업을 매각하면서 방향성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의류회사 엠에프엠코리아는 오는 11월 최대주주가 엠에프엠홀딩스에서 경영 컨설팅 회사 브이티엠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될 예정이다. 브이티엠인베스트먼트는 메자닌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해 24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면서 기존 의류사업과는 관계가 없는 반도체 및 2차전지, 스마트팩토리 등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정관에 추가할 계획이다.

2020년 8월 상장한 윈텍의 경우 올해만 최대주주가 3번 변경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이오테크닉스에서 스페이셜바이오테크놀로지로 바뀐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토이랜드, 라이트론으로 최대주주가 차례대로 바뀌었다.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윈텍의 새 주인은 각각 바이오, 2차전지, 리튬 광산 등의 신사업을 추진해 시너지를 내겠단 계획이었으나 현재까지 진전된 바는 없다.

주주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윈텍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연초 2230원이었던 주가는 최대주주 변경 및 신사업 소식이 알려진 뒤 3월 말 80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현재 2000원대로 다시 돌아왔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