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비트코인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대표적 위험자산인 미국 기술주의 하락 폭은 커졌지만 또 다른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디커플링’(탈동조화)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연말엔 4만5000달러(약 6000만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30일(오전 9시 기준) 0.03% 내린 4684만7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4일(4559만9000원) 4500만원대로 올라선 뒤 하루 만에 4600만원대로 뛰었다. 한때 4736만5000원에 거래되면서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비트코인의 이번 상승세는 미국 기술주와 비슷한 가격 움직임을 보여왔던 것과도 다르다. 아마존 등이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알파벳, 메타 등 미국 빅테크는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나스닥지수는 7월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수석시장분석가는 “월가는 지금까지 빅테크의 수익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선방하는) 아마존이나 애플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증권식별코드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의 코드는 ‘CUSIP’이다. 증권식별코드는 SEC에 상품 출시를 신청한 후 거치는 통상적인 절차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앞서 SEC와 그레이스케일 간 소송 결과도 현물 ETF 승인의 청신호로 해석됐다. 지난해 6월 그레이스케일은 SEC가 자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반려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원이 그레이스케일 손을 들어주면서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재검토해야 한다.
미 투자은행(IB) JP모간은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신청을 기각할 경우 블랙록이나 아크인베스트 등 신청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특정 기업의 신청서만 승인해도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SEC가 동시다발적으로 현물 ETF를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ETF 운용사들은 실제 비트코인을 매입해야 한다. 또 기관투자가는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게 된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ETF 운용자산(AUM)은 약 10조달러로 추산되는데, 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세계 ETF AUM 중 1%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된다면 이는 금 ETF AUM 900억달러를 상회한다”며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자금 유입 규모로 볼 때 현물 ETF 가격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현물 ETF가 승인된다고 가격이 무조건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2004년 11월 금 현물 ETF, 2011년 11월 상장한 구리 현물 ETF 상장 시 금과 구리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2006년 4월 은 현물 ETF, 원유 현물 ETF가 상장한 뒤 은과 원유 가격은 하락했다.
그러면서 “고금리 상태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금융 사고’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 중소은행 위기가 대표적”이라며 “그럴 경우 금융 시장의 급락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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